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리하라의 과학고전 카페 1
이은희 지음 / 글항아리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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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에 대한 선입견'을 벗겨주는 고전의 소개.


  수 많은 연구자들의 연구의 노력들이 모여 이루어진 과학의 세계. 한치의 실수도 없이 엄정한 사실만 가지고, 현실과 동떨어져 진실에 대한 추구만을 이루는 학문처럼 느껴진다 생각했다. 어려운 공식과 수학적 사실을 많이 알고 있어야 할 것 같은 생각들은 내게 과학책을 소설이나 다른 장르의 책보다 더욱 다가서기 힘들게 만든다.  어려워 보이는 고전을 쉽게 다가설 수 있도록 기획된 책이다. 고등학생 이상 부터 읽으면 좋다고 할까. 어려워 보이는 과학의 수식과 실험은 빼버리고, 중요한 메세지를 중심으로, 고전에 대해 소개한다. 편하고 달콤하게 글을 넘길 수 없지만,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여, 사유하는 생각을 길러주는 고전. 마트에서 유혹하는 맛있는 시식거리처럼, 한 번 읽어보고 싶게 만다는 작가의 책 소개가 인상적이다. 읽고 나면, 고전을 읽어보고 싶다고 할까.

   책에서 소개하는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를 통해 과학의 패러다임은 점진적인 학문의 지식이 쌓여 변하는 것이 아닌, 급진적인 변화이며, 변화가 꼭 진보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과학적 사실도 중요하지만, 과학자들이 공유하고 있는 신념체계에 선택되기도 한다는 주장은 과학은 절대적인 진리라는 견해를 무너뜨린 하나의 사건이라 생각한다. 정상과학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던 포퍼의 주장과 '지적사기'를 주장했던 소칼의 이야기도 함께 실리어, 과학전쟁이라고 불리는 패러다임에 대한 논쟁을 알 수 있게 해 주었던 점도 좋았다.

   마틴 가드너의 아담과 <이브에게는 배꼽이 있었을까>를 통해 사이비과학과 과학에 반증가능성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해리 콜린스 외의 <골렘>을 통해서, 과학은 완전무결하지 않고 불완전하며, 사회와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인종의 차이를 유전자의 차이가 아닌, 환경의 차이로 접근했던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총,균,쇠>와 과학 현상을 빌려 사회현상을 설명하는 것이 정당한지에 대한 고민을 던져준 제레미 리프킨의 <엔트로피>, DDT의 문제와 인간의 이기심에 의해 만들어진 결과가 인간에게 다시 돌아옴을 알려주었던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 등의 책이 소개되어 있다.

 
# 틀이 잘 짜여진 책 소개.

 
  어렵고 딱딱한 책을 쉽게 소개받을 수 있었던 건 잘 짜여진 책 소개라고 생각한다. 저자에 대한 소개를 한 뒤, 핵심 개념 프리퓨를 통해 저자가 이야기하려된 가장 큰 메세지와 고전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개념을 미리 소개한다. 하리하라의 고전탐험에서는 고전 도서의 내용을 소개하고, 콘텍스트를 확장하라에서는 고전의 저자의 메세지와 반대되는 생각을 가진 주장이나 반론, 동조하는 이야기가 소개된다. 생각해볼 문제는 논술형식의 글에 대비할 수 있도록 배려되어 있고, 더 읽어봅시다에서는 함께 읽으면 좋을 책들이 소개되어 있다.

   저자에 대해 알아보고, 핵심 논점고,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이에 반대 또는 연관되는 이야기로 생각의 폭을 넓힌 후, 생각해 볼 문제의 지문을 통해 저자의 주장의 핵심을 생각해 본다. 마지막으로 더 읽어봅시다를 통해 고전과 관련된 책을  읽어볼 기회를 갖게되는 형식상의 순서가 좋았다.
 

