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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 데이즈
혼다 다카요시 지음, 이기웅 옮김 / 예담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파인 데이즈'에는 4편의 짧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그런데, 4편의 이야기들은 분명히 소재도, 주제도 다르건만, 읽은 후의 느낌은 어떤 이야기일까 궁금하여 쫒아가다 보니 마지막 장면에 이르게 되고, 그 장면은 생각지도 않은 이상한 곳에 도착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책 뒷표지글에 너무도 적확하게 표현한 그 내용 그대로이다.

현실과 판타지, 과거와 현재 시공간을 넘나드는 청춘 미스터리 소설 (책 뒷표지글중에서)
어딘가에 있을 법한, 허나 현실에는 결코 존재하지 않는 세계. 그렇기에 파괴된 일도 없고, 흔들릴 일도 없는 꿈의 세계가 펼쳐진다. (책 뒷표지 글 중에서)
그렇기에 책을 읽는 재미는 대단하다. 어떤 결말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생각과는 조금은 다른 결말이 기다리고 있기에....
그리고, 꿈을 꾸듯이... 바로 이런 느낌을 '몽환적~~'이라고 표현하던가.
이 책의 작가인 '혼다 다카요시'의 글은 처음 읽어 보지만, 4 편의 이야기를 다 읽은 후에는 그의 작품세계에 다시 호기심이 생기게 되어서 다음 작품을 기다리게 될 것이다. 소설속의 주인공들의 작은 행동 하나, 마음속 내재된 작은 심리까지도 섬세한 필치로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이야기속에는 읽으면서 독자들이 풀어나갈 수 있는 작은 틈을 보여주고 있어서 추리력을 동원해 보지만, 어느 정도는 풀 수 있지만, 어느 정도는 뒤퉁수를 맞은 것 같은 그런 분위기를 자아낸다.
  특히, 표제작인 '파인 데이즈'에서의 그 알딸딸한 느낌들은 더욱 그렇다. 고등학생들의 이야기인데, 전교생의 이목을 집중시킬 정도의 아름다운 여학생의 등장. 전학온 그 여학생을 따라온 이상한 소문들. 그의 당돌하지만 어쩌면 일리가 있을 수도 있는 교사에 대한 태도. 그리고 잇단 교내의 잇단 사건 사고.... 투신 자살을 둘러싼 그 여학생과의 상관관계.... 여기까지는 충분히 미스터리한 이야기이지만 그 이야기속에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을 법한 이야기인 듯하지만, 존재할 수 없는 이야기가 들어 있다. 그 애는 '옛날에 알던 좀 불사사의한 느낌의 여자애'(P86)인 것이다.
 
현실은 과거 언젠가 그곳에 무언가가 분명 존재했다는 사실과 지금은 분명 사라졌다는 사실을 가르쳐 주었다. (책 속에서)
두번째 작품인 2008년 영화로도 제작된 ‘Yesterdays’는 집을 나온 아들과 암에 걸려 죽음을 앞둔 아버지의 만남. 그 자리에서 아버지가 아들에게 찾아주기를 바라는 옛연인에 관한 이야기. 아들이 그 아버지의 연인을 찾는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세계, 아들에게는 아버지에게 들었던 그 이야기와 분위기가 그대로 느껴지는 너무도 익숙한 남녀들의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다. 35 년 전에 아버지의 이야기와 같은 이야기. 흔히, 죽음을 앞둔 아버지가 옛연인을 찾는다는 소재가 가지는 그  흔하디 흔한 신파조의 이야기가 아닌 꿈인듯, 현실인듯. 오락가락~~ 왔다 갔다. 그렇지만, 그 자체가  어떤 소설에서도 만나보지 못한 새로운 구성이기에 흥미롭다. 
 
 

이 문 저편에 또 다른 세계가 존재하기를 기대하는 나와 두려워하는 내가 공존했다. (책 속에서)
세 번째 소설인 ‘잠들기 위한 따사로운 장소’는 교통사고 당시에 의식을 잃었던 동생대신 구조대원의 손을 잡았던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항상 죽은 동생에게 죄의식을 가지고 '내 동생은 아홉 살에 죽었다. 내가 죽였다.' (P167) 라는 생각에 사로잡힌 조교가 수업시간을 통해서 만난 대학생과의 이야기이다. 그 대학생이 가진 예지 능력. 그리고, 그 예지 능력이 왜 그의 부모들은 죽게 만들었을까. 그리고, 실존하는지의 존재여부조차 불분명한 그의 누이 '유키'는?  하는 여러 가지 의문점을 풀어 나가는 이야기이다. 어쩌면, 여조교와 대학생이 가진 아픔이 같기에 느낄 수 있는 공감도. 4 편의 소설중에서 가장 흡인력이 강한 작품이 아닐까하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누나가 그리는 그림은 미래를 예언한 것이 아니라,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는 누나의 갈망를 그린 것이 아니었나, 하고 말예요.바라는 미래를 실현시키는 힘 같은 거였죠. ( 책속에서)
등골이 오싹한 느낌이 들지 않는가....
마지막 'Shade'는 우연히 들린 골동품가게에서 노파가 들려주는 '램프 셰이드'에 관한 이야기다. 선원이 되고자 했지만, 유리 공예품을 만들게 된 장인의 이야기.
'어둠에 녹은 여자를 만나게 된다. 무한한 가능성으로부터 한순간 선택된 종언이 아닌 영혼'(p287) 어둠속을 밝혀주는 유리 램프, 그 램프가 여자를 지켜주기를 원하며 마음으로 만든 램프. 램프의 이미지가 그러하듯이 이 이야기는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그런 이야기이다.
빛이 없으면 어둠도 존재할 수 없죠. 하지만 일단 빛이 생겨나면 어둠 역시 발생하죠. 단 하나의 빛으로부터 무한한 어둠이 태어나요. (...) 그 어둠이 깊이를 두려워하기 전에 어둠을 비추는 빛에 눈을 떠야 했죠. 어둠에서 태어나는 어둠은 없어요. 모든 어둠은 빛에서 태어나요. (p308)

 

한 번 깨지면 두 번 다시 원래의 형태로 돌아갈 수 없어. 그렇다면 종언이 아니라 영원이지 않을까. 무한한 가능성으로부터 한순간 선택된 종언이 아닌 영원말이야. (책속의 글 중에서)
잘 알지 못했던 작가의 작품속을 읽고 새로운 작가의 진면목을 발견한다는 것. 그리고, 그 작가의 또다른 작품을 찾아 나선다는 것... 그것은 독서의 즐거움이라고 생각된다. 바로 이 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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