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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서여, 안녕
김종광 지음 / 문학동네 / 2000년 7월
평점 :
보통 일반적인 소설에서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주인공을 둘러싼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는 작가가 이야기 하는 것을 파악한다.
주인공에 자신을 동일화 시키기도 하고, 객관적 대상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독자가 쉽게 빠져들 수 있는 주인공을 만드는 것이 인기많은 책의 비결이라 생각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이 책은 달랐다. 경찰서여, 안녕, 분필 교향곡, 많이많이 축하드려유 등.
앞에 등장한 많은 작품들은 짧은 단편에 6-8명 그 이상으로, 등장인물이 전에 읽은 다른 소설보다 많았다.
캐릭터들보다 등장인물이 많이 등장한 주변 이야기를 볼 수 있었다.
어느 한명에게 초점을 맞추지 않았기에, 모두에게 다 의미를 주었다고 할까..
등장 인물들간의 이야기와 부딪치는 사건들이, 어색하지 않게 촘촘하게 구성되어
시장에서 이야기 잘 하는 재담꾼을 만나서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읽다 보면 어느새 책의 내용이 끝나 있다.
많이많이 축하드려유와 같은 농촌에서의 오토바이 면허시험장의 모습,
중소기업 상품회의 어르신을 노리는 물건파는 행사의 모습속에서,
어느 한쪽에 무게를 주는 것이 아닌, 등장인물들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책이 더 많은 경험을 간접체험하게 해 준다는 걸 잘 느낄 수 있는 책이였다.
'전설, 기우', '검문'등 군대생활의 모습,'정육점에서'의 남성접대부의 모습. '
모종하는 사람들'. '편안한 밤이 오기 전에'. '짚가리 비릊다' 의 농촌의 모습 등,
다양한 곳에 시선을 두면서도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빠져 들게 하는, 작
가의 넓은 시선과 빼어난 글 솜씨와 함께 거칠고 투박해 보이지만,
그 안에 등장인물들에 대한 따스한 애정이 녹아있는, 따뜻한 시선도 느낄 수 있었다.
읽은 후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한 번 더 읽을때마다 여러가지 곰곰히 생각할 이야기거리를 제시해 주어서 재밌었다.
이제 작가의 다른 소설과 데이트를 떠나 보아야 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