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 - 20대와 함께 쓴 성장의 인문학
엄기호 지음 / 푸른숲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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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 살기 바쁜 세상이다. 다른 사람에 대해 생각할 여유도, 사회에 대해 고민하는 낭만도 사라진지 오래이다. 혁명을 꿈꾸기에는 사회는 너무 단단하고, 내 한 몸 잘 살 여유를 갖고 싶지만 제도적으로 희망을 보기는 어렵다. 신입사원 임금삭감에 한 번 울고, 고용없는 성장으로, 취업대란에 불안에 떨어야 하는, 공부만 잘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환상이 지배하는 사회에 사는 20대의 현주소이다.
 
  우파들은 눈높이를 낮추라 하고, 좌파에서는 짱돌을 들 힘도 배짱도 없다며 비겁하다고 이야기한다. 여기에도 저기에도 치이는, 가련한 존재, 20대, 지금 우리들의 이야기가 나온다는 사실만으로도 20대에게 위안이 되는 책이라 생각했다.
 

#  왜, 바뀌지 않을까? 왜 꿈꾸지 않을까?

 

 

  왜, 우리는 바뀌지 않을까? 왜 우리는 꿈꾸지 않을까로 접근하는 저자의 시선이 날카롭다. 20대가 문제라는 시선에서 시작하는 잔소리가 아니라, 지금 현재 여기에서 20대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대학, 정치, 교육, 가정, 사랑, 소비, 돈, 열정, 잉여까지... 대학생들의 고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덕성여대와 연세대학교 원주캠퍼스에서 학생들과 함께 고민하고 쓴 책이기에 20대 대학생들이 실제 마주하는 고민들이 그들의 고민을 깊게 고민하게 한다.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알지만, 세상을 바꾼 이후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혜교의 고백에 아무 대답도 할 수 없는 현실, 무엇 하나가 달라진다고 해서 변함이 없다는 것을 아는 20대의 냉철한 현실인식에 무슨 말을 해 주어야 할지 고민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하면, 의미없이 희생을 강요하는 것 같고, 그렇다고 애쓴다고 당장 무언가가 변하지 않는 현실, 왠지 개미지옥처럼, 더 열심히 움직여도 죽고, 빠져나갈 수 없는 덫에서 허우적되는 그들의 현실이 우리가 겪고, 앞으로의 세대도 끝없이 겪어야 하는 모순이라는 사실만 확인했다.
 
  사교육을 시키고 싶지 않지만, 사교육을 받고, 보살핌을 받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 미안한 마음에 더 신경을 쓰게 된다는 초등학생을 둔 엄마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자격'이라는 이름이 공평하지 않고, 오히려 부의차이에 의해, 다양한 여건에 의해 충분히 차별적임을 알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교육에 많은 투자를 하는 시대, 많은 돈을 벌어야 성공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세상이 바뀐다는 사실을 알지만, 결국 현실의 여러가지 요소와 타협하면서 살다보면, 비겁하게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아니면 세상의 통념이 전부라고 믿으며 살아가게 되는 현실만 다시 확인하게 됐다.
 
  덤벼라 빈곤의 저자 마코토는 의자 자리뺐기 싸움이라는 말로 빈곤을 정의했다. 아무리 노력해도 내가 앉을 자리는 없다는 사실을 알지만, 그 자리에 앉으려고 노력하는 정글같은 현실, 이 구조가 계속 된다면, 의자따윈 필요없다는 생각을 빨리 인식하지 않는다면, 도저히 문제가 해결되지 않겠다는 우울한 현실만 확인하게 되었다.
 
  모두들 무기력과 환상이라는 두가지에 빠져있다. 난 잘 해낼 수 있다는 자기계발서의 막연한 희망에 자기최면을 걸거나, 뭘해도 안될거라는 자포자기의 마음만 남아있는 사회, 아무리 경제가 발전하더라도, 이 모순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내 주변에 있는 가장 가난한 이가, 노력하면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꿈을 꾸지 않는다면, 그 사회에 살아간다는 건 지옥과 다름이 없다는 생각을 했다. 우울한 현실을 돌아본다고 해도, 현실은 나아지지 않는다. 다만, 이 보다 더 나빠지게 해서는 안되겠다는 마음을 다시 새길 뿐이다.
 
  귀엽게 잘 자라고 있는 조카들에게, 친구와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고 말할 수 있는 사회는 언제 오게 되는걸까. 어떤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게 좋다고 말할 수 있을까. 오래동안 생계와 우울함에 잊고 살았던, 숙제를 만나게 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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