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1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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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몸은 딸의 모습인데, 정신은 아내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 

    딸? 아내? 어떻게 대해야 할까?

   자동차 부품 조립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헤이스케는 아내의 정성들인 음식과 딸의 해맑은 미소를 보며 행복해 하는 40대 가장이다. 장모님의 병환이 위독해, 장례 준비를 미리 하러 나가노 현으로 떠난 아내 나오코와 스키에 재미에 붙인 딸 모나미가 나가노현으로 가는 스키버스를 타고 병원으로 간 다음날 아침, 혼자서 맞이하는 아침식사는 너무나 쓸쓸하다. TV를 켜보니, 속보라며 뜨는 뉴스! 버스 운전사의 졸음운전으로, 스키버스가 절벽 아내로 떨어졌다는 뉴스였다. 우리 가족은 아니겠지 하던 그는, 아내와 딸이 사고현장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앞이 막막해진다.

   목숨을 걸고 딸을 구한 아내는 온몸이 피투성이 상태이고, 딸은 의식불명 상태이다. 숨을 거두기 전 딸을 부탁한다는 나오코의 말에 모나미의 손을 잡게 해 주며, 잘 지켜줄 것을 약속한다. 손을 맞잡은 순간, 나오코는 생을 마치고, 의식불명이던 모나미는 깨어나게 된다. 며칠 후 깨어난 모나미는 나오코와의 추억을 상기시키며, 나오코라고 주장하게 된다.  딸의 몸을 지닌 아내의 이성.. 헤이스케는 앞으로 어떻게 지내야 할지 망연해 진다. 

 # 딸로 다시 인생을 시작해가는 아내와 그 모습을 지켜보는 헤이스케

   정신은 아내이지만, 초등학교 6학년인 딸의 삶을 이어 살기로 나오코는 결심한다. 남편의 직업과 삶에 매여 살 수 없는 인생이 아닌, 스스로 결정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고 싶다며, 사립중학교에 가고 싶다고 남편의 승인을 부탁한다. 오후에는 아내의 역할과 오전에는 딸의 역할을 동시에 해내기로 결심하고 계획한대로 목표에 집중하는 나오코는 사립중학교에 합격하게 된다. 딸 나오미의 담임선생님에게 여성의 매력을 느끼기도 하지만, 헤이스케는 마음을 정리하게 된다.

   정신이 존재하지만 몸의 부재시 느껴지는 고충과, 갑작스런 딸의 역할을 수행하기에 생겨나는 고충등이 첫번째 딸아이 친구의 만남과 말투와 습관을 고치지 못하는 모습 등에서 어색하지 않게 잘 표현되어 있다. 실제 존재하지 않지만, 정말 그럴듯한 모습에 가독성도 높고, 어떤 이야기가 나올까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 독특한 상황 설정과 함께, 현대의 어두운 모습을 그대로 담다.

  아내가 딸의 몸으로 존재한다면? 이라는 독특한 질문과 함께, 트럭운전사의 과로 노동과 사건이 벌어진 후 유가족의 협상이 진행되는 모습이 함께 전개된다. 고된 무리를 해서 돈을 벌어야 했던 트럭운전사의 사연이 수수께끼처럼 밝혀지지 않는다. 트럭운전사 부인와 맺어지는 인연과 함께, 피해자의 입장과 함께 가해자 가족의 삶도 함께 엿볼 수 있게 한다. 피해자 가족에서 사죄하고 싶지만 서로 힘들어지는 상황을 대면하게 되는 범죄자 가족과 피해자 가족의 만남의 모습이라던지, 피해자 부인의 집에서 피해자가 겪는 죽음으로 사죄하라는 장난전화와 여러가지 힘든 상황들은 한 쪽의 시선에만 보지 않도록 균형을 잡아준다.

