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나다 - 우리 시대 전태일을 응원한다
하종강 외 지음, 레디앙, 후마니타스, 삶이보이는창, 철수와영희 기획 / 철수와영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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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지금 잘 살고 있습니까?
 
 
  사람이 죽으려 했다. 그것도 뜨거운 불길에 싸여, 고통이 가득한 분신이라는 방식으로... 대기업의 눈부신 성장의 그림 아래에는,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살아가기 힘든 조건과 불안한 고용을 감당해야 하는, 하청기업과 비정규직의 희생이 숨어 있다. 책을 다 읽고, 몇 시간 뒤, 거짓말처럼, 현대자동차와 비정규직 파업을 벌이던 한 가장이 분신자살을 시도 했다.
 
  한자로 가득한 근로기준법을 읽다 “나에게 대학생 친구 한 명만 있었다면…”이라고 탄식한 전태일의 모습이 눈에 그려졌다. 아시안 게임 2위, G20 정상회의 개최라는 국가의 국격을 높였다는 자찬의 뉴스 속에서, 외롭고 힘없고, 배울 능력도, 형편도 되지 못한 사람들은 사람들의 외면 속에 또 그렇게 잊혀져가는구나, 나 역시, 쉽게 잊고 살아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신화처럼 되버린 사람에게는 거리감이 느껴진다. 목숨을 걸고, 자신의 삶을 바친, 전태일의 이야기는 감동적이고, 존경스럽지만, 그 크기만큼, 다가서기가 어려웠다. 그냥 나와 관계없는 먼 나라의 이야기로만 생각되었다. 『너는 나다』에는 영웅 전태일이 아닌, 전태일이 살아있었다면 만났을, 비정규직, 대학생, 힘겹게 사는 사람들의 지금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고통만을 강요하는 사회구조의 모순을 알면서도, 그 틀을 바꾸기 보다, 왜 그 틈에서 살아남으려 하는지,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지금 현재 우리의 모습, 우리의 국격이 더욱 생생하게 보인다.
 
 
#   평범해서 놓치기 쉬운, 고용 불안, 생존 불안의 우리들의 이야기.
 
 
  시대는 변했지만, 약점을 지닌 사람들에게 현실은 늘 팍팍하고 어렵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를 통해 확인했다. 수능이 끝나고, 끝없이 알바를 해야 하는 현실, 공부하고 싶지만, 등록금과 생활비를 벌기 위해 분투해야 하는 현실, 희망도 보이지 않고, 다른 생활의 격차 속에서 꿈꾸고 싶은 것은 많지만, 가질 수  없는 현실을 인정하며 살아가야 하는, 현재의 삶이 보인다.
 
  하종강 선생님의 노동백과를 통해서는 노동과 관련된 많은 사실들을 배웠다. 어쩌면 학교와 취업준비센터에서 알려줘야 할 가장 중요한 사실들을 배웠다 생각한다. 일본의 노동 법을 그대로 베낀 1953년의 근로 기준법 대로만 시행해도 좋은 법은, 우리들이 뽑은 국회의원들의 외면속에 점점 개악되고 재정이 물러갔음을 알았다.
 
 
#  무엇보다 좋았던 건...
 
 
  무엇보다 좋았던 건, 열사 전태일이 아닌, 우리 주변의 사람을 사랑했던 청년 전태일을 만날 수 있었다는 점이다.
 

  태일이는 사람을 참 좋아했어야.

  이 말 하니까 생각난다.

  배웠다는 사람들이 나한테 와서

  열사님은 어떻고 저렇고 하는데

  그게 말이냐?
 
 
  어느 부모에게 자식이 열사겠냐.

  그냥 아들이야.
 
 
  태일이는 열사도 투사도 아닌 사람을 너무나 사랑했던 사람이야.
- 109p
 
 
  내가 살기 위해, 타인의 아픔을 모른 척 해야 하는 사회에 산다는 건, 멋진 사회를 사는 일일까. 지금도 많은 청년들이 자신의 처지와 환경을 생각하며, 자신의 직업과 삶에 대해 고민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우파에게는 눈높이가 높다면서, 눈을 낮춰 취업을 강요받고, 좌파에게는 현실을 바꾸려는 의지가 없다고 매도당하는 20대들이 한 번 읽어봤으면 하는 책이다.
 
 
  '걱정하지 않아도 돼. 우리는 어떻게든 생존할 거니까. 아니, 조금 걱정할 필요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반드시 맞서서 싸울 거니까.'
 
  지금 이 시대의 청년들에게 '생존'한다는 것은 이 사외와 어떻게든 맞서서 싸운다는 의미일 수 밖에 없다. 나는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어떻게든 이 사회에서 우리가 함께 생존하기 위해 맞서 싸워 나갈 것이다.
- 148p
 
 
  꿈이 보이지 않는 세상에서는 살아남는 것 자체가 큰 용기라 생각한다. 사람은 10명인데, 앉을 수 있는 의자는 2개 밖에 없는 신자유주의, 앉아있는 자에게는 축복의 만찬이 다가오지만, 남은 8명은 그 자리에 앉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사회, 하지만, 의자에 앉을 힘이 없어, 가볼 생각도 못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치열한 교육경쟁에 실패한 사람들을 능력부족으로 매도하지 않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게 무엇일지, 같은 일을 하지만, 누구는 감시하고, 누구는 재계약을 못받을까봐 불안해하는 사회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기로 결심했다. 하루 하루 살아가는 일도 버거운 데, 생각해야 하는 일이 하나 더 늘었다. 그래도 고민하려고 노력하는 건, 다음세대의 아이들이 똑같은 고민에 괴로워하며 좌절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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