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읽는 CEO - 도시의 숲에서 인간을 발견하다 읽는 CEO 8
김진애 지음 / 21세기북스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 농촌과 마을이 사라지며, 생겨난 도시. 최고의 문화 형태인 도시의 결을 들여다보다.
 
 
  50년대에 태어난 아버지 세대가 농촌에서 도시로 이동하는 산업화 세대였다면, 80-90년대 태어난 세대는 도시화가 진행된 공간에서 정보사회를 살아가는 새로운 세대이다. 쥐불놀이, 제기차기, 모내기, 품앗이 등 농촌사회의 문화가 사라진 공간에는 익명의 군중과 적당한 거리에서, 서로의 관계를 맺어가는 새로운 문화가 채워진다. 도시에서 먹고, 마시고, 잠을 자면서 생활하지만, 도시의 풍경과 결에 대해서는 깊게 고민해 본 적이 없다. 뛰어난 정치가들과 행정가, 건축가들이 모여서 새로운 그림을 그리는 일이지, 도시의 소시민과는 거리가 멀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저자는 도시에는 인간의 위대함과 비열함이 동시에 버무러져 있다고 이야기한다. 사람은 도시를 만들고, 도시는 사람을 만든다며, 당신이 하는 일상의 행위 하나하나가 도시를 만든다고 말한다. 문제없는 도시란 이 세상에 없다는 말이 마음에 와 닿았다. 문제는 없어지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모습을 달리하며 도시에 나타난다는 말에서 약점이 없는 인간이 없다는 말과 약점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약점이 달라지며 삶을 고민하게 만든다는 글이 떠올랐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도시는 어떤 모습이고, 내가 꿈꾸는 도시는 어떤 특색이 있으며, 세계의 각 도시의 장단점을 저자의 이야기로 알 수 있겠다는 기대로 책을 읽었다. 도시와 인간은 독립되어 있다는 생각이, 책을 읽으면서 뜨거운 볕에 놓인 얼음처럼 샤르르 녹기 시작했다.
 
 
# 수많은 선택의 갈림길과 인간의 의지에 의해 만들어진 도시들을 만나다.
 
 
  저자는 도시에 끌렸던 자신의 체험에서 시작해서, 다양한 도시들을 살펴본다. 지속 가능성을 고민하기도 하고, 시각부터, 후각, 미각, 촉각, 눈을 감고 느끼는 직관까지, 몸으로 체험하는 도시의 매력을 이야기한다. 꿈을 그리며, 미래의 도시들에 대한 상상력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도시 뒤에 스며있는 인간의 문화에 대해 이해할 수 있어 좋았다. 인간의 삶과 문화가 스며있는 도시를 보며, 우리가 살아왔던 풍경과 문화에 대해 고민해보았다. 도시의 지도를 그리듯이, 자신의 꿈과 미래에 대한 비전을 찾아보기도 했다. 길을 잃어야 보물을 찾는다는 이야기에서는 정해진 길이 아닌, 자신이 직접 체험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길을 찾게되고, 예상치 못한 소득을 얻을 수 있다는 지혜을 알게 되었다.
 
  200개국이 넘는 지구에, 많은 사람들이 도시에서, 다양한 삶의 방식으로 살아간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쿠리티바와 두바이 모델의 지속 가능성을 고민하는 부분에서는 인생의 방향성에 대해서, 뉴욕의 두 얼굴에서는 경쟁력과 삶의 균형 사이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현실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소수의 탐욕이 극한으로 추구되었을 때, 언제나 위기로 치달았고, 그 위기는 사람들을 오랜시간 고통의 늪으로 몰아갔다는 사실에 공감하였다.
 
  인권도시 워신턴과 혁명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스민 파워플레이, 권력의 속성으로 비교하는 부분과 '이데아'를 바라보는 두가지 시선인 독일과 한국의 분단 도시의 비교에서는 포용의 가치에 대해 고민해 보게 되었다. 다양한 주제에 대해, 대비되는 두, 세 도시를 통해 비교하는 방식으로 설명하였기에, 저자의 메시지를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 가장 단순한 진실, 사람이 살면 도시가 살아나고, 사람이 떠나면 도시가 죽는다.
 
 
  도시는 다 거기서 거기라 생각했었다. 맛으로 기억되는 도시, 걷고 싶은 도시, 하루를 소비하고 싶은 도시, 공원에 누워 잠들 수 있는 도시, 눈에 피로감이 덜한 자연친화적인 도시 등 다양한 도시의 풍경이 보인다. 지금 살고 있는 도시의 결은 도시가 그렇게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니라, 도시에 사는 시민들과 다양한 정치적 이해와 선택의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개인이 도시의 풍경을 바꿀 순 없지만, 개인이 먼저 시작해서 도시의 풍경에 대해 고민하고, 다른 이들과 변화하려는 노력을 지속한다면, 그 선택에 의해 도시의 풍경도 자연스레 바뀐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정치가와 행정가, 건축가에게 도시를 무작정 맡겨둘 것이 아니라, 자신이 그리고 싶은 도시와 풍경에 대해 고민하면서, 그 선택을 옹호하는 지도자를 선택하는 정치행위를 하는 일이, 자신이 원하는 도시를 만드는 데 가까워지는 일임을 알게 되었다.
 
  제목처럼 CEO에게 도시의 결과 도시에 사는 인간의 문화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하는 책이다. 특히, 20대와 대학생이 읽고 자신이 바라는 꿈의 도시를 디자인해 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1부에 나오는 호기심을 일깨우는 점은 자신의 꿈을 디자인 하는 비법이 숨겨져 있다고 할까. 막연하게 느껴지는 '도시'속에 문화, 예술, 정치, 사회 등 다양한 이야기가 숨겨져 있음을 깨닫게 해 주는 책이었다. 깊이 있게, 진지하게 읽는다면, 책 읽는 시간과, 책 값이 아깝지 않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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