  회사가 과로운전 관리를 하지 않음으로써 생겨지는 엄청난 사고와 피해자 보상을 둘러싼 팽팽한 신경전, 동료가 외치는 하루정도 쉬어도 되는데 이렇게 아둥바둥 무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하는 대화등에서 단순한 사건이 아닌 무언가가 더 있다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트럭운전사가 지난 2년간 헤어진 전 부인에게 매달 10-20만엔을 보냈음을 밝혀지진다. 하지만, 왜 보냈는지, 돈을 받은 전 부인은 왜 장례식에 오지 않았는지 이유는 설명되지 않는다. 나오코의 냉랭한 시선과 "마음놓고 원망할 수 있는 대상"이 필요하다는 말에 공감하며, 일을 잊고 말지만, 첫 뒷부분에 운전사 부인의 장례식에 다녀오고, 운전사 부인의 딸과 함께 밥을 먹으며, 그녀가 건네준 고장난 회중시계를 받음으로써, 조금 더 깊은 사연은 다음 권에서 풀릴 거라는 것을 암시한다.

  보여지는 모든 장면을 활용하지만, 마지막 순간에는 모든 내용이 이제껏 짐작할 수 있었던 부분과 전혀 다른 것이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의 매력이다. 상상을 넘어서는 반전과 어색하지 않음은 작가의 구성력이 매우 뛰어남을 알 수 있다. 미묘한 차이를 되새기게 하는 대화에서 조금 더 멀리 일상과 사건을 바라볼 수 있게 해 준다.

   중학교에 입학하며, 아내로서 돌아갈 수 없음을 인식한 나오코와 헤이스케가 어떠한 삶을 살지, 궁금해진다. 트럭운전사가 과로를 해 가면서까지 돈을 보내야 했던 이유는 무엇인지도 알고 싶다. 타인에게 알릴 수 없는 딸 몸에 존재하는 아내의 존재라는 비밀과 함께 트럭운전사가 가족에게 숨겨야 했던 비밀. 2권에서는 두 개의 비밀이 모두 풀릴거라 믿는다. 멈출 수 없는 글의 재미, 다음 권을 펼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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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ice 선택이 기회다
왕창 지음, 김택규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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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 순간이 선택의 시간이다.
 

   외국계 소프트웨어 제작사인 ICE사의 중국 지역 수석대표를 지내다 경쟁사들의 계략에 밀려 홍쥔은 책임을 져야 할 상황에 이르게 된다. 능력있고 실력있는 홍쥔에게 상사는 사직또는 한직발령를 원하고 홍쥔은 해고를 고려하게 된다. 이 책은 잘 다니던 회사에서 곤경에 처하면서 시작되는 선택의 순간부터, 그가 경쟁회사에 말단 한직부터 큰 계약을 해서 성과를 인정받는 마지막 순간까지 12개의 선택을 독자에게 제시해 준다.

  좀처럼 만나기 힘든 이직을 어떻게 할 것인가부터, 차별대우,  회사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상사의 상사와의 관계, 인재구축을 어떻게 할 것인가, 너무나 쉽게 생각하는 E-mail의 사용과 문제점, 사내연애에 대한 선택, 협상의 심리와 검은 돈을 줄것인가 말 것인가, 고객의 친구를 어떻게 대할것인가 까지 직장생활, 특히 영업사원이 많이 겪어야 하는 상황과 직장생활의 흐름에 서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인지에 대해 조언을 해 주고 있다.

  다른 자기 계발서와는 달리, 흥미로운 상황과 일관성 있는 흐름으로 인해서 책을 읽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 당연한 선택, 의외의 선택.


  3개월 이상의 봉급인 높은 월급과 한직으로의 발령을 거부하고 사직을 선택한 것은, 이제껏 쌓아온 회사에서의 업무 처리능력을 유지하고, 홍쥔의 이직 결정이 자신의 잘못이 아니었기 때문에 가능한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이미 한 자리에서 어느정도의 기득권을 유지했을 때, 다른 직업으로 바꾸어서 시작하는 건 정말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국계 회사의 특성과 우리나라와는 다른 중국 내 상황을 기준으로 한 선택에서 상황극의 사람이 선택한 것과 다르게 생각되는 점도 적지 않았다.

  문화의 차이와 나의 가치관과 저자의 생각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그 차이를 통해서, 나 혼자서 보는 눈에서 다른 사람이 보는 시선을 볼 수 있었다는 점이 매우 좋았다.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 고민해 볼 수 있는 건 책을 읽었을 때 얻을 수 있는 큰 기쁨 중의 하나이다.

'시물레이션을 통해 바라보는 제 3의 눈' 을 통해 마치 새로운 인물이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는 모습에서 한 가지 고정된 생각을 너머, 다른 대안을 선택해 볼 수 있었다.


