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에 관한 책 이어읽기로, 『아픈 아이들의 세대』와 『레이첼 카슨 평전』을 도서관에서 대출했다. 아픈 아이들의 세대는 나와 상관 없다 생각했다. 도시 아이들 아픈 것 까지, 내가 걱정해줘야 하나. 싫으면 농촌으로 내려와 살던가. 그랬는데,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의 오염도와 한량님과 himjin님이 말했던 아토피의 고통과 한양방 치료들을 생각하며, 그들이 남이 아니게 느껴졌다. 무엇보다 요새 중, 고등학생들을 많이 만나나보니, 아이들이라는 말에 관심이 갔다. 

  2005년에 우쌤은 이미 가망이 없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때는 MB가 이렇게 빚도 많이지고, 토건에 올인할지 몰랐을 때라서, 아이들 걱정까지 할 여유가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디버블링에서 보이는 어두운 분위기는, 2005년에도 여전히 우울한 현실인식과 대안 없는 방안으로 이어진다.  

  그래도 마지막 에필로그에 희망을 꿈꾸는 부분이 있어 글을 올려본다. 

  나중에 생태 소모임에서 기회가 된다면, 아줌마 참석자와 도시생활자의 경험을 충분히 들어볼 수 있는, 아토피, 건강, 아이들 특집을 만들어 이야기를 해 보았으면 좋겠다. 맛있는 식품법 혁명도 떠오르고, 다양한 책들과 이야기거리가 생각난다.  

253p.  

  10. 어린이 경제교실이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있다. 뜻은 가상하지만, 프랑스나 영국 혹은 독일에서도, 미국에서도 이런 프로그램을 본 적이 없다. 우리나라가 지구상에 유일하다고까지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아주 드문 나라 중의 하나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초등학교부터 중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재테크나 주식투자법을 캠프까지 보내서 배우게 하는 나라도 우리나라밖에 없을 것 같다. 

  그런 '경제 교육'은 사실 아이들이 아니라 부모들이 원해서 하는 것이다. 배금주의에 찌든 것은 아이들이 아니라 부모들이다. 돈이 최고가 아니라는 것을 배울 때 비로소 제대로 된 시장사회든 자본주의사회든 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는 도덕에서 나온다. 아담 스미스가 <<국부론>>을 쓰기 전에 <<도덕감성론>>을 먼저 썼다는 얘기나, 그가 경제학자 교수가 아니라 철학과 교수였다는 얘기는 어지간해서는 알려주지 않는다. 우리 사회는 지금 '돈독 오른 사회'다. 그래서 아이들에게도 돈독이 오르도록 만든다. 그리고 돈독 오른 사회의 끝에서 아픈 아이들의 세대가 생겨나고 있다. 누구도 남 탓하기 어렵고, 누구도 책임을 전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11. 아픈 아이들의 세대는 해방 이후 나타났던 여러 세대와는 전혀 다른 특징을 가질 것 같다. 아토피를 앓는 많은 아이들이 집 밖으로 잘 나가지 못하고 대인기피증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앞으로 서울에서 나고 자라는 아이들은 혼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할 것이다. 

  더 많이 생각하고 더 고민할 수밖에 없는 이 특별한 세대가 자라나면서 세상의 모습은 많이 바뀔 것이다. 지금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이상한 교육장치들도 이 아이들이 자라나면서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어른들이 자신의 꿈과 희망을 투영해서 만들어낸 야릇난 이데올로기들도 자연스럽게 해체되고 해소될 것이다. 도저히 먹을 수 없는 음식들로 가득 차 있는 음식산업이나 눈에 보이는 것 위주의 인테리어산업 같은 것들도 모습이 많이 바뀔 것이다. 건강한 사람들은 상관이 없던 작은 이물질에도 이 특별한 세대는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아이들이 어른이 되면서 돈이면 최고라는 가치관도 사라질 것이다. 이 아이들의 증세와 통증은 돈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아이들이 성년이 되었을 때 비로소 우리 사회는 선진국 혹은 살 만한 나라를 향한 첫 발을 떼게 될 것 같다. 북한의 '고난의 행군 세대', 그리고 남한의 '아픈 아이들의 세대', 그들이 손을 잡고 열어갈 세상의 모습은 지금 어른들이 상상하고 그리는 세상과는 전혀 다른 세상일 것이다.

  12.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아이들이 살아남아서 그렇게 열리는 새로운 세상을 보았으면 좋겠다. 새로운 세상을 위해 지금 부모들이 해줄 수 있는 일은, 아이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을 마련해주고, 아프지만 웃음을 잃을 수 있지 않도록 도와주는 일이다. 지금은, 온 사회가 어머니의 마음을 가져야 하는 순간이다. 어머니, 그 이름을 나지막이 불러본다. '아픈 아이들의 세대'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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