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9단
양순자 지음 / 명진출판사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  모든 책에는 만남의 때가 있다.
 
 
  책에도 인연의 끈이 있는 것일까. 오래 전에 도서관에서 책을 보았을 땐, 그저 그런 에세이로 느껴져 시큰둥했었다. 최근에 헌책방 나들이에서 만났을 때는 진흙 속에서 연꽃을 만난 기분이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의 관심도가 달라지듯이, 이제는 어르신의 지혜의 말씀을 귀기울여 들을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제시하는 공식은 당신이 팔짱끼고 있어도 모두 다 해결해주는 마술 같은 게 아니야. 당신이 직접 몸과 마음을 움직여야 해. 대신 공식을 모를 때보다 훨씬 더 쉽고 간편하게 실타래처럼 꼬인 인생의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건 약속할 수 있어. 나한테 통한 공식이니까 당신한테도 통할 거란 말이지. 당신이나 나나 여린 마음으로 작은 행복을 꿈꾸며 사는 사람들이니까.
 
 
#   가장 힘겨운 삶을 살았던 이가 들려주는 위로.
 
 
  여자 혼자의 몸으로 아이를 키우는 일은 쉽지 않다. 특히, 1940년생인, 1960년대와 1970년대에 젊은 시절을 보냈던이에게는 편견과 몰이해의 사회적 시선도 이겨내야한다. 유서를 쓰면서 마음에 걸려 있는 짐을 하나씩 지워내고, 이별을 하되, 충분히 숙고하고 이별을 경험했던, 가장 힘겨운 삶을 살았던 이가 들려주는 삶의 지혜이기에, 더욱 값지고 빛이 난다.
 
  무조건 내 편을 들어줄 것 같은, 할머니가 들려주는 따스한 말씀이 가득하다. 거기에 솔직함과 직접 삶의 현장에서 경험한 일화들이 인생공식의 내용을 탄탄하게 지지한다. 봉사를 하면서도 그 사람이 당장 바뀔거라고 기대하지 말라는 말씀은, 30년 이상 사형수와 상담했던 경험이 있기에 더욱 설득력이 있다. 살아가면서 실행하기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쉽게 잊고, 그렇게 까지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에 가볍게 무시해 버리는 행동들을 바꾸면 내 인생을 쉽게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이 조금은 놀라웠다.
 
  지혜로워지려 하지 말고, 미련한 짓부터 하지 않으려고 노력해 보자는 말, 누군가를 도울 때는 물 한 바가지 퍼주는 심정으로 돕자는 말, '나는 귀한사람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행동을 바꿔보자는 이야기 등 귀기울여 들을 내용이 많았다.
 
 
  #  당신의 인생공식은 무엇입니까?
  
  
   힘들고 만만치 않은 인생살이를 조금이나마 살 만하게 해주고 싶어 할머니는 인생공식을 들고 나왔다고 한다. 불평하고 원망한다고 인생살이는 절대 좋아지지 않는다며, 어떻게 하면 인생이 살 만해질까를 생각하며 노력해보자 이야기한다. 한 번 듣고 버리지 말고, 가까이 두고, 자주 들춰보길 권한다. 65년 인생을 녹여내서 만든 공식이라며, 사는 데 도움이 되면 됐지 해는 절대 안될거라 자신있게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독자 스스로의 인생 공식을 만들어 보길 권한다. 누구에게나 삶을 살아가며 자신만의 공식이 있다 생각한다. 누군가는 힘든 상황을 겪을 때, 눈을 찡긋 감으며 지나칠 것이고, 누군가는 마음의 힘을 일으켜 절대 물러서지 않을 테고, 누군가는 주변에 힘을 구해 함께 이겨낼거라 생각한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인생의 공식을 공유하다보면, 힘들고 팍팍하고 냉정한 세상도 조금은 더 나아질거란 생각을 했다.
 
  힘들 때, 할머니의 인생공식을 잊어버리지 않고, 찾아 읽는 일을 내 삶의 인생공식의 하나로 만들어 두기로 결심했다. 혼자서 모든 걸 다 이겨내기에는 마음이 그리 강하지 않다. 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것을 비워내는 마음과, 다른 사람의 기쁜 일을 즐겁게 축하해주고, 기쁘게 하는 일을 많이 하려는 마음씨를 본받고 싶다. 꿈을 계속 그리다보면 그 꿈에 닮아간다는 말처럼, 본받을 만한 이의 글을 자꾸 읽다보면, 내 마음속에도 그의 기운이 조금은 스며들거라 믿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