#  영업, 세일즈, 인간관계의 꽃
 

  저자가 활동하는 중국과 우리나라에서는 영업, 세일즈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다. 방문 판매, 인간관계가 돈독하거나, 정말 독하게 사람을 상대해야 버틸 수 있는 직업인 보험, 판매사원, 영업사원등은 '누구나 아무것도 없어도 시작할 수 있다'는 편견때문에 낮은 인식을 받는건 아닌가 생각해보았다. 미국이나 외국에서는 세일즈에 대한 인식과 대우가 좋다는 사실을 책에서 본 기억이 난다.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라고 생각해 보았다. 사람들과 친해지는 일이 서툰 난 영업에 가장 소질이 없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부러움 반, 두려움 반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을 상대하고 만나면서 많은 걸 느끼고, 경험하고 배워가는 일이 영업의 큰 장점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 흥미를 느끼게 해 준 좋은 책을 만날 수 있어서 즐거운 시간이었다. 한국 상황에서 바로 직장생활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사람에게는 추천하고 싶지 않은 책이다. 직장에서의 인간 관계라던지, 선택의 순간에 어떻게 하는게 좋은건지, 그리고 영업의 작은 모습을 발견하고 싶어하는 이에게 살짝 알려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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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이 말을 걸다 - 밥상에서 건져 올린 맛있는 인생찬가
권순이 지음 / 상상공방(동양문고)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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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삭아삭, 눈, 코, 입이 즐거운 음식과 이야기의 만남.


  누구에게나 잊지 못하는 음식 하나는 존재할거라 생각한다. 내게는, 집에서 식구들이 먹지 않는 반찬들과 고추장,  밥이 부대끼면서 만들어지는 어머니표 볶음밥이 이제까지 가장 맛있게 먹은 음식이다. 29가지의 식재료와 관련된 이야기와 33가지 음식 요리법이 한 권의 책에 담겨있다. 자신의 삶의 철학과 에피소드와 잘 어울리는 음식, 이야기와 함께 음식을 들을 때마다, 입가에 침이 고인다. 매일 세 번의 식사를 권할만큼 먹는 일은 살아가는데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다. 식재료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들으며, 다섯가지 감각기관도 즐거워졌다. 거기에 먼저 산 이의 작은 교훈까지 얻을 수 있다.


# 에피소드와 함께 만나는 두 아이를 둔 아주머니의 즐거운 수다.


   사랑하는 이를 위해 끓이는 음식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정성이 스며 있기에 먹는 이의 마음까지 어루만져 준다. 음식을 요리하며, 생각나는 에피소드를 눈에 보일듯이 이야기하는 모습은 과자와 차를 두고 즐겁게 이야기하는 아주머니의 수다를 보는 듯하다. 봄날의 다가옴을 느끼며 애탕국을 준비하며, 타이밍이 어긋나버린 좋아했던 선배의 사랑이야기와 후배가 여자친구를 위해 끓여주었던 애탕국을 맛보고, 화가 날 때면 그 순간을 추억하며 속상한 마음을 녹인다는 이야기, 요리하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 수다를 다 듣고 나면, 실제 요리한 사진과 함께 요리법이 등장한다. 맛깔나는 음식 사진과  직접 요리해 볼 수 있게 만드는 법까지 읽고 나면 한 편의 수다는 끝이 난다.

  감자쌈을 준비하며, 날감자를 보며 야릇쌉쌀한 사랑이야기를 꺼내든다. 어울려 보이지 않지만, 작가의 글을 읽다보면, 음식과 식재료와 이야기가 잘 어우러져 어색하지 않다. 어렸을 때 먹었던 쓰끼야끼를 생각하며, 어렸을 때와 다른 단어의 어감을 느끼며 나이가 들어가는 것은 세월의 경계를 허무는 일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할 때는, 연륜깊은 이의 작은 깨달음을 들은 느낌이었다. 소소해서 누구나 겪을 수 있지만 잘 찾아내지 못하는 작은 일상의 발견들이 책을 더욱 매력있게 만든다.

