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 서는 기쁨 - 우리 인생의 작디작은 희망 발견기
권영상 지음 / 좋은생각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집근처 뒷산을 오르내리면서 계절에 따라 변하는 모습에 작은 설레임을 느끼기도 하고, 옛 제자의 장성한 모습에 작은 기쁨을 느끼기도 하는 나에게 '뒤에 서는 기쁨'은 작지만 아름다운 인생의 모습들을 보게 해주는 그런 책이다.
이 책의 저자인 '권영상'은 교사이면서 동시, 동화 작가이기도 하다. 이미 그의 동화와 동시는 <그 애 앞에 설 때면>. <실 끝을 따라가면 뭐가 나오지>, <들풀> 등이
초중학교 교과서에 수록되기도 했다. 이해인 수녀는 그의 시를 다시 읽고 싶은 시라고 하기도 했다. 그만큼 그의 글들은 '투명하고 간결한 언어'가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한다.


그것은 다른 사람들의 평가이고, 내가 본 그의 글들은 아주 서정적이다.
그가 즐겨 찾는 뒷산의 모습이 눈에 선할 정도로 곱게 표현하고 있다.
또한, 그의 글 속에는 사람 살아가는 따뜻함이 담겨져 있다.
예전에 근무하던 곳을 찾아 갔을때에 그 곳의 모습은 몰라보게 변했지만, 그 곳에서 우연하게 만나게 되는 여자 제자와의 만남. 책을 잘 읽는다고 아나운서가 되면 좋을 것 같다는 선생님의 말을 지금도 간직하고 있는 제자.
또, 오래전 제자가 보내온 편지 한 통. 선생님의 말씀에 따라 외교관이 되고자 공부를 했으나, 외무고시에서 2번의 낙방을 하고, 선생님을 원망했지만, 이어서 고시에 합격하여 외교관이 된 제자의 이야기는 작은 이야기들이지만, 훈훈한 마음을 느끼게 해준다.
그러나, 저자도 이젠 50대 후반의 나이가 되었기에, 우리 사회의 아버지들과 같이 어깨가 축 늘어진 그런 모습을 자신이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이젠, 기억력도 가물가물해져서 열쇠며, 지갑이며, 잊어버리고 다니게 되고, 툭툭 내뺃는 아내의 한 마디가 정겹지만은 않게 들리게 되고, 하나뿐인 딸조차 때론 낯설게 느껴지는 나이가 된 것이다.
그래서 40대에는 사막을 그리워했고, 사막에서 산다는 것에 대한 신비함을  느꼈으며, 50대가 되어서는 산을 그리워하고 있는 것이다. 알프스산도 아닌, 히말라야 산도 아닌, 그저 시간날 때마다 들릴 수 있는 뒷산을 오르 내리면서 자연의 벗삼아  산을 거닐면서 삶의 순간들을 만끽하고, 삶의 지혜를 깨달아 가는 것이다.
때론, 주말 농장의 벌레먹은 무, 배추를 보면서 안타까워하기도 하고, 벌레를 잡아 준 후에 무, 배추가 다시 푸르름을 찾으면 그 속에서 작디 작은 기쁨을 느끼는 것이다.


그런 작은 즐거움 뒤에는 우리 시대의 50대 가장들이 느끼는 서글품이 묻어 나기도 한다.
나는 가족으로부터도 호감을 사는 인물이 아니다. 식구들과 좋은 대화를 나누는 방법도 모른다. 좋은 식사를 즐길 줄 모르고, 멋진 옷을 입을 줄 모르고, 통쾌한 유머를 구사할 줄도 모른다. 밥도 되지 않는 글줄을 위해 평생을 살아왔다.
(...) 가족을 위해 살아오느라 정작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못했다고 가끔 투덜댄다. 그러나 내가 해 보고 싶은 일을 하려고 몸부림쳐 본 적은 불행히도 없다. 그냥 먹고 사는 일에 스스로 노예가 되고 말았다. 그 사슬을 끊어 보려고 내가 번 돈의 일부를 그 일을 위해 써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다시 젊음을 산다면, "그땐 다를거야" 라고 말하지만, 다시 젊음을 되돌려 준대도 그렇게 못 살 사람이 나다. 나는 늘 인생을 그렇게 살아왔다. 그게 모두 내 어깨에 지워진 짐 탓이라고 변명하면서. (p16)


그리고, 자신의 일상 속에서 추억 속의 아버지가 지금의 자신의 모습과 너무도 닮아 있음을 느끼게 되기도 하고, 그것은 추억 속의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며, 고마움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뒤에 서는 기쁨'은 동시, 동화 작가인 권영상이  쓴 첫 산문집이라고 하는데,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은은한 파스텔톤의 색깔처럼 잔잔하고 작은 느낌들을 가지게 해준다. 그리고, 책을 읽다보면, 우리의 아버지들을 떠올리게 해준다. 그리고, 우리의 자녀들도 떠올리게 해준다.
그리고, 작은 일상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작은 감동이 묻어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