 # 과학이 어렵다고 느껴진다면, 이 책으로 쉽게 다가서세요.

 
  인문계, 이과계 교육을 함께 받지않는 지금의 고등학교 학생들과 과학을 어렵게 생각하는 일반인이 읽으면 쉽게 다가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과학에 대한 어느정도의 지식이 있는 이보다는 과학을 낯설게 느끼는 이가 읽으면 더욱 좋다고 할까. 결국 과학 역시 인간이 이루어진 사회안에서 벌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낯설어 보이는 과학 역시, 사회적 틀안에서 논의된다는 점을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과학을 인간이 바꿀수는 없지만, 사회는 인간이 만들어갈 수 있다. 즐거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과학의 고전에 대한 만남은 필요하다. 그 첫걸음으로 선택하기에 나쁘지 않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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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어주는 여자
레몽 장 지음, 김화영 옮김 / 세계사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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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 욕망과 욕망을 채워주는 '책' 읽어주기.


  친구로부터 목소리가 예쁘다는 칭찬을 들은 마리-콩스탄트는 신문사에 광고를 내어 책 읽어주는 일을 시작한다. 곤란한 상황이 생길 때, 대학생활시 따랐던 교수의 의견을 들어가며, 하나씩 의뢰된 일을 하기 시작한다. 광고에 대한 응답으로 지체장애를 가진 소년 '에릭'과 마르크스의 사상에 심취한 '백작부인', 돈은 많지만 마리를 유혹하는 일에 더 열심인 '미셸 도트랑', 일이 바쁜 어머니의 관심과 일탈을 꿈꾸던 소녀 '클로렝스', 늙은 백작부인과 생긴 에피소드로 만나게 되는 형사, 악의를 가지고 접근하는 늙은 판사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책을 읽어주었으면 하는 '욕망'과 책 이외의 무언가를 원하는 '욕망' 사이에서 여러가지 일들을 겪는 마리의 모습을 보면서, 책 읽는 행위의 의미, 욕망을 채워주는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 독자의 욕망이 드러나는 책 읽어주는 행위.


  책을 읽어준다는 말에 가장 먼저 생각이 났던 건 조선시대 유행했던 전기수와 책비였다. 규방에 있던 아녀자들에게 한 편의 이야기를 들려주던 전기수의 모습을 보며, 이야기를 통해 잠시 세상에서 벗어나기를 꿈꾸고 다른 세상으로의 여행을 꿈꾸었던 여인네들의 욕망이 떠올랐다. 또한 너무 나이가 들어 책을 읽지 못하는 양반들 대신 책을 읽어주는 어린 책비들의 모습도 눈에 떠올랐다.

  책을 대신 읽어주는 행위를 통해 그들이 원하던 것은 책의 내용과 함께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을 충족하는 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리-콩스탄트가 만나는 사람들은 책을 읽어주는 행위와 함께 개인적 욕망을 함께 지니고 있었다. 지체장애로 인해 움직임이 불편한 '에릭'은 이성의 육체에 대해 엿보길 원하고 그에 대한 암시를 책을 통해, 그리고 마지막에는 자신의 입으로 말하게 된다. 마리가 읽던 책의 내용을 통해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고, 자신의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마리의 허벅지 사이에 책을 읽는 '미셜 도트랑' 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를 읽을 때 드러나는 또다른 리엑션을 통해, 갇혀있던 집과 다른 보통 아이들이 경험할 수 있는 '이상한 나라'로 여행하고 싶어하는 클로렌스의 '욕망', 책을 읽어주길 원하는 사람들의 고민을 들으며 자신의 욕망을 언듯 내 비추는 교수와 책 읽어주는 행위의 고통을 통해 책 읽는 행위를 방해하려는 늙은 판사의 욕망까지 단순히 텍스트를 읽어주는 행위와 다른 개인적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 어쩌면 책을 읽는 행위 역시, 저자의 생각과 교류하는 일 뿐 아니라 다양한 욕망이 부딪치는 행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되었다.


