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내 일기를 엿보게 될 사람에게 - 최영미 산문집
최영미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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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여겨 보던, 작가의 눈에 띄는 산문집을 만나다.
 
 
  최영미 시인의 책을 처음 만난 건, 『시대의 우울』이라는 산문집을 통해서였다. 미술관을 좋아하지 않지만, 마음의 풍경을 저미기 위해, 떠나는 시인의 여정을 통해, 렘브란트를 만나게 되었고, 멀게만 느끼던 미술이 가깝게 다가왔다. 저자의 출간된 책은 가능하면 읽으려 노력하고 있다. 작가는 시인으로 문단에 데뷔했는데, 다른 분야의 책을 더 만나게 된다.
 
  1993년부터 2009년까지, 17년간의 산문을 모은 책이다. 길고 긴 시간동안, 느껴지는 기운에서 당당함을 느꼈다. 자신의 시에 대한 해석을 반론하는 글을 맞이한 주말의 아침을 망친 괴로움을 토로하는 글은 예전에 만난 기억을 통해 글의 매력을 느꼈는데, 다시 만나게 되어 좋았다.
 
 
#  일기에 가까운, 솔직한 글들.
 
 
  솔직한 글을 만날때면 즐겁다. 우연히 내 일기를 엿보게 될 사람에게라는 제목처럼, 솔직 담백한 글이 많다. 월드컵의 열기를 즐기면서, 선수들이 죽기살기로 하기보다, 경기를 즐기기를 바라는 마음에 고개를 끄덕였고, 월든을 보며, 새로운 관점에서 보는 글도 흥미로웠다. 30대, 40대, 50대를 지나면서 좀더 여유로워진 시인의 글을 보기도 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당하게 토로한 글은 여전함을 느낀다.
 
 
  일기는 내 문학의 시작이자 끝이다.
  내가 쓴 최초의 시들은 일기장에 발표되었고, 또 내 인생이 종말을 고하는 그날, 내가 세상에 남길 마지막 작품은 최후의 그날 아침, 혹은 그 전날 밤에 내가 썼던 일기일 테니까.
 
   소소한 일상에서 새로운 시선을 관찰하는 일이 작가가 지닌 최고의 능력이라 생각한다. 소소한 일상 속에서 글감을 찾아, 충분히 독자가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힘을 느꼈다. 모두에게 좋은 곳은 없고, 정치적이나 사회를 보는 시선이 다른 교수님의 차이를 인정하는 글을 볼 때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일상에 많은 글감이 있지만, 그걸 잘 활용하는 이는 많지 않다. 쓸 말이 없는게 아니라, 쓰지 못하는 능력부족의 현실을 산물을 보며 다시 돌아보게 된다.
 
  일상이 무료해질 때, 힘을 주는 책이란 생각을 했다. 등단 소감에서 다짐했던,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겠다는 목적에 맞게 살아왔겠구나란 생각을 했다. 결국 사랑과 연민만이 나 아닌 너를 더듬고 이해할 힘을 준다는 것과 잘 보낸 하루가 그저 그렇게 보낸 십 년 세월을 보상해줄 수도 있다는 말에 적극 동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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