# 당장 할 요리가 마땅치 않다면, 소개된 요리를 만들어 보자.

  텔레비전의 광고화면에서 음식 광고를 본 기억이 떠오른다. 따스한 햇살이 창가에서 비치고, 참해 보이는 아내가 앞치마를 두르고, 음식을 준비하고 있다. 광고는 매우 음식하는 모습을 멋지게 그려내지만, 현실은 매 끼니마다 어떤 음식을 해야 할까 고민하고 있는 어머니의 모습이 보인다. 모든 어머니가 그러하진 않겠지만, 드라마를 좋아하는 어머니가 매우 많다고 생각한다.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잘 짜여진 이야기를 읽다 보면, 소개된 음식이 먹고 싶어진다. 

   음식 준비에 고민하는 어머니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며, 소개되어 있는 요리를 만들어 보자고 이야기 했다. 식재료에 관해서는 어머니가 더욱 전문가 이기에, 책에 소개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것을 듣고나면 시간이 금새 지나간다. 이야기를 통해, 좀 더 요리의 준비과정에 대해 알 수 있게 되고, 어머니의 요리 선택의 고민을 덜어들릴 수 있어 좋았다.  다듬고, 씻고, 끓이고, 씻는 여러 과정을 통해 준비되는 음식 재료와 순서와 타이밍의 중요성은 하나의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과정과 비슷해 보인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견디기 위해, 배고픔을 막는 지루한 시간이 될 수도 있고, 작은 정성이 담긴 음식을 통해 활력과 원기를 회복하기도 한다. 고급재료에 세련된 기술을 가진 주방장의 요리는 예쁘고 맛나다. 하지만,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음식에서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음식의 기운을 받을 수 있는 건 음식을 준비하는 이의 사랑이 담겨있기 때문이라 믿는다. 매번 반복되기에 잘 느끼지 못하는 음식의 소중함에 대해, 어머니의 고충에 대해서도 생각할 볼 수 있어 좋았다.
 

# 요리의 기본은 정성.

   마음을 전하려는 노력을 꾸준히 한다면, 맛나는 음식도 할 수 있을거라 믿는다.

  가장 요리하기 쉬운 만둣국을 해 보았다. 요리법대로 육수를 넣어 하기에는 벅차서, 결국 어머니에게 묻다 보니, 함께 요리하는 모양이 되었지만, 함께 만들 수 있어 더욱 좋았다. 내 손으로 한 음식을 맛나게 먹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 크게 바뀌는 요리는 없지만, 작은 칭찬이 요리하는 이를 행복하게 해 준다고 할까. 밥상에서는 칭찬을 아끼지 않는 것이 좋다는 점도 배울 수 있었다.

  사회 초년생이 될 때에 할 수 있는 요리의 폭을 넓히기 위해 선택했는데, 요리의 즐거움과 함께 인생의 작은 지혜도 배울 수 있었다. 한 권의 책으로 요리책과 산문집이 함께 담겨있다는 점, 그럼에도 어색하지 않는 작가의 필력을 느낄 수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자는 추억할 거리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작은 음식재료에 추억을 만들 수 있다면, 매일 매일 변하는 일상에도 작은 활력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려워서 음식을 하지 못하는 줄 알았는데, 어렵다고 생각해서 요리가 어렵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조금씩 꾸준히 연습하다 보면, 나만의 음식도 만들 수 있을거라 믿는다. 제일 중요한 것은 정성이라는 점도 잊지 않기로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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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의 사진미학 - 진동선의 사진 천천히 읽기
진동선 지음 / 예담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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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사진을 찍을 수 있지만, 아무나 마음을 사진으로 드러내진 못한다.
 

  처음 사진기를 알게 된건 필름을 이용해서 사진을 찍는 필카였다. 필름이 허락하는 수 만큼 찍고, 다시 필름을 갈아야 하는 수고는 한 장 한 장 조심해서 사진을 찍게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기술의 발달로 디지털 카메라가 보편화 되면서, 쉽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사진을 잘 찍는건 구도가 70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손가락으로 작은 사각형을 만들어, 그 틀안에서 남들과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면, 그의 사진은 독특하다는 이야기가 떠오른다. 잘 찍는 사진은 뭔가, 다른다면, 구도와 디테일한 센스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었다.

