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뿔 - 이외수 우화상자
이외수 지음 / 해냄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   욕망의 시대,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다.
 
 
  욕망의 시대에 살고 있다. 생각대로, 원하는 대로, 꿈꾸는 대로 세상을 살라는 메시지가 TV에 책에, 신문에 가득하다. 더 나은 삶을 꿈꾸는 욕망을 근거로 성장하는 자본주의 사회이기에 욕망을 자극하는 내용들이 세상에 가득하다. 욕망이 사라진 공간에 맑은 마음이 들여차고, 맑게 개인 눈에서는 만물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내가 먹을 것, 내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대상이 아닌, 나를 돌아보게 만드는 눈으로 보는 시선을 가진 이에게는 세상은 또다른 배움의 공간으로 다가온다.
 
  욕망의 시대,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는 일은 사치스러워 보인다. 그렇게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면 배고파 죽기 딱 좋다는 이야기가 세상을 떠돈다. 실제로 저자는 젊은 시절, 지독한 가난에 빠져 힘겹게 살아온 경험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젊고 건강했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기를 꿈꾼다. 저자는 한 TV 프로그램에서 절대로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 발언의 뒤에 그가 겪었을 기나긴 가난의 시절이 느껴졌다. 모든 걸 잃어본 사람이 많은 걸 얻을 수 있다는 말처럼, 가장 낮은 자리까지 겪어 본 저자의 이야기이기에, 소설보다 그의 생각이 담긴 산문을 좋아한다. 선과 악을 나누고, 남을 가르치려는 듯한 작가만의 필체가 거북하지 않는 이에게는, 저자의 글은, 세상의 삶에 빠져, 무언가 잊고 살고 있는, 세상에서 벗어나게 하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영혼의 숨결로 바라보는 추상적인 마음을 돌아보게 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
 
 
#  글이 아닌, 그림으로 이야기하는 책.
  
 
  우화상자인데 우화의 의미가 다르다. 동물을 빗대어 한 이야기가 아닌, 동물을 빗대어 그린 그림 상자라는 메시지에서 현실을 살짝 비튼 여유가 보인다. 춘천의 의암호 아래에 사는 물벌레와 도깨비가 주인공이다. 자신의 처지를 부끄러워하는 물벌레와 외모가 아름다운 금붕어, 의암호의 무적생물 베스와 다양한 물고기들이 부딪치는 이야기를 통해, 아름다움과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춘천을 배경으로 해서, 춘천에서 일어나는 행사인 마임축제와 다른 여러가지 이야기들도 소개된다. 군대를 마치고 나서, 춘천에 갈 일이 있었는데, 그때 이외수씨의 문학작품이 소개되어 있는 길을 거닌 적이 있다. 지금은 홍천 감성마을에 살고 있지만, 한때 춘천에 머물렀던 작가의 춘천에 대한 사랑이 함께 느껴지는 책이기도 하다.
 
 
#  내면의 아름다움을 지닌 이는 영혼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육안과 뇌안, 심안과 영안, 사물을 보는 네 가지 시선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사과 하나를 보더라도 육안의 눈으로 보면, 침이 고이고 사과를 먹는 일이 음식물을 사랑하는 일이 된다. 뇌안의 눈에 사과는 탐구의 댕상이지만 본성에 이르지 못하고 현상에 머물러 있다. 심안의 눈을 지닌 이는 사과를 보면 감동한다. 사과 속에 들어있는 시와 하나의 사과에 들어있는 사과와 은총을 보게 된다. 진정한 예술은 심안에서 출발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영안의 눈으로 사과를 바라보는 이는 깨달음을 얻은 인간이다. 신의 본성과 우주의 본성과 자신의 본성과 사과의 본성이 서로 다르지 않음을 알고 있다. 삼라만상이 사랑으로 가득 차 있음을 깨달은 이의 눈이다.
 
  
  오늘 그대가 흘린
  슬픔과 고통의 눈물이
  내일 그리운 이의 가슴에
  사랑의 감로수가 되리라.
 
 
  아름다움을 알고, 세상을 사랑으로 바라보기 힘든 세상에 살고 있다. 늘 마음은 맑음을 꿈꾸지만, 현실은 많은 갈등 속에서 하나를 선택하고 욕망과 갈등에 고민하며 살게 된다. 욕망이 이끄는 삶을 쫓는 현대사회의 풍경을 물고기 속의 물벼룩을 통해,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하는 우화집이다. 이야기보다 그림을 더욱 강조한 책이기도 하다. 2001년 출간된 책에 컬러의 색을 입힌 재개정판이다. 디자인과 색감을 중요시하는 이에게는 개정판도 나쁘지 않다 생각한다.
 
  맑은 호수 옆에서 읽으면 좋은 책이다. 속도와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마음의 여유를 찾고 싶을 때, 책을 통해 생각을 다시 한 번 가다듬고 싶은 책이기도 하다. 문화를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은 미국과 서양 문물의 극심한 유입을 우려하는 시선이 가득하다. 독특하게 많은 부분이 피씨통신체인 맞춤법에 어긋난 글로 채워진 책이기도 하다. 규칙을 잘 지키는 이의 의도적인 일탈의 이유를 한 번 더 곱씹어보게 된다., 담백한 기운이 가득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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