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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의 몸값 1 ㅣ 오늘의 일본문학 8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 올림픽의 화려한 이면 뒤에 숨겨진 노동자들의 땀의 흔적들.
1964년 일본은 도쿄올림픽을 개최하기 위해, 야쿠자들은 소란을 자제하고, 동네마다 환경미화에 애를 썼으며, 거리에 노점들도 다 없애버렸다. 세계의 사람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마음과 전쟁 이후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마음에, 많은 국민들의 시선이 올림픽에 쏠려있다.
아버지는 경시청 경시감, 형은 대장성 간부인 대단한 집안에서 유일하게 망나니 취급을 받는 스가 다다시는 새로 개국된 방송국에 취직했다. 비싼 스포츠카를 타고, 배우였다가 호스피스로 자리를 옮긴 미도리와 함께 불꽃놀이를 보러 나오던 중, 도쿄대를 함께 다녔던 친구 시마구치를 만난다. 그 후, 자신의 집에 불이 났음을 알게된다.
올림픽을 50여일 앞두고, 경시청으로 한 통의 협박 편지가 도착한다. 올림픽을 제대로 개최하고 싶으면 몸값을 지불하라고. 협박 편지 이후, 올림픽 총 책임자 경시감의 자택에서 폭발사고를 시작으로, 도로의 모노레일, 경찰 기숙사 등 방화사건이 일어난다. 신문과 방송에서는 가스누출로 인한 화재사고로 사건 자체를 은폐한다. 경시청과 경찰에서는 두 파트로 나뉘며 경쟁적으로, 범인의 뒤를 쫓는다.
유력한 용의자는 지방의 이케다 출신의 도쿄대생 시마자키 구니오이다. 도쿄에서 막노동을 하며, 지냈던 형의 사고를 계기로, 형이 일했던 막노동의 현장을 경험한다. 통일이라는 16시간을 끝없이 일하는 일의 고됨과 밥값, 중간관리자의 횡포, 야쿠자의 횡포 등 다양하게 벌어지는 약자에 대한 착취를 생생하게 경험하게 된다. 형의 죽음을 알리러 고향으로 가는 기차에서 만난 소매치기를 동료의 죽음으로 올라온 유족을 마중나가기 위해 다시 만난 시마구치는 올림픽을 몸값으로 국가를 상대로 크게 한 건 털어보자고 제안한다.
# 올림픽의 화려한 준비 속에 외면받는 진실들..
2010년 동계올림픽이 열렸다. 선수들의 뛰어난 노고로 인해, 세계 신기록도 나오고, 종합 5위라는 놀라운 성적을 냈다. 올림픽의 금메달의 영광에 취해 있는 동안, 전투병력 파병이라는 큰 이슈는 매우 조용하게 지나가버렸다. 세종시, 사대강, 이런 굵직한 이슈 말고도, 3불정책, 노인복지, 산모 도우미 등 서민들의 삶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이슈들이 많이 있는데도, 대부분 블랙홀에 빠진듯이 사라져버렸다. 1964년의 시대를 그림 책을 보며, 46년전에도 여전히, 대기업은 정규직, 하청업체는 비정규직의 격차사회가 있었고, 다양한 방법으로 가진 것을 빼았는 풍토가 존재했으며, 권력의 목적을 위해 언론을 통제하는 분위기가 존재함을 이해했다.
학문의 세계에 푹 빠져있던, 도쿄대생 시마구치가 세상의 거친 현실을 만나가는 모습이 흥미로웠다. 이상으로 생각했던 인간에 대한 예의는 사라지고, 소득의 차이와 지식의 차이로 착취하고, 홀대하는 세상의 현실을 만나가며 테러리스트로 변해가는 모습에 공감이 갔다. 순수한 영혼일수록, 사회의 부조리에 대해서 참을 수 없어한다. 그러다 한 번 타락해버리면, 더욱 끝까지 무너져버린다고 할까.
1권에서는 점점 수사망이 좁혀지며, 시마구치 구니오를 추척하는 모습이 담겨져 있다. 그가 어떤 요구를 했고, 어떻게 돈을 받으려고 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부유하게 태어나 세상을 즐기는 스가의 모습과 가난한 고학생에서 테러리스트로 변해가는 시마구치, 시마구치에게 연모의 마음을 가진 헌책방 딸 요시쿄, 이제 막 지은 도쿄의 아파트에 입주해서 둘째 아이의 출산을 기다리는 마사오 경사까지, 용의자와 친구, 배우자와 연인이라는 네 명의 시각에서, 도쿄 올림픽의 개최를 둘러싼 도쿄의 풍경을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일본의 도쿄 집중화만큼은 아니지만, 한국 역시, 수도권 집중의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다른 지역에 있는 사람을 촌사람이라고 멸시하는 분위기는 있는지 확신할 수 없지만, 아직은 한국은 지역의 차이에 의한 계급의 격차가 심한 편은 아니라 생각한다. 더 나아질 수 있는 욕망과 그 꿈이 이루어지는 공간이기에 도시에 살수록 사람들의 마음이 이해관계에 더 깊어지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시골이였다면, 너무나 좁기에 마음놓고 행동을 할 수 없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눈여겨 보지 않았던 사람들이 겪는 현실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그들의 삶을 알았다고 해서, 내가 해결해 줄 수 있는 건 없다. 하지만, 힘겨운 마음을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세상이 조금은 달라질 수 있는 희망의 가능성이 생겼다 생각한다. 그 가능성을 어떻게 현실에 보탬이 되는 결과로 만들어낼지는, 책이 던져준 해결하기 어려운 숙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