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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 혼비 지음, 박경희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  원하지 않았던 일이 벌어졌을 때,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세상 일이 늘 마음과 같지 않다. 원하지 않더라도, 뭔가에 끌린 것처럼 일을 저지른 자신을 발견할 때가 있다. 중요한 건, 사건이 아니라, 사건 이후 문제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이다. 스케이드 보드의 한 획을 그은 토니 호크의 자서전을 읽은 후, 그의 포스터를 방에 붙여놓고 대화하는 샘은 스케이드 보드를 좋아하는 열 여섯 소년이다. 남친과 헤어진 모델을 지망하는 예쁘장한 여자친구  앨리시아와 한 번의 사건을 겪은 그는, 아이의 예비아빠가 된다. 게다가 열 여섯 차이나는 엄마는 아이를 가져, 같은 나이에 동생과 아들을 만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샘은 모든 상황이 두렵고 도망가고 싶을 뿐이다. 과거에서 미래로, 뛰어넘는 상황에 처한 그는 과거를 바꿀 기회를 얻기도 하고,  미래의 모습을 미리 발견하기도 한다. 시간을 넘나들며, 조금씩 성장해간다.


#  덜 자란 남자가 성장하기까지...
 
   좌충우돌, 책임감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풋풋한 어린 아이가 임신이라는 사건에 부딪쳐가는 과정이 생생하게 드러나는 소설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스케이트 밖에 모르는 어린아이가, 어떻게 조금씩 성장해 가는지, 커다란 사건이나, 큰 변화를 주지 않고, 과거와 미래라는 시점을 이동하는 것으로 통해, 자연스럽게 성장하는 모습을 그린다.
 
  경험하지 못한 일을 직면하게 되면, 어찌해야 할지 몰라 당황한다. 시간이 지난 후 과거를 돌아보면, 다 할 수 있는 일이라 여유롭게 생각하게 된다. 기저귀를 갈고, 여자친구님의 부모님의 원망, 여자친구의 푸념, 남편 역할까지, 아직 어리기에 학교도 다녀야 하는데, 다 힘들어 보이고, 어려워 보인다. 결국 샘은 힘들다는 현실을 인정하되, 할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을 정도로 성숙해진다.
 

#  할 일도 많고, 싸울 일도 많지만 나는 해낼 수 있다.
 
 
  영국의  '청소년 임신'에 관한 상황을 알 수 있는 소설이다. 하룻밤의 실수로 애를 갖는 사람이 적지 않고, 시간이 지날수록 견디기 힘든 상황 때문에, 청소년 임신의 80퍼센트는 아기는 아빠와 연락이 끊긴다고 한다. 직업을 갖기도 어렵고, 더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하는 청소년 임신의 현실과, 아빠가 되는 과정으로 더 성숙해지는 샘의 모습을 함께 볼 수 있는 소설이다.
 
  『오빠가 돌아왔다』와 『고령화 가족』등 전통적인 가정상이 아닌, 가정의 모습을 그린 소설이다. 사회에서 무난하다 생각하는 나이대에 취업하고, 아이를 갖고, 아빠가 되지 않는 길을 선택을 했다해도, 자신의 결과를 인정하고, 포기하지 않는 삶을 살아가는 이의 모습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한다. 다른 선택을 하는 이들에게 관대하지 못한 내재된 사회의 틀도 함께 엿보게 된다.
 
  아빠가 되기 전, 많은 남자들은 주인공 샘과 처지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현명하게 하루 하루를 선택하기 보다, 우연이 만들어진 결과에 이끌려 산다고 할까. 하지만, 아빠가 되는 순간의 책임감을 지고 살기에, 가장이 대단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아이를 굶길 수 없을테니까, 책임감을 느끼는 순간, 아이는 아빠가, 어른이 된다.
 
  가벼운 소재가 아닌 소설을 웃으며 읽을 수 있는 건, 닉 혼비의 문체 덕분이라 생각한다. 툭 다 힘들다고 외치며 다가오는 글을 읽다보면, 세상의 많은 힘겨운 일들은 발생해서 힘든 게 아니라, 힘들다고 생각을 미리 했기에, 힘들어진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렵지 않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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