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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드 사이언스 북 - 엉뚱하고 기발한 과학실험 111
레토 슈나이더 지음, 이정모 옮김 / 뿌리와이파리 / 2008년 10월
평점 :
# 과학은 호기심이라는 열매를 먹고 자라난다.
"궁금해, 미칠 거 같아"하며, 이유를 알아내려고 노력하는 이는 과학자의 모습과 닮아있다. 과학은 호기심이라는 열매를 먹고 자라난다. 누군가는 그냥 지나처버리는 일들이, 누구나 고개를 수긍할 수 있는 실험과 연구를 통해 하나씩 그 신비가 밝혀진다. 연구실에서 꾸준히 연구에 매진하는 과학자들의 시선보다는 일상생활을 살아가는 사회인이 느끼기에 미쳤다라고 생각되는 기괴하고, 놀라운 실험만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만들었다. 실험을 수행한 과학자들은 절대 '미쳤다' 생각하지 않았다. 엉뚱하고, 독특한 실험들이, 과학을 신뢰성 있는 학문으로 만들었다.
# 남과 여, 허용할 수 있는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고속도로 한 복판에서, 히치하이킹 하는 일이 생겼다면,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까? 책에는 히키하이커를 위한, 특히 여성을 위한 Tip이 4가지 소개되어있다. 붕대에 목발과 눈을 응시하라는 뻔해 보이는 실험도 과학자들은 궁금증을 가지고 수행하였다. 인간의 내면을 자연스럽게 알 수 있는 곳이 바다라는 생각으로 대서양을 2주간 각인종별로 모아 여행을 떠나며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한 과학자도 있고, 인간의 성행동에 관한 연구로 불륜 생활을 하게 된 과학자가 이혼당하고, 연구한 결과도 모두 불태워진 사건도 있었다.
성폭행에서 일어나는 범죄의 증거를 잡기 위해, 남녀간의 성행위 사이에 음모의 이동에 대한 연구를 하기도 했고, 성경의 한 구절, 일곱명의 제사장이 벽을 무너뜨렸다는 실험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음파를 고도로 증폭시켜, 벽에 쏘는 실험을 하기도 했다. 상식이라는 이름에 매이지 않고, 도전하고, 또 도전하면서 과학은 한 걸음씩 발전해 나갔다.
# 인상깊었던 실험은...
엉뚱하고 기괴하며, 때론 눈살이 찌푸려지는 다양한 실험들 중 가장 인상깊었던 실험은 '박테리아야, 내게 위염을 일으켜다오'라는 실험이다. 과학자 배리 마셜은 위염의 원인이 박테리아라는 확신을 가지고, 10억 마리 박테리아가 포함된 물을 마신다. 날마다 2리터씩 분비해내는 위액은 쇠못도 녹일 수 있는 염산이라 두꺼운 점막이 없으면 위 스스로 녹아버릴 정도이기에, 당대의 과학상식에서는 마셜의 주장을 믿지 않았다. 스스로 실험대상이 된 마셜은 박테리아에 의해 위궤양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낸다. 하지만, 이 사실이 의사들 사이에서 인정받기 까지는 10년이라는 세월이 걸린다. 제약업계가 항생제가 몇 주 안에 위염을 영원히 사라지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이 퍼지는 걸 반기지 않았기 때문이라 한다. 제약업체들은 때로 수년동안 복용해야 하는 제산제로 두둑한 수입을 올렸다. 현재는 보건당국이 항상제를 처방하라는 권유를 내놓고 있지만, 많은 저명한 전문가들이 마셜의 주장을 비판한다고 한다.
자신의 몸을 대상으로 하면서까지, 결과를 알고 싶어하는 과학자들의 못말리는 열정과 엉뚱한 실험들로 때로는 그 결과가 예상대로 되지 않았지만, 다른 실험을 하는 과학자들이 참고할 수 있는 선례가 되어준다 생각한다. 딱딱한 과학책만 만나다가, 엉뚱하고 충격적인 과학책을 만나니 책을 읽는 일이 즐겁다. 지루한 일상에 찾아온 가슴 뛰는 일을 만났다고 할까.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실험자들에게 "오늘 밤 나랑 잘래요?"라며 말을 걸어 반응을 살피기도 하고, 흔들다리 위에서 연락처를 남기기도 한다. 때론, 감옥의 죄수자와 교도관의 역할을 부여하여, 미니실험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 결과를 통해, 인간의 행동에 대한 사실을 하나 더 알게 된다.
윤리적인 틀과 상식의 경계를 훌쩍 뛰어넘는 충격적인 실험들이 소개되어 있다. 딱딱한 과학만 생각했던 이에게는, 지적 충격을 주는 책이라 생각한다. 감기와 추위와의 상관성이 없다는 사실을 책을 통해 배웠다. 하지만, 날이 쌀쌀해지고 바람이 불면, 감기를 조심해야 겠다는 생각이 머리에 떠오른다. 인간은 늘 알고 있는 지식만으로 행동하지 않는 비이성적인 존재라는 사실이, 놀랍기도 하고, 다행스럽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