   <단 한 장의 사진미학>을 읽고 떠오는 첫 번째 생각은, 사진은 사진가가 표현하고 싶은 주제를 드러내는 대상이라는 점이었다. 사진을 보고 느껴지는 마음의 움직임은 작가가 정한 주제에 맞게 의도된 것이라는 점, 그래서 사진은 누구나 찍을 수 있지만, 아무나 자신의 마음을 전할 수 없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똑같은 풍경도 누가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백팔십도 달라질 수  있는 사진의 매력,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관점인 미학을 통해, 보고 괜찮네에서, 의미와 의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 보고, 읽고, 느끼는 오감과 사유가 결합된 사진 이야기.


  사진을 보다, 사진을 읽다, 사진을 느끼다로 이루어진 3단 구성은 사진에 대해 좀 더 많은 생각을 해 보게 한다. 무심코 "오! 느낌있네. 이 사진 괜찮네" 하고 지나갔던 사진에서, 작가의 의도는 무엇일까? 어떤 기법을 써야 이런 느낌이 나올까, 이 사진이 사진학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했는가를 알게 된다. 눈을 통해 사진을 대면하고(보고), 그 의미를 생각하고(읽고), 오감으로 사진이 걸어주는 이야기를 만나는(느끼는) 3단의 구성을 지나고 나면, 사진을 찍는 일이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멋진 소설과 작가의 글을 본 후, 자신의 글을 보았을 때 느끼는 멋적음이라 할까. 사진을 들지만, 주제를 담아 무언가를 표현하는 일이 만만치 않음을 느끼게 되었다. 사진사가 한 장의 사진을 찍기 위해 노력하는 순간들을 떠올릴 수도 있었다. 

  34장의 사진과 34개의 이야기, 가장 머리속에 오래 남아 고민하게 했던 사진은 <삼등선실>을 찍은 스티글리츠의 사진에 대해 이야기한 '사진의 길과 격' 이었다. 평론가들이 사진의 격을 규정하는 5가지의 틀인 사진 - 작품 - 예술 - 미학 - 역사로 나누어지는 그 경계와 삼등선실이 사진에서 위계의 공간감과 삶의 간극을 표현 해 작품이 되고, 당시에 드문 삶의 리얼리티를 그대로 포착 해 예술이 되었으며, 당시 주류사진이었던 흐릿한 살롱풍이 사진에서 생생한 현실을 찍는 '스트레이트 사진 미학'을 확산시켜 스타일과 경향을 끄는 미학이 되고, 20세기 가장 위대한 사진으로 사진사 교과서에 등장해 역사가 되는 이유를 알려준다. 120년의 대한민국의 사진 역사와 예술 사진 80년에서도 사진사 교과서에 수록된 작품이 없다는 현실을 알게되자 현재 우리나라 사진의 위치와 사진찍기의 어려움을 생생이 느낄 수 있었다.

   무엇을 찍었는지 알 수 있지만, 최광호 작가의 <나는 사진이다>의 사진에는 작가와 딸이 나신으로 정면을 바라보고 있다. 남자와 한 어린아이가 있는 사진을 보며, 이 사진하고 사진의 제목과의 관련은 무엇인가, 의도하는게 무엇인지 알 수 없어 어리둥절 했었다. 사진작가가 덧붙인 글과 <사진은 신화다>라는 작가의 글을 통해서, 신화이데올로기와 모호성에 대해서 알 수 있었다. 작가의 해설이 없으면 짐작하기 어려운 사진부터, 쉽게 알 수 있지만 의도를 파악할 수 없는 사진까지, 다양한 사진들을 내가 미처 보지 못했던 부분을 작가의 이야기를 통해 배울 수 있다.

  쉽게 읽어지지 않지만, 읽고나면 사유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인문학, 철학 책처럼, 한 장의 예술 사진 역시 제대로 보고, 읽고, 느끼기 위해서는 독자의 안목과 준비가 필요하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어떻게 하면 좀 더 사진기를 잘 이용해서 대상을 깔끔하게, 폼나게 표현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사진책과 격이 다른 책이었다. 좋은 펜이 있다고 좋은 글을 쓸 수 없듯이, 멋진 사진을 찍는데 사진기의 역할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 대상을 바라보고 소통하는 깊이가 중요하다는 점을 배울 수 있었다.


