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자로 가는 길 2 암자로 가는 길 2
정찬주 글, 유동영 사진 / 열림원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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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길에 또는 유명사찰을 찾아가는 길에 산 길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홀로 서 있는 작은 암자들. 때론 물 한 모금 마시려 들리기도 하고, 때론 산세 좋은 곳에 위치해서 수려한 경관에 넋을 잃다 보니 찾아가게도 되는 암자.
그런데, 그 암자들의 이름은 그리 기억이 나지를 않는다. 그저 언제 산행길에 들렀던가 할 정도로 그 비중을 크게 생각하지 않고 무심히 들렸기때문인가보다.
기억에 남는 암자래야, 고작 두 군데. 낙산사 옆의 홍련암과 여수돌사 향일암 정도. 그래도 홍련암은 낙산의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경치가 좋아서 여러 번 찾다보니, 그때마다 들리곤 했다. 그런데, 몇 년전에 낙산사에 큰불이 났고, 다행히 홍련암을 피해가 없었다. 그리고, 향일암을 여수에 갔다가 일출을 보기 위해서 우리 강아지까지 대동하고 눈비비며 들렀던 곳.


그런데, '암자로 가는 길 2'에는 너무도 많은 암자들이 소개된다. 그것도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뉘어서.

나를 설계하는 봄암자
나를 성장시키는 여름암자
나를 사색하는 가을암자
나를 성숙시키는 겨울암자
 

 
 
계절에 따라 영상미가 돋보이는 사진들과 함께 그 암자를 찾아가는 자세한 설명까지 곁들여서 고운 글들을 담고 있다.
이 책의 저자인 '정찬주'는 스님보다도 더 암자를 잘 아는 '암자 전문가'라는 별칭까지 갖고 있다. 십여 년이 넘게 매주 또는 매달 단 한번도 거르지 않고 암자를 찾았으며, 지금은 남도 산중에 '이불재'라는 작은 산방을 짓고, 산 속에서 농사도 짓고 집필도 하면서 선인처럼 살아 가고 있다. 그래서 그의 산문이나 소설은 한결같이 명상적인 글들이라고 한다.

 
 
  이 책 역시 읽는내내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는 그런 글들이다. 암자에 얽힌 에피소드나 설화, 그리고 그 암자를 지키는 스님들의 설법까지. 명상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맑은 글들이다. 그리고, 암자를 찍은 사진들까지 영상적인 이미지를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암자란 불교가 아닌 다른 종교를 믿더라도 산길을 가다가 기웃거려 보고 싶은 곳이다. 불교만의 고유명사가 아니라 모든 이들이 쉬어가고 싶은 보통명사이다. 수행자들의 따뜻한 말 한 마디와 아름다운 모습른 삶이 힘들고 버거운 이들에게 용기와 위로가 되기도 한다. (p155)
 

자칭 나그네라고 불리는 저자는 "암자로 가는 길을 명상과 성찰을 지팡이 삼아 오르는 마음의 여정이자. 수행이다"(책표지 글 중에서)고 할 정도로 암자를 찾으면서 많은 깨달음을 갖게 된다. 암자를 찾아 가는 길에 만나게 되는 사계절의 모습. 그것은 흡사 우리네 인생을 닮아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런데, 나그네는 겨울의 암자를 '나를 성숙시키는 암자'라고 표현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겨울은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린 마지막 단계의 모습같지만, 겨울은 새로운 봄을 맞이하기 위한 성숙의 단계라는 의미는 아닐까 생각해 본다.
산세좋은 곳, 풍경소리, 법당의 모습, 단청, 부도, 불화, 불상... 이 모든 것이 어울려져서 정갈한 암자를 이루고 있는 듯하다.
산행길에 만나게 되는 작은 암자들. 그러나 우린 그저 스쳐 지나가는 암자들이었지만, 나그네에게는 머무른 암자가 되니, 우리네와는 다르긴 다르다는 생각도 든다.
나그네의 글은 너무도 서정적이어서 암자 가는 길의 묘사는 눈감고 그 모습을 그려 볼 수 있을 정도이며, 부처님의 말씀과 불교적 가르침은 읽는 이의 마음을 맑게 정화시켜준다.
  

깊은 산 속에서 암자를 지키는 스님,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암자를 지키는 스님...
스님들이 내 놓는 정갈한 차 한잔과 같은 글들.
나그네는 작가의 오솔길을 통해 다음의 말을 전한다.

나그네는 어느 소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산문 안이 그윽한 안식의 공간이라면 산문 밖은 열뇌(熱惱)의 세상이라고' (p321)
산사의 기호는 침묵의 덩어리 같은 적막이다. 그 적막은 자기 자신을 내면으로 향하게 하고, 자연과 가까이 하게 하는 접속 부사이다. (p326)
나그네가 '암자로 가는 길'에 관한 책을 이미 몇 권을 출간했기에, 이제는 그 책을 들고 일부러 암자를 찾아 오는 이들도 더러 있다고 한다.
여행길에 기회가 된다면, 유명한 사찰보다는 그 사찰들보다는 더 깊숙하게 숨어 있는 암자들을 찾아 봄을 어떨까.
이처럼 여행길에 절을 찾고, 암자를 찾는 이유 중의 하나는 '나를 찾기 위함'이라고 한다. '나를 찾는다' 그것은 곧 내가 누구인지를 알고자 하는 의미도 있겠지만, 나를 돌아보기 위함이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
나를 되돌아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날이면, '암자로 가는 길'을 뒤적여 보고 맘에 드는 암자로 길을 떠나보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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