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하라
스테판 에셀 지음, 임희근 옮김 / 돌베개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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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관심, 가장 비겁한 행동.

 
  하루 하루 지날수록 숨이 가파온다. 시내버스 요금부터 공공요금은 오르고, 일자리는 찾기 어렵고, 물가는 구름 위를 걷고 있다. 쏟아지는 비리로 가득 찬 뉴스는 볼 때마다 머리가 아프다.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오랜만에 만난 지인에게서 사람들을 만나기 겁이 난다는 이야기로 대화를 나눴다.

  무관심, 회피, 내 일이 아닌데... 경제 위기, 살인적인 물가를 겪으면서 드는 생각과 행동이다. 바꿔야 하는데, 화내야 하는데, 내가 바꿀 수 있을까,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그래봐야 조금 있다 사라지고 마는 건 아닐까, 반값 등록금을 내 건 시위도, 크레인 위에서 목숨을 걸고 1년 넘게 싸우는 이에게도 잠깐의 눈속임이 지나고 나면 다들 외면하는 현실인데... 현실을 바꿀 수 없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할까. 이런 마음만 가득찼다. 


  좋은 자리는 정해져있는데, 모두가 열심히 노력해서 의자에 앉으려하는 '의자 뺏기 게임'이라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정해진 자리는 한정되어 있고, 나머지는 힘들고 어려운 삶을 아무 배려없이 살아야 한다. 의자에 앉지 못한 이에게 다가오는 건, '루저', '열심히 하지 그랬어'라는 비난과 열심지옥에서 더 노력해야 한다는 절망 뿐이다.

  현실은 어렵지만, 해답은 보이지 않고, 아무런 대책도 보이지 않을 때 이 책을 만났다. 분노하라! 


# 지지하는 정당을 선택하는 일에서, 분노는 시작된다.

  
  누군가를 향한 비난을 하라는 메시지가 아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독립투사라 할 수 있는, 레지스탕스 활동을 한 93세의 노 활동가는 타인을 배제하고, 참여라는 방법을 잃어버린 젊은 세대들에게 분노라는 이름으로 사회를 들여다보고, 무기력의 어둠에서 나오라고 외친다. 

  첫번째로 제시한 분노의 사항은 극심한 빈부격차, 그리고 인권. 프랑스에서는 이민자에 대한 태도가 문제가 된다면, 우리나라에서는 다문화세대에 대한 차별과,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 크게 늘어난 부동산과 금리, 물가와 무책임한 정부의 대응이 분노할 대상이다. 분노할 일은 많지만, 합법적으로 분노를 표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현실, 어쩌면 분노의 적극적 분출 방법을 찾는 일부터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39페이지도 안 되는 짧은 내용은, 지금의 현실을 돌아보게 하고, 더 나은 방법을 고민해보게 한다. 물론, 뚜렸한 방법이 제시되진 않는다. 스무살이 넘으면 다 알게 되듯, 세상은 좋은 방법 하나가 모든 걸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실타래처럼 얽힌 일듯이, 그때그때 변화하면서 더 나은 방향으로 가던지, 더 힘들어지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저자는 지지하는 정당을 선택하고 지원하는 일에서부터 자신의 입장을 정하고, 하나씩 행동해나가자고 외친다.

  그냥 모르는 척 외면하다보면, 나를 지켜주던 사람들은 다 사라지고, 지옥 속에서 홀로 버텨내야 한다는 현실, 알지만, 실제 움직이려 하면 여러가지 제약들이 한 걸음을 내딛지 못하게 한다. 힘들다는 외침을 모르는 척 하지 않고, 함께 화내주는 일, 고개를 끄덕여주는 일에서 공감과 분노가 시작된다는 생각을 했다. 내 일에만 파묻히지 않고, 다른 주변의 일에 귀기울여 주는 일, 대학등록금이 나와 상관이 없더라도, 내 친구, 내 엄마의 동생, 내 친척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관심을 가져 주는 일, 그리고 함께 방법을 찾아본다.
  
  조금만 변화가 지속되다 보면, 큰 흐름으로 형성될 거라 믿는다. 그러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외면과 무관심이 아닌, 분노와 참여와 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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