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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벼라, 빈곤 - 우리 사회의 빈곤에 맞서는 통쾌한 외침!
유아사 마코토 지음, 김은진 옮김, 우석훈 해제 / 찰리북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시게마츠 : 성실함만 강조한다면 너무 힘들고 괴롭잖아요. 아니, 지나치게 성실하면 나중에는 지쳐 버리지요. 그러니까 활동도 이를테면 나는 매일은 할 수 없지만 주말만 활동한다든가 하는 식이면 좋겠지요. 편안하면서도 진지하게 말이죠.
유아사 : 작은 활동가는 정말 그렇게 활동하는 사람들이지요. 그런 사람들이 늘어가야만 사회도 훨씬 더 품이 넉넉해질 것이고 살기 좋은 사회로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232p, 본문 중에서-
# 구조적 빈곤, 고개를 돌린다고 외면할 수 없다.
88만원 세대, 공무원에 대한 열망, 불안한 미래. 청년들에게, 그리고 삶의 기회를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빈곤은 더 이상 낯선 단어가 아니다. 지금도 내일의 꿈을 위해서, 많은 이가 공무원 시험 및 각종 시험과 대기업, 취업의 꿈을 꾸지만.. 모두가 열심히 노력하면, 취업 컷트라인이 올라가지, 모두가 공무원이 될 수 없다.
'의자 뺏기 게임', 앉을 수 있는 자리는 적은데, 앉으려는 사람은 너무 많은, 치열한 경쟁위주 사회다. 도태된 이에게는, '니가 노력하지 못해서 그렇다'라는 냉소와 '자기책임론'만을 강조하는 사회,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는, 노력하지 않고 날로 먹으려 한다는 비판으로 지금까지 그렇게 빈곤은 외면되어 왔다.
일본에서 빈곤문제가 큰 전환점을 맞이한 건, 도요타 자동차처럼, 대기업 파견사원이 대량회고를 당하면서, '자기책임론'이라 부를 수 없는 상황이 나타나서부터이다. 한국 역시, 서브프라임과 여러가지 문제들이 직면했을 때, 관리자와 실제 책임자는 책임을 지지 않고, 가장 취약계층에 있는 사람들이 희생되고 구조조정 되면서, 피해의 악순환이 반복된다. 서브프라임으로 인해 취업의 기회조차 받지 못한 취업재수생들, 이때가 아니면 취업하기 힘들다는 보이지 않는 나이로 인한 장벽, 능력이면 다 된다는 사회분위기가 한국의 현실이다. 공부할 수 없는 여건에 있는 이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 현실은, 삶을 꿈꾸기보다, 절망과 비탄을 응시하게 만든다.
# 모두가 자신의 불만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사회를 꿈꾸다.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가 생겼을 때, 가장 먼저 움직여야 하는 이는 지식인들이다. 언론과 학자, 교수들은 사회의 문제에 대해, 말하지 못한 이들을 대신해서 그들의 분노와 괴로움, 힘겨움, 절망의 이유를 대신 말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올림픽이라는 큰 이슈, 경제극복이라는 큰 이슈만을 선점한 채, 파업으로 고통받는 노동자들, 사회의 사각지대에서 고통받고 있는 기회를 잃은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말이 없다. 실질임금은 떨어지고, 금리가 올라가고, 물가가 올라가는데도, 공공요금은 올라가지만, 그에 대한 대안은 없고, 데이터요금제 폐지라던지, 기업의 이윤을 위한 정책에 대한 논의는 많은 언론들을 통해 다양하게 이슈화된다. 자본이 언론과 정치까지 통제하는 사회, 기업사회에서 노동자가 취약계층이 일어설 공간은 부족하다.
'밑천'이 많은 사람에게는 그 목표가 그리 높지 않지만, '밑천'이 적은 사람에게는 그 목표라는 것이 엄청나게 높아 보일 수 있다. - 40p.
'똥돼지' 사건이 사람들에게 큰 이슈를 나은 것도, 주어진 혜택이 많은 사람들이 그 지위를 이용해서 부당하게 기회를 얻은 것에 대한 반감이 크기 때문이다. 지위가 아니더라도, 상류층이나 부모의 지위와 경제력이 의해, 자식의 직업의 선택의 폭이 선택되어지는 한국의 현실에서, '대부분 니가 잘나서 그 자리를 차지하면 되잖아'라는 외침 뿐, 사회를 바꿔야 한다는 말을 하지 못한다.
도쿄대 법대 대학원까지 나온 저자의 경력이 아닌, 모두가 불만을 이야기 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저자의 외침이 좋았다.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는 풍경, 모두가 익숙하다고 느끼지만, 누군가가 먼저 그 벽을 깼기에, 그 다음에 좋아지는 사회적 관용의 벽을, 빈곤까지 넓히자고 이야기하는 저자의 활동가의 모습이 좋았다.
일할 때의 기초상식, 일본의 교육비, 부의 재분배, 넷카페 난민, 파견 노동과 파견 해고, 홈리스, 생활보호, 세계 대불황, 사회보장의 역사, 글로벌 경쟁까지. 구조적으로 혼자서 버텨야 하는 빈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자에 앉지 못한 사람들이 충분히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진지한 언급이 인상적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인식을 바꾸는 책이 가장 멋진 책이라 생각한다. 무언가를 알려주는 책이 아니라, 작은 손이라도 나도 도와볼까 하는 작은 행동을 이끌어 내는 책, 이 책이 그렇다. 빈곤은 나의 문제가 아닌걸 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어떤 사람도 사람답게 살아갈 권리가 있지, 그렇구 말구'라며, 내가 행동할 수 있는 최소한의 행동이 무얼까 고민하게 만드는 책.
마코토의 외침을 조용히 듣다보면, 한국의 외곽지대에서 다른 사람들의 나은 생활을 위해 분투하고 있는 활동가의 모습이 보인다. 어쩌면 세상은, 보이지 않는, 그들의 작은 노력에 의해, 새벽에 첫 차로 출근하는 환경미화원 분들의 숨은 노력에 의해 그나마 버티고 있다고 생각한다.
최소한의 생활을 위한 경계는 무엇일까. 그것을 위해 우리의 세금을 어떻게 써야 하는가, 어떻게 사용하는게 가장 좋은지, 언론이 말하는 추상적인 이야기가 아닌, 현실의 우리의 눈높이에게 말을 계속 꺼내는 일이, 용기도 없고, 시위를 할 자신도 없는 이에게 가장 강력하고 힘 있는 변화의 시작이라 생각한다. 자꾸 말하다 보면, 용기도 생기고 행동도 시작된다. 그 말은 누가 해 주는 것이 아니라, 지금 깨어있는 한 사람이 시작하면 된다. 소심해서 용기가 없는 지인에게 좀 더 힘내자는 이야기를 하는 대신, 이 책을 한 번 더 읽어보자고 권유할까 생각을 했다.
딱딱하고 경직된 운동이 아닌, 자유롭게, 하지만 무례하지 않게 자신의 불만과 대안을 말하는 사회를 꿈꾼다. 이 책은, 자민당 장기집권의 몰락과 민주당의 변화를 만들어냈던 한 사람의 진지한 고민의 기록이기도 하다. 정권이 바뀐다고 사회가 바뀌진 않지만,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사회는 더 나아진다 생각한다. 그 변화를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지금 여기에서의 문제를 외면하지 않는 일이다. 귀찮다고, 피곤하다는 변명을 하지 않는 일. 부담스럽고, 무겁지 않게, 대화할 수 있는, 시작의 방법을 고민하게 만드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