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도덕인가?
마이클 샌델 지음, 안진환.이수경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  좋은 질문은, 시대의 현실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정의란 무엇인가? 2010년 인기가 많았던 책 제목 중 하나이다. 불공정해 보이지만, 공정하다고 외치는 사회에서 불편한 마음을 외칠 곳 없는 이들이, 과연 공정함이란, 정의란 무엇인지 스스로 묻고 답을 찾고 싶은 마음이 강렬했기에,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무엇이 정의인지는,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 가가 중요하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나올 수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저자는 자신의 철학을 기준으로, 논쟁적으로 질문을 던져가며, 자신의 생각을 피력한다.
 
  저자가 미국인이기에, 미국에 있는 현안을 가지고, 다시 질문을 던졌다. 왜 도덕이 중요할까라는 뉘앙스를 풍기는, 왜 도덕인가이다. 윤리라는 단어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보이는, 기독교의 나라인 미국에서 도덕은 기독교 신앙을 말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저자는 2004년의 부시의 재선을 만든 이유가 유권자들이 도덕적 가치를 판단의 근거로 사용했다는 사실을 인용해서, 도덕에 관한 사회적 논쟁들을 짚는다.
 
  9.11 사건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한 유권자들이 테러의 망령에 사로잡힌 채 현직 대통령이 풍기는 안정적 이미지와 도덕적 확실성에 손을 들었다는 판단이 인상적이다. 복권과 도박, 광고와 상업주의, 존엄사, 낙태, 동성애자의 권리 등 다양한 논쟁에서 정치와 도덕적 딜레마는 공존한다. 저자는 첨예하게 반복되는 논의에서 개인의 권리와 자유의 상충성에서 어떤 점에 무게를 두어야 하는지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좋은 삶에 대한 모두가 공감하고, 인정하는 정의가 없이 공공생활에서 일어나는 난해적 도덕적 문제를 풀겠냐며 성찰을 요구한다.
 
  불평등이 당연화 되어 보이지만, 여전히 보수층이 튼튼한 자리를 잡고 있지만, 미국이 아직도 세계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건, 좋은 질문을 던지는 학자들이, 신념의 방향에 따라, 찬성과 반대가 뚜렷할 수 있지만 많이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했다. 한국 사회는 좋은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부족하다. 뉴스를 듣고, 분노와 화를 분출하는 일은 쉽게 하지만, 그 다음 삶을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자신의 수고를 무릎쓰고, 무언가 해야 하는 일에는, 그런 일은 당연히 국회의원이 누군가가, 다른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이라며 자신의 생각하고 행동하고, 실천하고, 질문을 던지려는 노력이 부족하다. 아님 알면서도 귀찮아서 혼자서 껴안고 외면하는 비겁할 수 없는 상황에 빠져 있다.
 
 
 #  정답이 아닌, 생각의 틀을 넓힐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현재 미국에서 쟁점화 되고 있는, 도덕과 정치적 이슈를 한 눈에 살폈다. 복권과 도박에 얽힌 사람들의 논의와 당연하다 생각했던 50프로의 수익을 정부가 가져가는 일이, 독점에 향하는 일이라는 점은 똑같은 사건과 시선에 따라 다르게 볼 수 있다는 깨달음을 줬다. 무엇보다 한 쪽 방향으로 생각하기 쉬웠던 생각의 틀을 깨고, 왜 그들은 반대 방향을 더 좋은 방향으로 생각하게 되었는지 고민하게 되었다. 좋은 책은 지식을 넓혀줄 뿐만 아니라, 생각의 폭도 넓게 해준다.
  
  공정한 시민 사회를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 한국에서는 지도자가 정확한 룰을 잘 적용하기만 된다고 생각하기 쉽다고 한다면, 저자의 생각은 시민의식과 희생, 봉사 등의 공동체 의식의 강화와 시장의 도덕적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에 관한 고민, 빈부격차를 통해 벌어진 공공서비스 이용의 현실을 어떻게 극복해서 연대감을 만들어 낼지, 다른 종교적 신념을 외면하지 말고, 서로 알아가려는 노력을, 노력 이후 더 싫어지더라도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지도자와 사회적 계층의 중요성을 강조하게 되는 한국 현실보다, 시민이 스스로 어떻게 사회의 틀을 만들고, 질문을 던지고, 무엇이 정의로운 사회인지 무게를 두고 생각해봐야 한다는 점에서, 좋은 사회의 틀을 만들기 위해 쟁점화 되는 사안에 대해 잘 짚어주는 책이라 생각한다. 
 
 
# 단점이라면...
 
 
  단점이라면, 사람들이 정치에 많은 관심이 없다는 점이다. 차세대 정치지도자들이, 활동가들이 많이 숙고하고, 고민해 볼 문제들에 대해 잘 정리되어 있는 책이다. 무엇보다 미국의 사례에 중점이 되어 있기에, 존 듀이의 자유주의나, 미국적 민주주의에 대한 논의는, 한국에 대한 현실만 고민하는 이에게는 거리감을 주는 내용이 된다.
 
  조금 더 나은 삶을 위해 어디에서부터 문제를 찾아가야 할지, 실마리를 얻게 한 책이다. 더 깊은 공부와 더 많은 생각을 필요로 하는 책이다. 읽을 때는 쉽게 읽히지만, 그 이후 무엇에 대해 생각해야 할지 고민하다 보면, 세상이 좀 더 복잡흔 틀 속에서 논의되고 있다는 현실을 보게 하는 책이기도 한다. 쉽고 단순한 질문, 지금 우리 잘 살고 있습니까? 같은 현실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좋은 질문을 던지는 시민들이 좀 더 많아졌을 때, 사회는 더 건강해질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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