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철학이 필요한 시간 - 강신주의 인문학 카운슬링
강신주 지음 / 사계절 / 2011년 2월
평점 :
간혹 인간이 겪는 고통의 양은 불변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단지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고통을 일시불로 갚느냐, 아니면 할부로 갚느냐를 선택할 수 있을 뿐이다. 정직하고 솔직하다는 것은 일시불로 고통을 겪어내는 것이다.
반면 자기 최면과 위로에 빠진다는 것은 할부로 고통을 겪어내는 것이다. 할부로 고통을 겪는다면 할부가 끝날 때까지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가능성도 사라진다. 일시불로 정직하고 솔직하게 고통을 겪어내자. 그러면 남은 삶을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희망이 우리에게 덤으로 남겨질 것이다. - 16p
- 본문 중에서-
# 세상을 향한 다양한 시선.
논란의 시대, 쟁점의 시대에 살고 있다. 등록금에 관한 다양한 입장, 노동자에 대한 다양한 시선이 가득하다. '해병대 총기난사'만 보더라도, 가혹행위의 관점에서 보는 시선, 집단 따돌림, 인권, 가해자의 시선, 피해자의 시선,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바라보는 시선 등 다양한 이야기가 넘쳐난다.
저자는 솔직함과 정직함이란 시선으로 철학과 인문정신을 이야기한다. 술만 마시면 폭력적으로 변하는 남편이 오늘도 어김없이 아내를 때렸다. 거짓된 인문정신은 아내에게 다음과 같은 '좋은 생각'을 하라고 이야기한다.
"오늘 남편이 한 대만 때렸어. 어제까지는 두 대 이상 때렸는데 말이야. 오늘은 운이 좋은데."
혹은 "남편이 나를 때릴 수 있다니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몰라. 아직 그가 나를 때릴 정도로 건강하다는 증거니까 말이지."
반면 참다운 인문정신은 아내의 귀에 다음과 같이 속삭일 것이다.
"나를 사랑한다고 하면서 폭력을 행사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남편에게 자신의 삶이 있는 만큼, 나도 나의 삶을 돌보아야 할 권리, 아니 의무가 있기 때문이야."
.. 어느 경우든 정직하게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는 순간, 아내는 남편이 어떤 사람인지, 혹은 둘 사이의 관계가 어떤 것인지를 정확히 이해하게 될 것이다. ... 간혹 인간이 겪는 고통의 양은 불변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단지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고통을 일시불로 갚느냐, 아니면 할부로 갚느냐를 선택할 수 있을 뿐이다. 정직하고 솔직하다는 것은 일시불로 고통을 겪어내는 것이다. 반면 자기 최면과 위로에 빠진다는 것은 할부로 고통을 겪어내는 것이다. 할부로 고통을 겪는다면 할부가 끝날 때까지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가능성도 사라진다. 일시불로 정직하고 솔직하게 고통을 겪어내자. 그러면 남은 삶을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희망이 우리에게 덤으로 남겨질 것이다. - 16p
어떤 사건을 이야기할 때, 꾸준한 틀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없으면, 비난이나 무조건의 칭찬하기 쉽다. 누군가를 이유도 없이 매도하거나, 그냥 뉴스에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비난 또는 칭찬하기보다, 행동의 이유를 살피고, 나만의 가치관을 정하는 일은, 다양한 사건과 유혹들이 생겼을 때 내 행동의 이유가 생겨 좋다.
48인의 각자 스타일이 독특한 현인 및 사상가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철학과 신념이라는 것이
인간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침을 배운다.
누군가를 깊이 알기보다, 그의 생각을 주변에서 알 수 있는 예화를 통해 많이 알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책이다. 삼국지의 유비가 조자룡을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 행위를 분석해서 도가의 사상을 이야기한다. 왜 모든 군주들이 유비나 세종대왕처럼 되지 못했을까?
그것은 물론 능력 있는 사람을 간파하지 못한 안목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능력이 없는 사람을 능력이 있는 사람으로 착각하고, 그에게 유비처럼 자신이 가진 소중한 것들을 주었던 것이다. ... 결국 인간을 통찰할 수 없는 눈을 가진 군주에게 덕의 논리는 자멸로 가는 지름길일 수도 있었던 셈이다. 국운을 쇠망하게 했던 군주들 옆에는 항상 능력이 없거나 구변이 좋은 신하들이 가득했던 것도 다 이유가 있는 셈이다. - 271p
철학을 맛볼 수 있는 '종합선물세트'라는 생각을 했다. 깊이보다 다양하게 만날 수 있는 점은, 저자가 꾸준히 내는 책들을 통해 알 수 있다. 어쩌면 강신주의 '철학'이 담겨있는 책이다. 무거운 철학이 좀 더 새롭게 다가왔다. 한 달에 한 번은, 책을 통해 사상가들과 대화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