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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누구의 것인가 - 철학, 자본주의를 뒤집다
김상봉 지음 / 꾸리에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 기업의 주인은 누구일까?
기업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CEO, 사장님이다. 사장의 말 한마디에 좌지우지 되는 회사가 떠오른다. 그 다음은 한국만이 존재하는 재벌이다. 계열사라는 이름으로, 하나의 브랜드로 우리에 친숙해진 삼성, SK, 현대, LG 등이 있다. 대기업 취업을 선호하고, 중소기업 취업을 기피하는 현상에는 기업에도 명품과 일반제품처럼 한국사회에 자리잡고 있는 편견이 있다.
제목이 도발적이다. 기업의 주인은 누구일까? 당연히 주주가 아닐까? 책은 당연히 CEO가 주인이라고 생각되어지는 현실을 비판한다. 짐이 곧 국가다라는 루이 14세도, 교황의 절대권력을 주장했던 보니파치우스 8세 역시, 시대의 물결에 따라 부정당했듯이, 주식회사의 주인이 CEO라는 생각은 앞으로 사라져야 할 과제라고 주장한다.
# 자본주의를 극복하는 것이 마르크스-레닌주의는 아니다.
개인이 모든 돈을 투자한 개인회사라면 개인의 권리가 주장되는 것이 당연하지만, 저자는 주식회사는 주주들의 돈을 모아서 만든 회사이기에 주주의 권리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리고 회사 역시, 회사의 노동자들이 중심이 되어 사장을 뽑는 권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흥미로운 점은, 자본주의의 반대인 마르크스주의로 현상을 설명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유시민씨와 채만수 노동사회과학연구소장의 비판이 그들은 모두 자본주의의 극복을 마르크스-레닌주의와 동일시한다며, 자본주의를 극복하는 길은 다른 길도 있다고 이야기한다.
# 비정규직, 실업 등의 한국의 문제 - 삼성과 같은 재벌이 없어지려면...
저자는 회사의 변천사와 주식회사에서 주주가 아닌 경영자의 힘이 커져 독식한 경우로 삼성을 지목한다. 44억으로 2조 2179억 상당의 주식을 소유한 자본가로 거듭난 경우와 78개 기업집단의 실질적인 주인이 된 현실을 비판한다.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는 일들이 현실에서는 존재한다. 당연히 말이 안되는데 현상이 일어난다. 삼성이 없으면 한국이 망한다며, 삼성에 대한 비난을 하면 안된다는 이야기와 CEO의 능력을 평가하지 않고, 세습을 하더라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모습은 자본주의, 경쟁, 자유사회를 살펴보더라도 말이 되지 않는데, 자연스럽게 그런 과정으로 되고 있다.
기업이 국가를 지배하는 기업국가라는 말은 대기업의 매출은 사상 최고지만, 고용지표는 최악인 현실이 말해주고 있다.
# 독일과 일본의 모델을 생각하다.
이 책의 흥미로운 점은 독일과 일본의 주식회사의 경영모델이 소개되었다는 점이다. 독일의 노동자들도 평의회를 조직해서 경영과 임금시간과 여러 가지를 협상할 수 있는 시스템과 일본의 연공서열 모델과 꾸준히 성장하면 사장으로 독립할 수 있는 마쓰이 모델을 소개한다. 일본의 재벌은 전쟁의 패전이후 해체의 길을 걸었지만, 일본의 독특한 문화로 인해 연공서열의 시스템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고 한다.
한국은 IMF를 계기로 구조조정이 시작되면서 노동자들이 회사에 대한 애착심이 사라졌다고 생각한다. 능력있는 사람들이 언제든 떠날 수 있는 미국식 모델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고 할까. 능력이 없는 자가 불평을 하는거지, 억울하면 출세하라는 자연스러운 논리를 무의식적인 사회에 통용되고 있다. 경쟁에 목매는 이유 역시, 이러한 연장선이라 생각한다.
저자는 독일의 오케스트라처럼, 합창단원이 지휘자를 초빙하는 시스템으로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적 현실에서 이러한 과정이 단시간 내에 되지 않을 것 같지만, 이러한 상상력의 시도는 계속 이루어져야 한다 생각한다.
저자의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현실적으로 가능할까라는 생각이 머리를 맴돈다. 산업혁명이 시작되었을 때, 왕조가 무너졌을 때 과도기를 지났던 사람들 역시 이런 고민을 안고 시대를 살았을 것이다. 정보화과정이 계속되다 보면, 모두가 1인 기업으로 남고, 노동의 유연성만 남는 지식노동의 시대로 변화할 가능성도 높다. 재벌총수는 잘되면 내탓, 잘못되면 계열사 사장탓으로 해결하는 이 문제만은 꼭 해결되기를 바란다.
존경하고 싶은 재벌총수가 없는 현실이 슬프다. 사회적으로 건강한 CEO, 노동자들에게 존경받는 CEO가 나오기를 바래본다.
2012.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