# Photo Tip으로 배울 수 있는 사진기법과 사진 작가들


  사진미학을 잘 모르는 독자를 위해, 한 장의 사진마다 작가가 사용했던 사진 기법이나 미학에 관련된 내용, 비슷한 기법을 촬영했던 다른 작가의 작품도 소개되어 있다. 초현실주의, 사진의 정치성, 가디머 해석학 등 많은 기법과 이론들을 통해 다양한 사진에 대한 이야기를 알 수 있어 좋았다. 문학작품이라 하더라도 소설, 희곡, 환타지 등 다양한 장르가 존재하듯이 사진 역시 다양한 표현방법으로 자신을 드러낼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갈 곳이 많다는 건,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부분을 많이 찍어보면서 찾고, 그 쪽으로 생각을 깊게 해야 한다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다양성과 깊이를 동시에 담을 수 있느 사진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한 장의 사진에 담긴 노고와 흔적을 넘어 미학의 눈으로 바라본다는 건, 이제까지 보았던 사진의 편의성과 기록과 추억의 매개체 와는 다른 관점이어서 신선했다. 사진기는 눈의 모습을 본 따 만들어졌다고 배웠다. 내 눈의 눈꺼풀이 한 번 깜박일 때마다 한 장의 사진을 본다고 생각하면, 매일 수많은 사진을 찍고 보고, 느끼는 일을 반복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눈을 가지고 있다면 기계로 만들어지는 사진기보다 더 좋은 사진기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내 눈으로 주위의 풍경을 찍는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사진기에 의지하지 않고도, 내 눈에 보이는 사진들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를 생각한다면, 미학에 조금 더 다가설 수 있을거라 믿는다. 찍기 편하고, 기록, 추억, 멋진 풍경사진이라 생각했던 사진에 대한 고정관념을 깰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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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마에스트로, 대왕 세종
이수광 지음 / 샘터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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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탄치 않은 사건들. 하지만 그의 치세에 방해가 되진 않았다. 

  현재 발행되는 화폐 중 가장 고액의 지폐에 등장하는 세종대왕! 성리학 근본인 사회에 천대받기 쉬었던 과학과 풍수학, 아악과 한글창제까지 많은 업적과 결과를 이룩하였다. 아버지인 태종이 벌인 1,2차 왕자의 난, 선양이라는 왕위를 넘김으로써 자신에게 충성하지 않는 세력을 없애버리는, 자신의 처남들까지 죽음으로 보낸 무서운 태종 아래에서 4년의 상왕정치를 하고, 권력을 잡게 된다. 화려하고 행복하기만 한 업적 등 뒤에 숨은 고질적인 질병, 많은 사건들 하지만, 그가 만들어낸 치세에는 방해가 되지 않았다.


# 사건, 인물 중심으로 바라보는 세종의 시대.


  <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연애 사건>, <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살인사건> 등으로 유명한 저자의 필력에 걸맞게, 세종에 영향을 미쳤던 인물, 시대의 흐름을 볼 수 있는 사건을 작은 주제로 담아 이야기가 펼쳐진다. 31개의 작은 소테마로 읽을 수 있는 세종 대왕의 모습에서 첫번째로 느낄 수 있는 건, 격변의 시기를 잘 겪어 냈다는 점이다. 형의 폐서자, 아버지들의 골육상쟁의 난, 외숙부의 죽음 등의 권력의 비정한 모습을 겪어냈음에도,  자신이 왕이 될 순서가 아님에도 그는 끊임없이 인내하고 인내해서 마침내 왕위를 얻게 된다.


  왕이 되고 난후 사화가 한 번도 없었던 점과 어떤 사건이던지 왕의 독단으로 명령하고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신하와 토론하고 이야기하면서 논쟁을 통해 자신의 뜻을 관철해낸 점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책에 등장하지는 않지만, 지금으로 하면 도지사인 관찰사의 임명을 서울에 있는 양반들은 싫어했다고 한다. 유배의 형벌처럼, 권력에서 멀어지곤 해서 기피했었고, 3년의 짧은 임기는  잠시 여행다녀오는 식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그로 인해 중앙에서 관리를 파견해도 지방에서 오래 활동하는 관리들에 의해 결국 일들이 처리되는 악습이 나오자, 세종은 7년으로 장기간으로 늘리려 한다. 대신들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세종은 유교의 논리와 많은 토론을 통해서 결국 임기를 늘리는데 성공한다. 자신이 생각한 뜻은 굳게 먹고, 일방통행이 아닌, 토론을 통해서, 생각의 변화를 끌어내어 결국 자신의 뜻을 관철시킨 모습이 인상깊었다. 책에 등장하는 한글 창제에 얽힌 일화등을 통해서도 그와 같은 모습을 다시 엿볼 수 있었다.


