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의 용어사전
나카야마 겐 지음, 박양순 옮김 / 북바이북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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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양철학, 왜 낯설게 다가올까?
 
 
  서양의 문물이 들어온지도 백년이 훌쩍 넘어간다. 1900년대 초기에는 제국주의 일본의 문화를 많이 받을 수 밖에 없었고, 해방 이후에는 미국의 문화가 많이 사회에 흡수되었다. 토속적인 신앙인 무교와 미신으로 치부되는 풍수및 동양학은 근대화 운동시대에 소외받았지만, 차츰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동양철학과 다른 문화도 많지만, 학계와 주류에서 철학이라고 하면, 서양철학을 생각한다. 그리스 시대부터 계통적으로 잘 내려온 철학의 개념을 이해하는 것보다는, 전통문화 속에 스며있는 동양철학의 중용과 여러가지 생각들을 받아들이는 일이 더 쉽다. 서양철학자들의 이야기가 낯선 것은 우리가 서양문화의 뿌리에 관한 부분에 무지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서양철학의 고유한 풍토성을 받아들이기 곤란한 점을, 긍적적인 관점으로 바꿔, 서양철학이 보편성을 띄고 있는지, 확인하는 시선으로 돌리는 저자의 능력에 감탄했다. 다양한 철학의 가치들이, 개념적으로 스며있다가, 어느 순간 철학자의 손길을 거쳐, 의미있는 철학적 요소로 부각된다. 서양철학을 공부하는 일은, 시대마다 변화하고 이어지는 많은 철학적 요소, 개념들의 모험을 엿보는 일이라는 관점에 동의한다.
 
  개념, 철학, 이데아, 규범 등등 100가지 사고의 용어들이 책에 실려있다. 각 단어들이 지닌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각 단어들이 철학의 무대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바라보는 관점에서 책은 쓰여졌다. 일반적인 뜻을 알려주는, 사전이 아닌, 철학적인 사고를 하는데 보탬이 되는 단어의 역할에 대해, 알려주는 책이라 생각하면 된다.


# 100가지 사고를 익혀갈수록, 가깝게 다가오는 서양철학.
 
 
  책을 읽는다고 해서, 서양철학의 계보를 한 눈에 알아보게되는 마법을 지닌 책은 아니다. 각 사고의 단어들이 철학자들에게 어떤 의미로 규정되어졌고, 서양철학사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일반인이 쉽게 다가설 수 있게 풀이되어 있다. 어렵지 않게, 단어의 의미에 대해 도전해 볼 수 있게 한다는 점이, 책의 가장 큰 매력포인트이다.  칸트, 헤겔, 후설, 프로이트, 비트겐슈타인 등등 다양한 철학자들이 다양한 용어에 대해 자기만의 관점을 가지고, 사고의 용어에 대한 자신만의 정의를 내린다.

 

  철학자를 이해해야, 그의 철학을 알 수 있고, 그의 사상도 이해하게 된다는 관점과 달리, 용어를 통해,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는 철학자를 통해, 각양각색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할까. 지금 내가 세상을 읽는 틀(프레임) 역시, 내가 스스로 생각한 것이 아니라, 서양철학자의 누군가가 만든 관점의 틀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되었다. 타인과의 시선이 거울이 되어, 자신이 바라보는 곳을 응시하게 되는 점, 이성의 사고를 지닌, 인간이 지닌 가장 큰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들뢰즈, 스피노자, 칸트, 헤겔 등 철학자들을 생각하면 철학을 공부하고 싶은 생각이 뚝 떨어진다. 나만의 생각,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갖고 싶지만, 철학의 난해함으로 낯선 단어들이 의욕을 떨어뜨려 고민하는 독자에게는, 100가지 사고의 용어로 서양철학에 다가설 수 있게 하는 이 책이 많은 도움을 줄거라는 생각을 했다. 저자의 말을 듣지 않고, 아무렇게나 마음에 드는 데로 읽어분 후, 두 번째 읽을 때는 처음부터 차근차근 읽어보았다. 페트병을 뒤집은 것처럼, 앞에서부터 차근차근 읽다보면, 거꾸로 선 페트병의 물이 위에서 내려오듯이 넓게 보였던 철학의 세계가 한 방향으로 흐름을 잡을 수 있음을 알게되었다.
 
  철학이 밥을 먹여주거나, 직접적으로 생을 살아가는데 보탬을 주는 대상은 아니라 생각한다. 철학을 공부하고, 자신만의 방향을 스스로 이해해서 정립한 이는 돌발상황이 오더라도, 자신의 걸어야 할 길의 방향을 제시해주는 나침반을 지닌 채 살아가는 이점이 있다. 여러가지 변수가 삶의 방향을 흔들리게 하는, 다양한 선택이 지옥의 고통을 안겨주는 현대사회 일수록, 비실용적인 철학을 공부해야 할 필요성은 높아진다 생각한다.
 
  먹고 사는 일만 해결되면, 만사 OK인 것처럼 보인다. 막상 그것이 충족되고 나면, 아무런 의미없이 생을 살았다는 사실과 대면하게 된다. '왜 내가 지금 살아가는가?'에 대한 정답을 주지 못하지만, 자신만의 답을 찾는데 도움이 되는 철학!, 사고의 능력을 기르고 싶은 이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얇지 않은 분량만큼, 내용이 충실하다. 책을 만들기 위해, 나무를 벤 선택이 아깝지 않은 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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