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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인의 책마을 - 책세이와 책수다로 만난 439권의 책
김용찬.김보일 외 지음 / 리더스가이드 / 2010년 8월
평점 :
# 진심을 다해 읽은 책들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롭다 - 김연수
TV를 보는 일이 책을 보는 일보다 열 배 쉽다고 한다면, 책을 보는 일은 책에 관한 글을 쓰는 일보다 스무 배 쉽다. 글 쓰는 일이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인지, 책을 읽고 글을 써보려 했던 이라면 잘 알거라 생각한다. 진심을 다해 읽은 책들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롭다는 김연수 작가의 추천사에 고개를 끄덕였다. 좋았던 책을 읽고, 눈빛을 빛내며 책의 내용과 그 책이 자신을 변화한 이야기를 재잘거리던, 지인이 떠올랐다. 하나의 주제와, 주제에 어울리는 책과 변화된 책, 적지 않은 책과 함께 시간을 보냈던 아마추어 리뷰어들이 숨겨두었던 보석같은 책들과 함께, 독자들에게 글을 전한다. 프로가 아니기에, 진솔하고, 시장과 언론에 영향력에 관계없이 알찬 책들의 목록을 만날 수 있다.
# 다양한 저자의 책 이야기와 알찬 책 목록에 빠지다.
분야는 문학에서, 인문, 문화를 거쳐, 과학까지 뷔페 식단처럼 다양하다. 주제 역시, 마라톤, 기독교, 자본주의, 육식, 재즈, 노트르담 드 파리, 사진, 여행, 창조, 통섭, 인문학, 꿈, 다른 삶 등 다채롭다. 무엇보다 5권에서 10권 이상의 책과 함께한 저자들의 삶의 이야기에는 자신의 생각과 저자의 생각, 그리고 경험이라는 세가지 요소가 세발 자전거처럼, 조화롭게 움직인다.
책세이에서 놓치는 부분은 책수다라는 공간을 통해, 2-3줄의 짧은 글을 통해, 독자가 직접 좋았던 책을 소개한다. 한 권의 책, 작가에 빠지게 하다에서는 한창훈 작가를 재발견 하게 되어 좋았다. 여행기를 다룬 책세이의 수다에는 책을 읽고 나니 그곳이 궁금하다는 공간이 있어 금각사와 미국과 포구 여행의 충동을 느꼈다.
아직도 읽어야 할 책이 많다는 사실과, 많은 책에는 보이지 않지만 많은 독자들의 경험과 그 이야기들이 있어, 오늘도 서점과 책장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읽은 책 목록이 없어 책을 읽지 못하겠다는 말을 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하고 취향이 반영된 책의 목록이 가득하고, 부록처럼 맨 뒤에 한 눈에 볼 수 있게 잘 정리되어 있다.
# 고딕, 대지의 기둥을 만나다.
『대지의 기둥』이라는 책이 있다. 영국드라마로 제작되었고, 1억명 이상의 독자를 지닌 켄 플릿의 장편소설이다. 『100인의 책마을』을 만나기 전에는, 배경도 중세이고, 대성당을 짓는 이야기라서 끌리지 않았다. 지인의 권유에도 눈 하나 깜박이지 않았다. 아이러니하게도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를 깊이 이해하기 위해 소개된, 원화창과 고딕양식에 관한 책 목록이, 나의 고딕에 관한 관심을 갖게 했다. 고딕에 대한 관심이 내재된 후, 『대지의 기둥』 저자의 글을 읽게 되었는데, 저자가 성당양식에 빠지게 된 이유와 수십년간 심혈을 기울여서 쓰게 된 이야기, 무엇보다 고딕양식에 관한 이야기와 만나면서 대지의 기둥을 한 호흡에 읽게 되었다.
첫 인상은 좋지 않았지만, 친구의 친구를 통해 베스트 친구가 된 경우라고 할까. 한 번 읽을 때보다, 두 번, 짧은 시간 읽기보다, 생의 긴 세월을 천천히 살아가듯이, 오랜 친구처럼 두고, 열린 마음으로 읽다보면, 생각지도 못한 책과 책의 연결을 만나는 경험을 선사하는 책이다.
좋은 책은 독자의 삶을 변화시킨다. 즐거운 독서에서, 사람들과 생각을 교류하는 서평을 쓰고 싶은 이에게 처음 시작할 때 읽어보게 하고 싶은 책이다. 20명이 넘는 저자들 글 중 하나의 주제를 정해, 자신만의 책세이나 책수다에서부터 글쓰는 연습을 하다보면, 아마추어 저자를 넘어, 어쩌면 프로작가를 뛰어넘는 진솔함과 삶의 연륜이 묻어나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이 탄생할 수 있을거라 믿는다. 닮고 싶은 모범이 있다면, 시작은 어렵지 않다. 책에 대한 애정을 지닌 이가 많이 읽어주었을 때, 또 다른 아마추어 저자들의 책 이야기를 다룬 책이 태어나고, 그런 독자들이 늘어날 때, 출판계의 건강한 문화가 정착될거라 믿는다. 베스트셀러보다 스테디셀러와 인생을 함께 살아가고 싶은 책과 친해지고 싶은 이에게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