독고준
고종석 지음 / 새움 / 201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인훈 작가의 '광장'을 모르는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특히, 고등학생들은 이 작품을 전체적으로 다 읽지는 못했더라도, 일부분은 독서가 아닌 학교 성적을 올리기 위한, 또는 수능을 대비한 공부로 읽었을 것이다.
그리고, 작가가 우리나라의 현대 역사 속에서 이데올로기에 대한 자신의 생각들과 인간의 내면성에 대한 탐구를 어떻게 표현하고 있는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는 독고준이란 주인공을 '회색인'을 통해서 어린시절부터 대학까지의 모습으로, '서유기'를 통해서는 단 몇 분간의 이야기를 환상적으로 그려내면서 독고준에 대한 3부작을 쓰려고 했지만 마지막 3부는 쓰지를 않았다.
그런데, 우리 시대의 예리하고 날카로운 필치로 평가를 받는 저널리스트인 고종석이 독고준 3부를 펼쳐 보여주는 것이다.
고종석은 이 책의 자서에서
독고준의 미래가 궁금했다고 말하면서 '이 소설은 독고준이 살 수도 있었을 한 삶의 스케치 (이 책의 자서 중에서)
라고 말한다.
소설의 제목부터 타 소설가의 작품 속 주인공의 이름을 빌려 왔다는 것과 기존의 소설의 3부작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을 썼다는 것도 특이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소설의 이야기는 화자인 독고원의 아버지인 독고준이 자살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독고준은 소설가이며 대학교수인데, 74 살의 나이에 14층 아파트 베란다에서 투신 자살을 한다.
아버지가 스스로 삶을 마감한 것은 더 이상 삶에서 아무런 의미도 찾을 수 없다는 판단때문이었을 것이다. (p17)
그런데 그 날이 바로 전임 대통령이 자신의 집 뒷산 바위에서 투신 한 날이다.
전임 대통령의 자살은 자신의 명예를 건져내고 패밀리를 보위할 최선의 (어쩌면 유일한) 방책 (p18) 이었을 것이다.
한국 문학의 우듬지 역할을 했던 독고준의 자살은 사회적 이슈를 일으켰을 사건이지만, 전임 대통령의 자살로 큰 반응은 일으키지를 못한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흔히 접할 수 있는 소설의 이야기들이지만, 2부, 3부의 내용은 소설이란 장르로 보기에는 그 누구도 이런 형식을 보여주지 못했던 특색있는 구성의 내용들이 펼쳐진다. 그리고, 그 내용들은 각각 한 편의 칼럼이라고 해도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잘 짜여진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독고준의 자살이후 그의 아내는 남편이 그동안 썼던 일기장을 딸에게 넘긴다.
단기 4293년 4월 28일 목요일부터 2007년 대통령 선거일까지 47년에 걸친 일기장을.
그리고 그 일기는 4월, 5월..... 3월의 순으로 소개된다.
그런데, 독고준의 일기 내용은 사소한 일상의 기록보다는 세계사적인 사건들, 우리나라의 역사적 사실,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책을 읽은 후의 감상과 작가들에 대한 평에 이르기까지 47년의 한 인간의 일생이 아닌, 그 이상의 것을 보여준다.
4.19혁명, 부정선거, 킹목사 살해, 만델라의 남아공 대통령 당선, 존 F 케네디의 암살, 김일성의 사망, 워터케이트, 닐 암스트롱의 달착륙, 피카소와 여인들, 오승은, 신동엽 등의 문인들.....
외계인
며칠 전 미국 우주 비행사 닐 암스트롱이 달을 밟았다. 우주 공간을 향한 도전에선 소련이 앞섰으나, 달에 제 나라 국기를 꽂는 덴 미국이 앞섰다. 암스트롱과 가가린, 어느 쪽이 더 큰 상징이 될까? 1969. 7.22 화
(P174)
이 모든 내용은 고종석 작가의 일기장이 아니면 나올 수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굵직굵직한 사건과 함께 독서일기, 문학평론 등까지....
읽는내내 작가의 열의없이는 탄생할 수 없었을 작품이라는 생각이 떠나지를 않는다.

'독고준'은 장르가 소설이지만,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역사적 사실과 작가의 해박한 지식들이 토대가 된 독고준의 일기가 주축이 되고, 그의 딸인 독고원이 그 일기에 곁들여서 자신의 생각과 삶의 모습을 깔끔하게 펼쳐보이는 픽션이 너무도 잘 어우러졌다고 볼 수 있다.
나는 독고준의 일기만으로도 작가의 모든 역사의식과 문학비평과 독서일기를 읽는다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로 벅차옴을 느낄 수 있었으니까....
고종석 작가의 시사칼럼이나 에세이를 읽은 적은 없는 것 같다. 칼럼이야 이름을 눈여겨 보지 않았기에 기억을 하지 못하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어찌되었든간에 내 기억 속의 고종석이란 이름은 얼핏 얼핏 본 기억말고는 없었는데, 그의 작품 '독고준'을 읽으면서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작가를 알게 된 것이 너무도 기뻤다고 해야 할까....
소설로 읽기에는 너무 아까워서, 독고준의 일기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두고 두고 읽어야 할 것 같은 생각에 빠지게 된다.

'독고준'을 읽은 한 줄 평을 말해 보라면
나는
"2010년의 마지막 달에, 큰 수확을 얻은 것 같은 느낌에 흐뭇함이 번져 흐른다." 고 말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