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 푸어, 빈곤의 경계에서 말하다
데이비드 K. 쉬플러 지음, 나일등 옮김 / 후마니타스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  당신이 성공을 꿈꾸는 동안에, 늪에 빠진 사람들.
 
 
  경계 계층이 있다. 절대 극빈층도 아니고, 중산층도 아니다. 차상위 계층이라는 이름으로, 더 지원을 받지 못하면 극빈층으로 떨어지는 계층에 사람들이 있다. 저자는 경계에서 열심히 일하지만, 의료보호 및 혜택을 받지 못하는 저임금의 일을 하여, 생활고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을 워킹푸어라 부른다.

  살려고 발버둥 치지만, 늪에 빠진 것처럼 열심히 노력해도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진보와 보수도 외면해버린 경계선 이들을 구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 기회의 땅으로 보이는 미국의 어두운 풍경들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읽으면 읽을수록, 우리나라의 현실과 겹쳐보인다.
   
 
#  지원을 받기 위해서도, 돈이 필요하다.
 
 
  미국은 집과 학교, 자동차를 쉽게 구할 수 있다. 매우 긴 할부를 통해, 적은 돈을 가지고 있더라도 생활이 가능하다. 하지만, 빚은 꾸준한 일을 했을 때를 전제로 하는 것이라서, 아프거나, 큰 돈을 써야 할 일이 생기거나, 일을 못하게 되면, 늘어나는 이자와 함께, 생활이 힘겨워진다. 충분히 열심히 일 하지만, 정부의 보조금의 세무조사의 폐혜와 거대한 기관이 개인에게 부과하는 수수료 등의 부당행위를 통해, 가난한 이들의 적은 돈은 더욱 줄줄이 새 나간다. 절망의 마음을 채우기 위해 로또는 불티나게 팔리지만, 결국 돈과 힘을 가진 기관들의 배만 불러주는 놀이 일 뿐이다.
 
  세금고지서의 오류에 상처를 입고, 지원을 받는 일을 포기하는 데브라를 들여다보면, 지원을 받기 위해서 갖추어야 하는 서류들에도 수수료가 필요하고, 은행을 이용하기 위해서도 수수료가 필요하다. 가난한 이들에게 많은 지원을 해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들이 늘 한가지 문제만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니기에, 다양한 해결책이 동시에 해결되지 않는 이상 그들은 경계와 그 아래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화려해 보이는 미국의 이면에서, 무기력하게 무너져 내리는 이들이 모습을 볼 수 있는 책이다. 한국 역시, 아직은 의료보호의 혜택을 받고 있지만, 여러가지 정책면에서 청년이나, 저소득층이 자활을 하고 싶도록 만들어주는 프로그램은 현실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행정편의적인 보여주기 위주의 정책은 많다. 하지만, 빈곤에 처한 이들을 돕는다는 명목으로 시행했던 정부주도의 사회적기업 지원사업 역시, 그들의 정책의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는 이유로 가능성과 희망이 보이는 사업도 탈락시켰다는 소식을 들을 때면,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현실과 마주치게 된다.
 
 
# 부끄러움을 모르는 이들을 위한 책.
 
 
  어떤 사회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그 사회의 자기 회복 능력을 확인해 보면 된다는 저자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그 사회 고유의 문제가 드러났을 때, 정부와 기업과 여러 자선사업 제도를 살펴보면, 그 사회의 힘을 평가할 수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 경계에 선 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은 뭐가 있을까. 희망근로사업을 하면, 벗어날 수 있을까. 체계적으로 5년, 10년을 보고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은 없는 걸까. 찾아보고 살펴보지만, 밝아 보이지 않는다.
 
  좋은 사회는 어떤 상태이던 간에, 지금 열심히 노력하기 시작하면, 앞으로 더 나아질 수 있는 희망이 보이는 사회라 생각한다. 정치적 이데올로기에 관계 없이, 아픈 사람은 치료받을 수 있고, 공부하고 싶은 사람은 교육받을 수 있고, 힘든 상황에 처한 이들은 도와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함을 느낀다.
 
  성공을 꿈꾸는 사람일수록, 이런 책에 시선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남보다 높은 자리에 오르려는 사람일수록, 경계에서 무력감을 느끼는 이들을 도울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생각한다. 누군가를 미워하지 않더라도, 도움을 받는 일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자신의 일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사회, 좋은 지도자가 그런 사회를 만들어준다 생각하지 않는다. 끊임없이 낮은 자리에 있는 이들을 살펴보고, 사회의 모순에 주목하려는 노력을 잊지 않는 마음이, 선거에 표로, 여론조사에 지지율로, 이어질거라 생각한다. 제발, 투표를 하려는 마음을, 함께 살려는 노력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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