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아비춤
조정래 지음 / 문학의문학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는 세계를 향하여 '정치민주화와 경제발전을 동시에 이룩해 냈다.'(p4)고 자랑을 한다. 세계적으로도 빠른 시일내에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고 말하곤한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조정래 작가의 '허수아비춤'을 읽고 있는 이 시점에도 기업들의 비자금 비리를 파헤치는, 그리고 모 은행장의 비리는 줄기차게 뉴스의 한 장면을 장식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그런 사건들이 투명하게 처리될 것인지, 그리고 우리는 검찰의 수사를 믿을 수 있을 것인지 의아심이 생긴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보여주었던 각종 비리들도 그저 그렇게 끝나 버렸으니....

과연, '허수아비춤'에서 지적하고 있는 '돈'의 위력은 학력이 높은 엘리트 계층에게는 더 지저분하고 더러운.... 심지어는 썩는 냄새가 진동하는 것이란 말인가.
민주화 항쟁을 위해서 앞장 섰던 세대들이 지금은 경제의 비리의 한 가운데 있다는 것도 아이러니하기만 하다.
'빌 게이츠'와 '워런버핏'처럼 자신의 부를 사회 환원하는 것을 바라지도 않지만, 기업의 재산을 개인의 재산으로 착각하는 행태는 무엇이란 말인가....
 
 대한민국 문단의 굵직한 문인, 조정래.
그는 이미 대하소설인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을 통해서 대한민국의 지나온 과정을 섬세하고도 힘있는 필치로 그려내지 않았던가.
몇 년에 걸쳐서 읽었던 조정래의 소설에서 미쳐 알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많이 알게 되었고, 이런 대하소설을 쓸 수 있었던 작가의 성실함과 인내심은 또다른 그의 책인 '황홀한 글감옥'을 통해서 접할 수 있었다.
그런 작가가 새로 쓴 대한민국의 경제 성장의 뒤안길. 감추어져 있는 이야기이지만 사람들의 입에서 입을 통해서 퍼져 나가던 이야기들. 그리고, 그런 이야기들이 현실로 밝혀지면서 알게 되었던 기업들의 부조리와 비리들.
어둡고도 씁쓸한 이야기들이 '허수아비 춤'을 통해서 너무도 섬세하고 확실하게 그려지는 것이다.
'허수아비춤'의 첫 장을 펼치는 순간부터 느껴지는 대가의 유려하면서도 묵직한 필력, 굵직한 대하소설을 그렇게나 많이 썼으니 당연한 필치이기는 하지만.
일광기업이라는 국내 굴지의 기업을 모델로 했지만 그것은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현주소인 것이다. 기업이 경영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권력에 아부하기. 뒷탈없는 돈대주기, 검찰은 기업들의 비호세력이며, 검사들은 비겁자이자 보신주의자들.

돈은 귀신도 부린다. 하물며 그깟 사람쯤이야. (p69)
돈이 있는 곳에 구정물이 고이고....
대기업과 검찰의 관계는 '악어와 악어새'와 같은 존재.
'정경유착' '경권유착' '경법유착' '경언유착' '정언유착' '권언유착'
상위 몇 %에 해당하는 좋은 머리를 가진 어르신들.
대한민국 엘리트 집단인 그들은 민주화 혁명의 주역들이었고, 이제는 경제의 핵심에 앉아 있는 사람들. 그러나 그들은 세속적인 성공을 향해서 재벌들의 비자금, 탈세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 그들은 재벌총수의 노예이자, 물질주의의 앞잡이, 돈과 물질에 대한 욕암으로 가득한 비인간적인 모습으로 허수아비가 되어가고 있다.
그들의 두되는 기업의 비자금을 숨기기 위한, 권력에 아부하기 위한 그런 두뇌였던가.
돈을 따라서~~ 권력을 따라서~~ 비리를  따라서~~
바람에 흔들리는 허수아비들.
그대들이 골든 클래스라는 자부심으로 살아가는 대한민국.
그런 대한민국의 국민임이 부끄럽게 느껴진다.
억(億)
'상상만으로 존재하는 숫자'라고 한다.
그러나, 요즘은 '억(億)'이 별거 아닌 세상이 되었지만, 이 소설의 비자금의 액수는 그 '억'을 넘어 '조'단위로 표현된다. 이 엄청난 숫자놀음에 '허수아비춤'이 소설이고, 그 소설의 한 장면이기에 '허구의 세계이니까, 상상의 세계이니까~~'
그러나, 소설의 내용들이 진실의 일부임을 입증이라고 하듯이. 대기업의 비자금 비리는 오늘도 매스컴의 장식하고 있다.
그러나, 역시 검찰의 수사는 늦장 수사에, 법정 판결은
'국가 경제발전에 기여한 공이 컸고, 잠시도 소홀리 할 수 없는 국민경제에 더 이상 부담을 주어서는 안되기때문이라는 명문이 당당하고 뻔뻔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p403)
그래도, 양심적인 지식인은 있지만, 그런 지식인을 흔들어 대는 것이 또한, 비리 기업인들과 그 핵심세력이기에.
'허수아비춤'의 결말부분에서 나타나는 순탄하지 않을 것같은 '전인욱'의 앞날과 잽싸게 새로운 기업으로 갈아 탄 '강기준'의 행동이 우리사회의 단편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하여 씁쓸하다. 그리고, 아직 경제 민주화가 이루어지려면 험난하고 먼 여정이 필요함을 암시해 준다.
 
'허수아비춤'의 작가가 생각하는 그 비리의 요체는 경제적 부패, 특권층의 경제적 부패에 있다. 작가는 이것을 또한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요약해 놓았다.
'이 땅의 모든 기업들이 한 점 부끄러움없이 투명경영을 하고, 그에 따른 세금을 양심적으로 내고, 그리하여 소비자로서 줄기차게 기업들을 키워 우리 모두에게 그 혜택이 고루 퍼지고, 또한 튼튼한 복시사회가 구축되어 우리나라가 사람이 진정 사람답게 사는 세상이 되는 것, 그것이 바로 '경제 민주화'다. (p440~441
)- 해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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