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을 지키고 싶어했던 여인. 한 권의 책을 통해, 세상과 맞서 싸우고, 변화를 만들어 낸 여인. 뻔한 남자보다, 멋진 여성이 세상의 많은 변화를 가져다 주었다. 디버블링에 나오는 4명의 여성처럼.


살충제를 향한 정부의 입장과 싸워가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원전을 향해 싸워가는 누군가를 떠올린다. 살충제의 문제를 제기해, 세상을 바꾼 그녀처럼, 원자력의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이는 얼마나 될까. 경제성장이 떨어진다는 말 한마디에 모든 걸 바꿀 수 있는, 지금의 현실 인식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문제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을까.

조직 활동을 하지 않은 그녀가 세상의 흐름을 바꿨듯이, 그 흐름이 나왔을 때 지지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꼭, 사회 단체를 만들지 않더라도, 우리가 조금씩 더 관심을 가지고,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나눠간다면, 조금 더 세상은 더 밝은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습작단의 다양한 1차저자들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자기 언어로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그런 일, 뭐 그런건 어려우니까. 생태소모임을 통해, 그 희망의 끈이 끊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20p.

  카슨은 침묵하고 있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자신이 사랑해 마지않던 메인 주 해안의 조수 웅덩이와 신비스러운 동굴들을 속속들이 들여다보면서, 아무리 작은 피조물일지라도 무자비한 해양의 조류에 맞서 비록 덧없을망정 집요하게 삶을 위한 투쟁을 계속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한밤중 바위투성이 해변 위로 기어오르는 고독한 게, 너무나 가녀리지만 도무지 잡히지 않는 날쌘 그 게들의 인상적인 광경을 향해 손전등을 비추곤 했다. 그 모든 생명체들이 위험에 빠지고, 급기야 인간의 삶마저 위기에 처하게 되자, 그녀는 더는 팔짱만 끼고 묵묵히 관망할 수 없었다. 그녀를 상원 청문회장으로 이끈 것은 바로 이 사명감이었다. 이것은 그녀가 죽기 전 힘겨웠던 5년 동안 내내 그녀를 지탱시켜 준 힘이었다. 

  레이첼 카슨은 무슨 대중 운동에 불을 지필 것 같아 보이는 사람은 결코 아니었다. 그녀는 자신의 고독을 소중하게 여겼으며, 자신의 사생활을 지키고 싶어했다. 조직 활동에는 거의 발을 들여놓지 않았다. 그렇더라도 그녀는 마치 애초부터 증언을 위한 사람으로 예정되어 있었던 것만 같다. 그녀는 전후의 풍요 속에서 되레 무기력해진 중산층을 향해 그들이 귀를 솔깃 세울 언어로 혁명적인 책을 집필했고, 이 책을 통해 그들이 방기하고 있는 책임감을 일깨워주었다. 이 한 권의 책을 통해 카슨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생명에 대해 자신이 갖고 있던 비전을 사람들과 나누었다. 그녀는 바다에서, 새의 노랫소리에서 생명의 경이와 신비를 발견했다. 이러한 경이와 신비를 위해, 그리고 모든 생명체의 보전을 위해 나선 그녀의 증언은 끝내 거대한 변화를 이끌어내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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