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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를 부르는 그림 ㅣ Culture & Art 1
안현신 지음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 Kiss, 혼자서는 할 수 없는 것.
혼자서 할 수 없는 일들이 있다. 키스, 포옹, 사랑 등은 둘이 함께 하여야 그 빛이 난다. 생활방식도, 삶의 가치도 다른 두 사람이 같은 공간에서 입술을 통해, 둘이 아닌 하나가 되는 일, 키스는 매혹적이고 달콤하다.
인생에 기쁨이 있는 크기만큼, 슬픔의 자리가 들어차듯이, 키스 역시, 아름다운 풍경의 순간도 있지만, 배신과 불안, 두려움의 순간을 드러내기도 한다. 23편의 예술가가 그린 키스의 장면이 담긴 명화를 보며, 처음 느낀 생각은 무지개처럼, 키스라는 공통점을 제외하고 다른, 다양한 상황에서 일어난 키스 장면이었다. 그림에는 화가의 생각이 배어있고, 화가는 그 시대의 삶의 양식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 작품을 통해, 시대와 화가의 삶을 읽다.
키스를 하는 두 남녀 뒤에서 그들을 짝사랑하는 한 사람이 있다. 키스를 하는 커플에게는 키스의 순간이 매혹적이고 아름다운 사랑을 확인하는 순간이겠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이에게는 가질 수 없는 고통을 확인해야 하는 아픔의 시간이 된다. 동시대를 살아가더라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가에 따라 가슴에 스미는 감정이 달라진다.
열렬히 사랑에 흠뻑 빠져있던 샤갈의 그림에서는 사랑에 빠져있는 이의 따스한 열정이 느껴졌고, 어두운 방안, 얼굴의 윤곽이 보이지 않을정도로 흠뻑 빠진 뭉크의 그림에서는 두려움의 마음이 가득찼다. 저자는 그림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함께, 화가가 살았던 시대와 화가의 살아가던 시대의 풍경도 함께 알려준다. 유년시절에 사랑했던 사람들을 잃어야 했던 아픔을 가진 뭉크의 삶에서, 그의 그림의 어두운 느낌의 이유가 이해되었고, 샤갈의 삶의 결을 통해, 그가 갈망했던 마음이 전해졌다.
# 가상의 작업일지를 통해 화가의 마음을 들여다보다.
조각부터 회화까지, 르네상스부터 현대미술까지 다양한 작품들이 소개되어 있다. 각 챕터의 마지막에는 화가의 마음을 대신 짐작해서 저자가 쓴 가상의 작업일지가 6편이 담겨있다. 작품을 설명하는 방식이 아닌, 편지와 새로운 방식을 통해, 예술작품과의 교류를 시도한 저자의 노력이 인상적이었다. 가상의 작업일지를 통해, 화가가 그림을 그리는 삶의 방식을 짐작할 수 있었고, 저자가 화가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를 확인하였으며, 추신으로 남긴 키스마크 뒤의 이야기를 통해, 밝혀지지 않는 사실과 논쟁적인 부분에 대한 정보도 얻었다.
보통 화가들이 활약했던 시대나 한 명의 화가나 유행하는 화풍을 통해 서양예술을 접해왔는데, 키스라는 독특한 문화적 주제를 통해서도 이야기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이 놀라웠다. 키스라는 행위가 두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로맨스와 에로스, 사랑 사이에서 이뤄지는 행위이기에, 사랑에 빠지거나, 사랑이 식어갈 때 인간이 담는 그 마음에 대해 한 번 더 고민해 볼 수 있었다.
드라마에서 나오는 사탕키스처럼 달콤한 장면말고도, 시작하려는 마음이나, 질투에 자신을 무너뜨린 키스, 두려움의 키스 등 다양한 감정들을 예술가들이 그려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내 마음속에 숨어있는 감정에 화가가 표현하려는 감정이 숨어있는 건 아닌지 돌아볼 수 있었다.
종교가 사람들을 매혹시키지 못하는 현실에서, 인간에게 남아있는 마지막 종교는 사랑이라 생각한다. 사랑에 빠진다면, 콘스탄틴 브랑쿠시의 키스라는 작품처럼 사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어떤 사랑을 하고 있으며, 어떤 사랑을 꿈꾸는지, 다양하게 소개된 작품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돌아볼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따스하게 아이품을 안아주는 메리 카사트의 키스를 통해 어머니의 사랑을 다시 확인할 수 있어 좋았다.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사랑을 듬뿍 받았던 시절을, 일상을 살다보면 쉽게 잊고살게 된다. 아이였을 때, 나를 감싸안아주는 어머니의 따스한 손길을 떠올려 봤다. 마음이 따뜻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