# 책은 독자의 생각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책을 읽어주는 행위로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변화시키고 싶었던 마리의 욕망과 마리가 만나는 사람들의 개인적 욕망들을 엿보며 책을 읽는 행위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이성과 관계를 맺으면서도 책을 읽는 마리의 모습, 노동자의 시위와 노동절에 사람들과 함께 싶어하고 싶던 늙은 백작 부인의 욕망, 마리와 함께 관계를 맺고 싶은 사업가 미셜의 욕망들을 보면서, 마리가 채워주는 욕망의 실현 역시, 책을 읽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책을 읽어주는 개인적 욕망을 채워주는 일의 연장선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 사유와 생각없이 오디오 북처럼 제시된 텍스트를 읽는 행위만을 할 수 없는 인간의 모습을 통해 책을 읽는 행위와 책을 읽어주는 행위에느 제시된 본문을 읽는 이상의 의미가 포함된다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문화적 차이를 통해 마리의 행위가 이해되기 힘든 부분이 적지 않았지만,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고, 저자의 의도를 생각하며 읽는다면, 즐겁게 읽을 수  있을만큼 책의 내용은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책을 읽는 행위는 저자의 생각을 읽어가며 또 다른 세상을 엿보는 일이라 생각했었다. 하늘에 떠 있는 무수한 별 만큼,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을 엿보고 부정하기도 하고 동의하기도 하며며, 나만의 생각을 만들어 내는 과정이라 생각했었다. 이성적 사고로 생각을 만들어 내는 행위 외에도 책을 통해 감정을 교류하고, 욕망을 드러내는 등 다양한 일들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던 점이 책을 읽고 난 후 내가 얻는 감정의 변화이다. 마리가 의도를 가지고 책을 선택해서 의뢰인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처럼, 의뢰인들이 욕망을 가지고 특정 책의 부분을 읽어달라고 요구하는 것과 같이, 한 권의 책을 읽는 것은 저자가 자신의 의도를 가지고 독자의 옆에 앉아 자신의 글을 읽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책을 읽고 변하는 생각이 아닌, '독서' 그 자체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재미있는 책을 통해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의문들에 대해 고민해 보는 건 책을 읽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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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니, 선영아
김연수 지음 / 작가정신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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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 질투, 의심 ...  연애에 관한 짧은 소설!


  1997년에 출간된 작가의 <7번 국도>라는 소설을 좋아한다. 이제는 절판이 되었고 대중들에게 많은 사람도 받지 못했지만, 특별한 연애소설로 내 기억에 남아있다. 2009년에 출간 될 특별판 소설을 내기 전에, 그리고 장편소설 <밤은 노래한다> 을 구상하기 전에 가벼운 마음으로 쓴 소설이며, 두 남자와 한 여자가 등장하는 <7번 국도> 팬에게 보내는 특별판 소설이다.

  광수는 13년간 한결같은(?) 마음으로 사랑했던 선영이와 결혼을 하게 된다. 광수에게는 대학 동기 소설가 진우가 있고, 진우와 선영은 대학시절 서로 사귀었던 적이 있다. 결혼식 하기 직전 신부 대기실에서 진우가 선영에게 불러주었던 노래 '얄미운 사람'과 그 노래에 대해 히스테리를 부르는 선영의 모습, 부케를 던지는 순간 부케 윗 단의 꽃 팔레노프시스가 꺽여진 모습을 본 광수에 마음에 의심과 질투의 마음이 커지기 시작한다. 자신이 흔들리기 시작한 이유가 모두 팔레노프시스라고 생각한 광수! 의심에 대한 마음으로 진우에게 전화를 하고, 셋의 사랑에 엇갈린 이야기를 통해 작가는 독특한 사랑에 대해 이야기 한다.


# 개성강한 캐릭터와 패러디의 미학이 스며있는 소설


  이제는 남이 되어버린 여자에게 사랑한다며 함께 자고 싶어 매달리는 남자 진우, 한 번도 광수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해 본적이 없었던 선영, 선영을 사랑하지만, 진우의 존재가 못 미더운 남자 광수, 제각각 개성강한 인물들이 부딪치며 이야기하는 사랑 다툼에서 흥미로운 점은 기억에 관한 그들의 이야기이다.

  선영과 함께 잠을 잤는지 안 잤는지를 따지는 광수의 머리속의 그 사이의 과정은 중요하지 않고, 선영과 함께 밤을 보냈지만 관계를 맺지 않은 진우는 자기의 합리화를 위해 지나온 과정 중 자신에게 유리한 부분으로 기억을 재구성한다. 진우와 함께 보냈던 길을 거닐며 옛 추억에 잠기었던 선영 역시, 그 이야기는 다 사라지고, 광수에게는 사랑한다는 이야기만을 되뇌인다.

