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자 : 주진우의 정통시사활극
주진우 지음 / 푸른숲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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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힘든 싸움, 피하지 않는다.

  

     

  용감해지는 일은 쉽지 않다. 주변을 배려할 수 없고, 여러 가지 어려움도 따른다. 민간인 사찰이 아니더라도, 언론에서는 대기업에 관한 불편한 뉴스를 광고 때문에 마음껏 보내기 힘들고,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면서 지금 이렇게 유지되고 있다. 고개를 돌려보면, 쌍용자동차, 강정마을, 전북고속, 노사문제, 약자문제, 용산, 대추리, 핵발전소 등 다양한 사회관계의 토론과 협의가 필요한 사항들이 많다. 치적을 말하는 일은 쉽지만, 불편함을 말하는 일은 쉽지 않다. 힘든 싸움을 피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저자의 글에는 힘이 있다.
   
  '안 될거야', 무력해지는 마음에 힘을 준 게 기성의 정치인과 언론이 아니라, 골방에 있던 루저들의 세 사람이었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절망에 빠진 사람들이 나, 이렇게 죽겠지만, 그래도 쉽게 포기하지 말자라고 외친 '쫄지마'라는 단어가 2011년을 휩쓸었다. 언론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기에 생긴 현상이라 생각한다. 비상사태라고 할까. 나꼼수 멤버 4명 중의 가장 먼저 나왔어도 좋았을 주기자의 책이 마지막으로 나왔다.
 
   
# 나꼼수의 힘, 탐사보도.
   
   
  폭로는 짜릿한 재미가 있다. 남 걱정을 해주면서 동질감도 느끼고, 친분을 쌓는다. 폭로라는 형식에서 시작했던 나꼼수는 여러 가지 과정을 거치면서 진화하였고, 콘서트와 티셔츠, 달력판매, 최근에는 오프라인 카페 오픈까지 다양한 수익모델의 시험도 하고 있다. 명예훼손과 모욕죄, 고발이라는 무기에 맞서는 큰 힘은 탐사보도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나왔던 박근혜 대표와 손수조 후보사이에서 나왔던 썬루팅 차량을 일일이 렌트카에 전화하고 확인하는 과정들에서, 그 사이에서 벌어지는 불편한 상황을 통해, 아 우리도 쉽게 약자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주기자』에는 10년간 많은 이가 피해왔던 성역의 금기에 관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삼성, 검찰과 경찰, BBK, 순복음교회, 성폭행과 최진실씨 사건까지, 기사 뒤의 이야기와 그 기사를 쓰기까지 뒤에서 보이지 않게 도와주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누군가 정면에서 드는 짱돌 뒤에는 그를 보이지 않게 도와주는 사람이 버티고 있다고 할까. 간지를 중요시하는 주기자의 매력을 좋아하는 이에게는 17살 치기어린 아이의 감성의 의미를 알게 된다.
   
   
# 세상의 약자에게 시선을 돌리다.
   
   
  진영논리를 좋아하지 않는다. 인권, 기본적인 권리, 특히 약자가 보호받는 세상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음식점에서 내가 밥을 먹을 때, 내가 서비스 받는다는 식으로 종업원에게 과한 대우를 받으려는 마음 대신, 적은 임금으로 장시간 쉴틈 없이 일하고 고생하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 살인을 당한 피해자는 항변을 할 수 없고, 힘이 없는 약자는 입이 있어도 외치기 힘들다. 잘 들어주지도 않는다. 약자로 불리는 마이너로 불리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고, 같이 욕이라도 해주려는 그 마음이, 그의 책의 최대의 성과라고 생각한다.
   
  편파적으로 약자의 입장에서 쓴 책이다. 룰이라는 것도 힘센 놈들이 만들었다는 그의 말에 동의한다. 대기업, 공기업, 안정된 자리에 들어가려는 이 순간에도, 그 자리를 불안해하면서 유지하는 그 순간에도 누군가는 불합리하게, 힘들게 말도 못하면서 지내고 있다는 현실을 알려주는 책이다.
   
  주기자가 주목받지 않고, 언론이 균형을 이루는 세상이 오길 기원한다. 누군가에게 큰 짐을 지우는 건 파시즘의 광풍으로 가는 첫 걸음이다. 책으로 지금도 고생하고 있는 독립유공자 후손과 낙인으로 인해 사회적으로 힘겨운 삶을 사는 이에게 관심을 가지는 이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한국사회의 절반이 그런 생각을 하는 사회를 꿈꿔본다. 모두가 아이를 낳으려 하고, 이민가고 싶은 한국이 아닌, 살아보고 싶은 한국이 되는 그런 한국사회를.

2012.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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