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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하성란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7월
평점 :
이 소설을 읽은 후의 느낌은 지금까지 내가 어떤 이야기를 읽었는지 안개속을 헤매는 것과 같은 마음이다.
작가가 말하고자하 'A'란 도대체 무엇인가?
책 표지의 노란띠에 적혀 있던
이 중의 하나을 이야기하는 것일까. 아니면 책 뒷부분의 작가의 말 중에 나오는
이런 말로 작가의 말을 끝맺으니, 독자들이 생각하는 A 란 그 무엇이라고 딱 잘라서 말할 수 없는 개개인이 이 책을 읽고서 느끼는 그것을 A 라고 칭하는 것일까?
이 책의 작가인 하성란은 섬세한 필치로 이 소설을 써내려 가고 있다. 작품의 모티브가 된 것은 어느해 무덥던 날에 신문의 사회면을 온통 메웠던 오대양 사건이라고 한다. 무슨 이유인지, 왜 그런 죽음을 선택했는지, 아직까지도 명확한 사건의 전말이 밝혀지지 않은 사교단체에서 집단 자살이 이루어졌다. 종교적 의미였는지 누군가가 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맨 마지막에 자살을 한 사건이다.
이 소설에서도 신신양회라는 시멘트 공장과 관광 상품인 조잡한 인형을 만드는 공예공장을 가진 단체가 함께 숙식을 같이 하면서 단체 생활을 한다.
그 단체의 여인들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아버지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아이들을 낳아서 기르면서 이 곳에서 살아간다. 그들의 자녀들까지도 단체생활을 하게 되는 셈이다. 그 어머니란 인물은 여러해 전에 이곳에 젊은 나이로 흘러 들어온 사람이고, 그 어머니가 주축이 되어서 신신양회는 돌아간다.
어머니의 지나친 욕심이 신신양회를 몰락하게 만들고, 그 몰락의 끝에 24 명의 집단 자살 사건이 일어난다. 그 집단 자살 현장에 있었던 '나'는 이 소설의 화자이다. '나'가 죽음의 현장에서 살아 남을 수 있었던 것은 앞을 못 보는 장님 소녀였기에. 그러나, 눈은 멀었지만 그 상황은 확실하게 머리속에 남아있다.
그들을 죽이고 맨 마지막에 목을 매서 죽은 사람이 그들이 말하는 삼촌이라고 부르는 사람이었다고 하지만, 그것이 아님을 3년후에 뿔뿔이 흩어졌다가 모여서 새로운 신신양회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어렴풋이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 이야기와 함께 이 집단의 아이들 중의 하나였던 영화배우 겸 가수인 김준에게 날아온 편지 봉투위의 주홍글씨 A 가 또 하나의 A 의 정체가 무엇일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해 준다.
주홍글씨 A 라고 하면, 나다니엘 호돈의 작품 '주홍글씨'에 나오는 간통을 의미하는 단어가 아니던가.
그러나, 편지봉투의 A 역시 꼭 간통을 의미하지는 않는 듯하다.
그렇다고, 신신양회의 여인들이 아이 아빠가 누군지도 모르고 낳아서 기르는 아이들에게서 느낄 수 있는 아마조네스의 A 라고 꼭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것도 아닌 것이다.
24명이 집단 자살을 하게 되었던 신신양회의 몰락의 원인이었던 야욕, 그 야욕을 챙기기 위해서 성상납도 서슴치 않았던 그곳의 여인들.
그리고, 새롭게 다시 재건되는 신신양회가 다시 기태영의 야욕에 휩쓸리면서 몰락의 수순을 밟아 가는 것에서 A 의 의미를 찾아야 하는 것일까.
이 소설 속에는 어떤 내용의 문장이 여러 차례에 걸쳐서 반복적으로 여러 번 나오는 대목이 있다. 그것 역시 작가가 의도적으로 그런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만, 왜 그렇게 여러 차례에 걸쳐서 쓰여지는 것인가 하는 것에 대한 의문도 풀리지 않는다.
오대양 사건에서 모티브를 찾았다는 내용을 보고, 사교 집단의 이야기라는 생각으로 읽었지만, 종교적 의미는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24 명의 집단 자살에 대한 원인도, 과정도, 그리고 '나'가 감지한 그 자살 현장의 남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이야기도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는다.
그것 역시 독자들이 알아서 생각해야 하는 것일까?
집단 자살을 한 사람들의 2세들이 새로운 집단 생활을 하면서 그 이유가 조금씩은 밝혀지지만, 명확하게 이것이다. 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는 것이다.
짙은 안개속에서 희미한 물체를 붙잡는 것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