  처음 이 책이 출간되었을 때는 영화 '봄날은 간다'의 유행어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와  그 당시 유행하던 옥동자 유머의 패러디 "얼굴도 못생긴 것들이 장난척 하기는"과  제목에서 느껴지는 "사랑해 선영아" 티저 광고 패러디 등 그 당신의 대중과 호흡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한 때 유행하던 이야기가 다 식어버릴만큼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다시 읽었지만, 책의 매력은 사라지지 않았다.

  아련한 추억과 함께, 엇갈리는 그들의 행보와 사건의 전개를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서로 사랑한다고 믿지만, 결국 서로의 속마음을 언제나 알 수 없는 것이 인간의 한계이자 매력이라 생각한다. 중요한 건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랑의 마음을 잃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 의심스러운 상황에서 마음을 억누르고, 그이를 믿는 마음이 사랑!


  예전에는 사랑앞에서는 모두가 솔직한게 좋다고 생각했었다. 자신의 모습, 흔들리는 모습까지 다 고백하고 이해를 구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었다. 소설을 읽으면서, 꼭 그게 좋은 것일까란 생각이 들었다. 상대의 불안함을 알면서도 감싸줄 수 있는 마음, 굳이 말하지 않았을 때에는 덮어줄 수 있는 마음, 끝까지 기다려주며, 그를 믿어주는 마음이 사랑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닭고기에 대한 애정보다 더 쉽게 변하기 쉬운 사랑의 마음! 내 마음속의 불안함과 컴플렉스가 그럼직한 상황과 결합되어  의심과 질투의 마음이 쑥쑥 자라난다. 의심할 수 있는 마음, 흔들리는 마음을 억누를 수 있는 것이 사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식장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라는 광수의 말에 진우는 이렇게 답한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거야. 모든 건 너한테 달린 문제야. 네가 알고 싶다면 내가 그때 선영이에게 뭐라고 말했는지 말해줄 수 있어. 하지만 진실을 다 알고 난 뒤에는 니 생각이 얼마나 잘못됐는지 알게 될 거고 네가 책임져야만 하는 일도 생길 거야. 나는 세상만사의 진실을 샅샅이 알아낸다고 해서 더 나아지는 건 없다고 생각해. 그러나 니가 정 원한다면 말해줄 수는 있어. 얘기해줄까? 아니면 여기서 그만둘까?"

  내가 광수였다면 어떤 선택을 할까? 라는 고민과 함께, 사랑과 기억의 문제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지나간 사랑에 대한 두려운 마음이 현재의 나에게 끼치는 영향, 기억의 불안전성의 한계를 알고 있는 우리는 사랑을 기억하는게 아니라, 우리가 기억하고 싶은 사랑을 기억하고 자신의 신념에 사랑을 꿰어 맞추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과 기억에 관한 독특한 작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진지하려면 얼마든지 깊어질 수 있는 소설! 그게 김연수만의 매력이자, 특징인 것 같다. 쉽게 소설을 쓰지 않는다는 느낌을 책을 읽는 내내 잔뜩 느끼게 해주는 작가, 김연수! 2009년 출간 될 그의 또다른 사랑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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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지!
호어스트 에버스 지음, 김혜은 옮김 / 작가정신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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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빽빽한 일상에 지쳐있다면, 호어스트를 만나보세요.

   쳇바퀴 처럼 도는 일상. 아침에 일어나서 해야만 하는 일을 하나씩 하다 보면, 어느 새 밤이 되어버린다. 하는 건 없는데 시간은 바삐 돌아가고, 내 안의 여유를 찾기 힘들다면 게으름의 대가 호어스트를 만나보길 권한다. "건강한 무기력은 황금과도 같다"는 신념을 굳게 믿은 채, 어떤 일을 해야 할까 목록을 적는데 4시간을 소비하는 게으름 피우는데 달인, 호어스트의 좌충우돌 하루 보내기를 보며 웃다보면 마음의 여유가 조금씩 가슴속에 스며든다.

