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 있는 것들은 언제나 정겹다 - 서울 문학산책
유진숙 지음 / 파라북스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남아있는 것들은 언제나 정겹다'를 읽는내내 행복했다. 추억 속의 시간여행을 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때문이다.
번잡한 도심에서 벗어나 한가로운 서울의 골목 골목을 누비면서, 길 위에서 문학 작품을 만날 수 있었고, 문인들의 발자취를 더듬어 볼 수 있었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추억 여행을 할 수 있었다.


 이 책에 소개되는 7장의 분류별로 소개되는 곳 중에서 1장의 '성북동을 가다'와 7장의 '양화진에서 선유도까지'를 제외한 2장~6장에서 소개되는 서울의 거리~~ 거리~~ 골목~~ 골목은 예전부터 지금까지 내가 틈틈이 찾아가곤 하는 곳이었다.  

1장 성북동을 가다 ; 인생의 마무리가 아름다운 사람들의 흔적을 찾아
2장 정동을 돌아 경희궁까지 ; 젊음-사랑 그리고 꿈
3장 청계천 거쳐 인사동 한 바퀴 ; 근대 경알이들의 삶
4장 동숭동을 걷다 ; 대학 없는 대학로에서 만난 지성인의 발자취
5장 솔바람 따라 북촌 구경 ; 그 많던 기와집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6장 궁궐 따라서 역사 따라서 ; 새로 쓴 역사로 기억되리
7장 양화진에서 선유도까지 ; 여름 황혼의 강가에 서다
서울의 예스러움을 그대로 간직한 곳 중의 한 곳인 안국동에 위치한 옛 조선시대의 별궁이었던 안동별궁.
지금은 표석만 남아있는 안동별궁은 세종 때는 여덟째 왕자의 집이었고, 성종 때는 월산대군의 정자 풍월정이었으며, 인조때는 정명옹주의 집이었습니다.(p153)
이곳에 위치한 중,고등학교를 다녔기에 너무도 낯익은 곳이다.

이 책에는 윗글처럼만 소개되지만, 안동별궁은 그후에 조선시대의 간택을 받은 여인들의 거처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조선 왕조가 몰락하면서 민영휘에게 팔려서 그의 부인인 안유풍 여사가 '풍문여학교를, 민영휘는 거기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휘문중학교'를 세웠던 것이다.
나의 학창시절에는 교내에서 봄, 가을로 글짓기대회와 미술대회가 있었는데, 그때 가곤 하던 곳이 창경궁과 창덕궁, 경복궁 등이었다. 지금으로써는 생각도 못할 일이지만, 창덕궁을 그당시에 비원이라고 했는데, 궁궐의 깊숙한 곳까지 위치한 아름다운 연못 '부용지'에. 그리고, 경복궁의 향원정까지 들어가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곤했다.
지금은 외국 관광객들이 붐비는 인사동 거리 역시 통학길이었으니, 그 길을 걸으면서 고서적도 구경하고, 청자, 백자와 같은 고미술품을, 그리고 촘촘하게 수놓은 수공예품과 서예작품들도 아침 저녁으로 접하던 것들이다.
지금도 가끔씩 전시회를 보러 그곳을 지나다 보면 옛 추억에 젖곤 하는데, 이런 길 위에서 문인들을 만나고, 문학작품을 이야기할 수 있다니, 이 책은 그야말로 나에겐 추억의 한 부분을 일깨워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요즘에도 역사에 관심이 많기에 고궁들을 들려 보기도 하는 그 길들에도 이야기는 함께 한다.

 

연극을 보러 들리곤 하는 대학로의 마로니에 공원을 비롯한 혜화동, 서울대 병원에 이르는 곳들도....
이 책의 저자는 꼼꼼하게도 자신이 이야기하는 곳들을 찾아 갈 수 있는 지도를 꼼꼼하게 손으로 그린 지도를 첨부하여 길 안내를 해 준다.
그 누구라도 길 위에서 헤매지 않을 정도로 자세한 설명과 함께.



강북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꼬불탕 꼬불탕 이어지는 골목. 가파른 언덕길, 좁은 도로를 따라 가다보면 그 길 위에서 방문할 곳을 만나게 되고, 그곳에는 어김없이 문학 작품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문학 작품의 이야기가 담겨 있으니, 그 작품의 주인공들의 이야기도 담겨 있는 것이다.

 

 
저자는 각 방문지에서 문인들의 글을 인용하여 자신의 기행문(?)을 완성해 나가기도 한다. 그 글들이 문인들의 작품도 이해하기 쉽게 하고 특색있게 비쳐진다.
글 속에 함께 실린 방문지의 모습이나, 빛바랜 사진들.
거리의 풍경에 오버랩되면서 문학 작품이... 문인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 이야기속에는 작가들의 불우했던 생활들이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그당시의 문인들은 가난하지만, 그들의 작품세계를 펼치는데는 자긍심을 가졌음을 느끼게 해 준다.
우리들은 잘 알 수 없었던 월북 문인들의 월북후의 소식까지 전해주니 새로운 소식도 접하게 되는 것이다.
시조, 시, 노래, 고대 소설, 현대 소설, 에세이, 문인들에 얽힌 에피소드, 건축물에 얽힌 이야기....
이 책에서 저자가 언급한 문인들이 60 여 명이나 된다고 하니....
분야를 가리지 않고 술~~ 술~~  쏟아지는 이야기에 정신없이 읽다보면 그 이야기들에서 그윽한 향기가 풍겨난다.
마치 길 위를 걸으면서 문학 공부를 하는 듯한... 그래서 흥미로운 책이다.
내가 가 본 적이 없는 양화진에 잠들어 있는 외국인 선교사 묘원.
이곳에는 배재학당을 세운 아펜젤러 선교사도, 연세대학교를 세운 언더우드 선교사도 잠들어 있다. 그리고 어린이들의 묘원까지.
개화기에 우리나라를 우리나라 백성들 보다 더 사랑했을 선교사들이 고맙게 느껴진다.

  

절두산 성지에서 이 책의 저자가 기억하게 되는 A.J. 크로닌의 '천국의 열쇠'.
언제 읽었는지 너무도 오래전에 읽은 책이건만, 지금도 그 책 속의 내용들이 가슴에 남아 있다. 그만큼 이 책을 읽으면서 너무도 깊은 마음의 사색을 가졌던 책인데.....
'성공은 무엇일까요?' "천국의 열쇠는 누가 쥐었을까요?" 마음이 메마를 때마다 무의식 속에서 살아나는 소설입니다. (P238)

이렇게 저자와 나의 마음이 또 한 번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저자가 10 여년간 교사 생활을 해서 그런지, 이 책을 처음 접할 때의 느낌은 학생들에게 수업을 하는 것과 같은 분위기가 느껴졌다.
아마도 저자가 이 책을 쓰면서 사용한 서술형 어미때문인 것같다.
이 책의 부제가 '서울 문학산책'이니, 서울의 길 위에서 문학을 만나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그 누구나 아름다운 옛 추억과 함께 읽기에 좋은 책이다.
학창시절에 많이 읽었던 작품들이 소개되기에 분명 학창시절의 기억도 떠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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