# 조선의 마에스트로 대왕 세종.


  각자 재능을 가진 인물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나라를 부강하게 했던 마에스트로 대왕 세종의 모습도 보여준다. 악덕고리대금 업자 유정현, 개인적 흠결이 있었던 변계량과 권채 등도 공적인 업무에 자질이 있고, 공사를 잘 구분했다면 주저치 않고 크게 등용하였다. 음악사에 한 획을 그은 박연과 과학기술을 한단계 발전시킨 장영실을 신뢰하고 지원해준 점도 그의 큰 안목 덕분이라 생각한다.

  사가독서제인 자질있는 관리가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을 준 집현전을 다시 세우고, 집현전 관리들을 크게 등용했던 점도  세종의 탁월한 업적이라 생각한다. 책에서는 집현전의 학자 중 세종이 총애했던 관리와 문종의 아들인 단종과 수양대군 사이에 벌어지는 사건 속에 집현전의 인물들의 행보에 대해서도 기술하고 있다. 사육신들의 행적에 대해 짧게 기술함으로써 세종 이전 태종부터 단종때까지 세종이 어떤 영향을 받고, 그 결과 다음 대에 어떻게 전해졌는지 알 수 있게 하였다.
 

# 태평성대라고 하지만...

   태평성대를 만든 세종이라 하여 범죄도 없고, 큰 사건도 없다고 생각하기 십상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점도 알려준다. 사대부와 천민이 사건을 일으켰을 때, 사대부에 지나치게 관대하고 천민에게 사정이 없던, 천민에게 지나치게 엄격했던 모습도 음부 유감동 사건과 궁녀의 탈옥과 천민들의 범죄에 대해서 사면권의 행사 유무를 통해 엿볼 수 있었다. 백성 모두에게 관대했다기보다 자신이 이끌고 갈 세력들, 양반들에게 특히 관대했다고 해야 할까, 세종의 치세 당시에는 신분제도가 있었기에, 지금의 눈으로 평가하는 것은 바른 역사를 보는 관점은 아니다. 좀 더 나아진 법제도와 한글의 반포 등 많은 노력을 했음에도 벌어지는 사건과 스캔들은 여느 시대에나 사건 사고는 생기기 마련이라는 생각을 들게 하였다.
 
 
# 태평성대,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었던 시대?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종대왕이 이룩한 많은 업적은 제대로 평가받아야 한다 생각한다. 당시의 천민이었던 장영실이 높은 관직에 오를 수 있었던 점은 천민이라 하더라도 자신의 재질과 끼를 잘 발휘하면 성공할 수 있었던 시대였다 생각한다. 많은 분야에 호기심을 가지고, 날이 갈수록 온몸에 종기와 병들이 쌓여갔음에도, 국방의 안정과 한글 창제, 법률를 정비했기에 조선이 500년의 긴 역사를 끌어 올 수 있는 근간이 되었다 생각한다.


  작년에 놓치지 않고 챙겨보았던 TV 드라마 <별순검>에 등장했던 <신주무원록>도 세종의 명에 의해 편찬하게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죽은이를 검시하는 절차를 자세히 기술했던 책 덕에 억울한 사건들이 얼마나 많이 해소되었을까, 죄인이더라도 경중에 따라, 죄인의 감옥까지 섬세하게 배려했던 모습이 인상깊게 남았다.  좋은 제도는 시간이 많이 흘러도 잊혀지지 않는다는 점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중간 중간 들어가는 추리소설의 대가의 손에 펼쳐지는 심리 묘사는 조금 더 이야기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세종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30년 치세 중 가장 큰 흐름만 짚었지만, 다른 부분도 알고 싶어지도록 잘 구성된 책이였다. 세종의 시대 숲을 보았으니, 등장인물과 사건을 통해, 나무도 들여다 보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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