 

# 낭독의 힘! 단편이지만, 유기적으로 연결된 이야기.

 
  TV 모 프로그램에서 <낭독의 발견>이라는 프로그램을 본 기억이 있다. 방송인들이 나와 책의 좋은 구절을 읽고 그 낭독의 소리를 들는 시간이었는데 독특하게 다가왔다. 서양에서는 이런 낭독회가 한국보다 더 자연스러운가 보다. 이 책에 실린 텍스트들은 저자가 1990년부터 매주 일요일 오후 1시에 공연장에서 낭독했던 작품을 모아놓은 것이다. 낭독을 목적으로 기획한 텍스트답게, 소리내어 읽었을 때 글의 내용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7개의 장으로 나뉘어진 여러 작품들에은 각각 독창적인 내용이 들어있지만, 그 안에 담긴 호어스트의 이야기는 전체적으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게으름의 미학을 꿈꾸는 실수만발, 우왕좌왕하는 호어스트의 모습은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아있다.

 

  # 평범한 일상속의 작은 에피소드. 작지만 큰 공감의 힘!

 

   백수이자 젋은 여자를 좋아하고, 게으름뱅이인 호어스트가 일상에서 벌이는 이야기는 소소하지만 큰 공감의 힘이 서려있다. 버스 안, 집안, 사람들과의 에피소드 등은 쉽게 일어나기는 힘들지만, 에피소드를 통해 당시의 독일인의 생각과 문화를 엿볼 수도 있다.

   토요일과 일요일을 쉬는 직장인은 언제나 금요일을 꿈꾼다. 쉴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엿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다. 금요일이 아니지만 금요일처럼 살기를 꿈꾸는 호어스트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마음의 여유와 덤으로 엿볼 수 있는 통일이후 독일의 모습, 독일인의 유머와 그들의 문화적 틈을 자연스럽게 엿볼 수 있었던 건 가독력 강하게 글을 구성하는 작가의 힘이라 생각한다. 독일인에게 낭독하는 것을 목적으로 글이 만들어졌기에 독일인의 TV 프로그램, 주변의 환경 등의 독일인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생소한 단어를 극복하는 건 독자의 숙제이다. 그 부분을 극복한다면 즐겁게 읽을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바쁜 일상에 치여,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를만큼 진이 빠져있을 때, 삶의 여유를 찾고 싶을 때, 다시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호어스트의 머리 속 소뇌에서 벌어지는 '호어스트, 정신차려'팀과 '맥빠져'팀의 좌충우돌 경기는 꼭 읽어보길 바란다. 내 머리속에 일어나는 귀찮음과 그렇지 않으려는 마음의 갈등을 잘 표현한 작품이다. 읽다보면 조금은 마음의 여유가 생길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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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사 장기려
손홍규 지음 / 다산책방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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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픔을 환자와 함께 나누었던 의사, 장기려

 

<소설 동의보감>을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떠오른다. 서민들이 쉽게 구할 수 있는 약재와 처방전을 기록해 놓은 동의보감을 지은 허준의 일대기와 그의 스승 유의태와의 인연들이 잘 구성되어 있었다. 수많은 의원이 존재하고 존재했지만, 그가 사람들의 많은 사랑을 받는 건, 가난한 사람들을 가엾이 여기는 마음이 잘 드러났기 때문이라 믿는다. 일제 시대, 서양 의학이 들어왔지만, 배우는 것도 쉽지 않고, 의원을 만나는 일은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엄두를 못 낼 형편이었다. 

   이 책을 읽기 전 <언제나 써바이 써바이>를 읽었는데, 캄보디아에 30달러가 없어, 한 달 생활비에 육박하는 돈을 구하지 못해 아파도 병원에 못 가는 형편의 아이들의 이야기가 마음을 아프게 했다. 한국 역시, 일제 시대 아래, 광복 이래 아파도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아팠던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환자에게 따뜻한 마음으로 대했던 노력하는 천재 장기려 박사의 이야기는 뉴스에서 종종 본 기억이 난다.   할머니의 따뜻한 성품을 이어받아, 신앙의 힘으로 평생 자신이 서원한 약속을 지켰던 의사 장기려. 종교를 너머, 자신이 세운 약속을 끝까지 지켜낸 그는 멋지고 존경할 만한 위인이다.


