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농장.파리와 런던의 따라지 인생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37
조지 오웰 지음, 김기혁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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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오웰인가!
 
 
  7살 때, TV만화로 <동물농장>을 봤었다. 돼지들이 말을 하는 것이 신기했다. 인간들을 몰아내고 만든 동물들의 세계에도 시간이 지나면서 차별이 존재하고, 계급이 나뉘고, 다시 인간이 돼지를 사육하는 것과 비슷한 형태로 반복되는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사회라는 공간에서 살아오며, 다시 <<동물농장>>을 읽었다. 어렸을 때, 몰랐던, 정치 풍자소설이라는 걸 알았고, 공산주의가 무너진 지금도, 돈과 권력을 통해, 같은 현상이 반복되는 현실이 보인다. 작가의 예리한 통찰력이 틀리길 매번 바라지만, 아직도 작가의 소설은 현실사회의 모순을 잘 짚어내는 작품으로 존재한다.
 
  물가는 오르고, 월급은 동결이나 깎이고, 삶이 지옥처럼 느껴지는 4년을 보내고 있다. 인간에서 동물로 바뀌면 세상이 달라질까?라는 문제의식은, 다음 대통령에 누가 되더라도, 돼지들처럼 변하지 않을까하는 우울한 현실을 바라보게 한다. 왜 어두운 전망을 그리는 소설을 읽어야 할까. 왜 오월을 읽어야 할까. 인간에 대한 기대는 늘 배신당하고, 우울한 현실을 바꾸기 어려워보여도, 결국 그 변화의 시작은 한 사람의 생각과 대화에서 시작되기에, 지금 오웰을, 현실을 보는 일을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몇몇 동물은 다른 동물보다 더 평등하다.
 
 
  외교부 장관의 딸 특혜채용에 관련된 사건, 재벌 그룹 총수가 개인의 사익을 위해 회사에 누를 끼쳤지만, 올림픽을 유치한다는 명분으로 사면되는 사회에 살고있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지만, 몇 몇 인간은 다른 인간보다 더 평등한 오웰의 말이 잊혀지지 않는다.
 
  인간에게 착취당하던 동물들은 늙은 수퇘지 메이저가 꾼 꿈을 통해, 인간의 지배가 아닌 새로운 세상을 꿈꾼다. 스노볼, 스퀼러, 나폴레옹의 세마리 돼지들이 ’동물주의’라는 사상을 들고, 동물들만의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혁명은 성공했고, 모두가 성실히 일하고, 글씨를 가르쳐 주는 새로운 세상이 생기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혁명을 주도했던 세마리 돼지들은 서로 자신들끼리 돼지들이 사과를 독점할 수 있게 만들고, 다른 동물들을 설득한다.
 
 
  동무들! 여러분이 우리 돼지가 이기심과 특권의식으로 이러는 거라고 생각하진 않겠지요? 사실 우리 중 상당수는 우유와 사과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나도 좋아하지 않아요. 우리가 이걸 먹는 유일한 목적은 건강을 위해서입니다. 우유와 사과에는(동무들, 과학적으로 증명되었어요) 돼지의 건강에 필요한 필요한 영양분이 들어 있어요. 우리 돼지들은 두뇌 노동자입니다. 이 농장의 경영과 조직은 전적으로 우리에게 달려 있습니다. 밤낮으로 우리는 여러분의 복지를 위해서 애쓰고 있습니다. 우유를 마시고 사과를 먹는 건 오직 ’여러분’을 위해서입니다. 우리가 부여된 의무를 이행하지 못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여러분이 상상이나 하겠습니까? 언젠가는 존스가! 돌아올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존스는 반드시 돌아옵니다! 틀림없어요. 동무들." 스퀼러는 이러저리 뛰어다니고 꼬리를 흔들면서 호소하듯 외쳤다. "여러분 중에 존스가 돌아오기를 원하는 자는 아무도 없겠지요?"
 
 
  지배계층이 피지배계층을 설득하기 위해 다양하는 방법의 원천이 여기에 다 들어있음을 보았다. 한 장, 한 장 넘길때마다, 지나왔던 역사가, 지금의 현실이 다시 새롭게 보인다. 역사를 통해 현실을 다시 보는 것처럼, 고전을 통해 현재에 던져지는 의문의 원인과 변화의 씨앗을 찾는다. 아직도 문제제기가 유효한 작품을 고전이라 한다면,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은 여전히 고전의 자리에 있다.
 
  어제, 초등학교 6학년인 사촌동생과 대화를 했다. 게임을 좋아하고 놀기를 좋아하는 동생과 이야기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모두가 행복해지는 세상을 꿈꾸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갈수록 취업도 어렵고, 평생일자리도 없기 때문에, 빨리 니가 잘하는 걸 찾아, 먼저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 노력해야 해라고 말하는 내 자신을 보았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 다른 사람을 소중히 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가까운 이에게 현실에 맞게 요령껏 사는 모습을 이야기하는 나. 어쩌면 모두가 내 가까운 사람들을 생각하고, 누군가 좋은 사람이 좋은 세상을 만들어줄거라는 근거없는 기대를 하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그 대가를 치르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어떤 사상이 세상을 바꾸는 게 아니라, 한 사람의 마음이 다른 사람의 마음을 변화시키며, 세상은 조금씩 함께 사는 세상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누군가’ 해주기를 기대하는 마음이 아닌, 나부터 변화의 시작을 만드는 일, 오웰과의 대화는 늘 어두운 밤에 만나지만, 새벽의 일출을 기다리게 하는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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