#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의사 장기려.

  
  소설은 사회주의 성향이 가득 지배했던 송도고보 2학년 시절부터 시작했다 그의 어린시절로 돌아갔다가 그가 남한으로 내려올때까지의 일을 그리고 있다. 할머니의 따뜻한 성품을 이어받고, 할머니 임종시에 교회에서 울렸던 종과 비슷한 종소리를 듣고 세례를 결심하고 이야기들, 동맹휴업을 통해 여러가지 꿈을 꾸었던 사람들의 모습, 그 당시 일어났던 조선인과 일본인의 차별 대우 등이 소설속에 잘 드러나 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일본인 간호사에게 손찌검을 하고 자신을 후회했던 그의 모습과 종기를 치료하는 동양의 외과의인 종기의 박의원과의 만남, 박의원 아들과의 악연 등이 잘 어우러져 있다. 

 일제시대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모습에서, 자기 자리에서 여러가지를 고민할 수 밖에 없는 그의 모습이 그를 더욱 인간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또한 그의 아내의 따뜻한 헌신이 없었다면, 지금의 장기려 박사도 있을 수 없을거라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가난하고 나눔의 삶을 원하지만, 많은 이들을 그의 결정을 좋아하지 않았다. 자신의 이익을 더욱 중요시하는 사람들의 방해도 만만치 않았지만, 어려운 여건에 지지 않았다. 꾸준히 의학에 매진해서 많은 이들을 구해내는 그의 모습은 참 멋졌다. 멋진 말은 하기는 어렵지 않지만, 멋진 행동을 꾸준히 실천하는 건 힘든 일이다. 의료사고와 치료할 수 있지만 피가 부족한 상황에서 절망하는 모습 등이 더욱 따뜻하게 다가왔다.


# 그의 삶을 흔들었던 명사들과의 만남.
 

  중매 결혼을 했지만, 그 이후 부인을 사랑하게 된 장기려 박사의 이야기가 이광수의 소설 '사랑'으로 만들어진 경위도 알 수 있다. 결혼은 사랑이자 의무라고 했던 장기려의 말과 그의 권유로 치료를 받고, 소설을 집필하게 된 이야기와 명사라고 더 위해주지 않고 환자 한 사람 한 사람 따뜻하게 기도를 해 주었던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함석헌과 김교신과의 만남과 기독교 박해, 그리고 김일성과의 인연까지, 다시 부산으로 내려오게 될 때까지, 이념에 좌우되지 않고, 환자에 집중했던 그의 모습은 의사들의 귀감이 될 수 있다 확신한다.

   옛 위인과 영웅들은 인간미가 없어 매력이 없다 생각한다. 모든 것에 뛰어나고 자신을 헌신하고 나라를 생각하는 모습 뒤에,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쳐야 한다는 국가적 의도가 숨어있다고 할까. 영웅과 표창은 전쟁터에게 만들어진 것이라는 글을 읽은 후 영웅을 좋아하지 않는다. 낮은 자리에서 환자들과 함께 아파하고,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던 의사 장기려! 많은 의사가 장기려처럼 자신의 재산을 버리고 의술에만 전념해야 한다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환자를 생각하고 아픔을 함께 나누려 했던 그 마음, 환자를 인격적으로 존중했던 그 마음은 함께 간직해 주면 좋겠다고 믿는다. 

 
  너무나 뛰어난 인물은 인간미가 없어, 멀어 보이지만 장기려 박사는 그렇지 않았다. 그가 고뇌했던 아픔과 고민들 속에는 나라를 잃은 조선의 아픔과 동족끼리 칼을 겨누어야 했던 민족의 슬픔이 함께 어려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잃지 않고 누구를 원망하지 않고 환자와 함께 살아왔던 그의 모습은 오랬동안 내 가슴에 남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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