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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에 피도 안마른 것들 인권을 넘보다 ㅋㅋ - 청소년인권 이야기
공현 외 지음 / 메이데이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 청소년, 어디까지 보호하고, 어디까지 인정해야 할까?
청소년기는 불씨와 같은 시기인것 같다. 자신을 매혹시키는 일이나 대상을 만나게 되면, 자신을 연소시켜 활활 타오르지만, 차갑고 냉랭한 여건 안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무기력한 상태가 된다. 매일 반복되는 등교와 도망치면 체벌과 꾸지람이 따르는, 불잡아두기만 하는 학교를 생각하면, 군대처럼, 그때로 돌아가라면 절대 응하고 싶지 않은 시기이다.
아이들과 청소년 인권 보호대상자들이 모여, 청소년을 문제의 대상이 아닌, 인격을 갖춘 ’존재’로 봐달라는 책이 나왔다. 대학교 1학년과 고등학교 3학년은 딱 1년의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고등학교 3학년과 대학교 1년 사이, 아이들의 인격이 급상승한 것도 아닌데, 왜 대학생들의 차림새는 규제하지 않고, 고등학생의 차림새에는 규제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걸까.
청소년 인권이 나아지지 못하는 이유는 관심의 대상도 적고, 통제로 보는 시선이 여전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지금 나와 절실한 연계가 없는 청소년 인권 문제라 생각하니, 그다지 마음이 와 닿지 않았다. 예쁜 조카들과 만약 내 아이들이 태어나 학교의 과정을 밟게 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파왔다. ’내 일은’ 직접적으로 아니지만, 결국 나와 관계가 있는 사람들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문제라 생각하니,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니란 생각이 들어 책을 읽게 되었다.
# 아직도 남아있는 획일주의, 통제 위주의 시스템을 학교에서 발견하다.
책에서는 입시경쟁의 사회구조, 교사와 청소년과의 관계, 학교를 다니지 않는 비학교-청소년의 인권, 청소년 노동인권, 친권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걸 결정하는 어른과의 갈등, 동성애와 성인식까지 다양한 분야에 대해 청소년의 ’문제’가 아닌, 인권의 시각으로 이야기한다.
모두가 머리를 짧게 자른다고 해서 학업성취률이 올라가지 않는다 생각한다. 통일된 복장을 한다고 해서, 아이들이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교사들이나 교육감 등의 위에서 관리를 해야 하는 어른들이 보기에 불편하지 않을 뿐이라 생각한다. 두발문제와 복장규제에 대한 이해할 수 없는 변명과 저자들의 주장을 듣다보면 10여년이 지났지만 세상은 여전히 그 발자국에 머물러 있음을 알게된다.
학부모들도, 교사들도 다 복장규제와 두발문제에 동의하지 않았을텐데, 왜 사회는 변하지 않는걸까? 어쩌면 우리 사회에서 나타나는 모든 사회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 이유의 원인은 무관심에서 시작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르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지지하지 않는, 굳이 나서지 않는 과정에서, 변화는 일어나지 못하고, 정체되고, 당사자들은 지쳐버리게 된다.
당연히, 복장규제를 풀면 다양한 문제들이 생겨날 것이고, 두발문제를 개방하면 다양한 문제들이 생겨날 것이다. 문제가 생겨났을 때, 구성원들과 진지하게 토론해서 변화하는 방향을 논의하는 것이 아닌, 무조건 안된다고 규제만 하는 시선에서, ’청소년’을 ’문제’의 대상으로, 통제의 대상으로 보는 시선이 유지됨을 인식했다.
사실, 언론에서 보도되는 자극적인 내용들을 보면 지금의 10대들은 무섭고 두렵게 느껴진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지금의 성인들이 청소년이었을 때에도, 어른들은 청소년들의 행동을 못마땅하고, 불온한 시선으로 보았다는 점이 알 수 있다. 대화하기보다, 이건 나쁜거니까 하지 않아야 해, 넌 몰라도 돼, 어른들이 어련히 알아서 좋은 길로 유도할까, 이런 말들이, 결국 스스로 선택하지 못하고, 경제적으로, 개인적으로 어른들에게 종속하게 만드는 아이어른을 만드는 일의 연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 애들이 문제라는 시선이 아닌, 함께 대화하고 토론하고 해결책을 고민해 봐야 하는 시대.
’인권’이라는 시선에서 접근한 책이기에, 의무는 없고 부당한 권리를 침해받는 사례와 변화의 주장이 책의 주요 내용이다. 세상은 다양한 사람들이 살기에, 청소년 내에서도 변화를 바라는 아이와 그냥 이대로 지냈으면 하는 아이 등 다양한 아이들이 존재할 거라 생각한다. 그런 아이들이 공통된 시선을 볼 수 있도록 하려는 노력은 청소년,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과제라 생각한다. 제목처럼, ’머리에 피도 안마른 것들이’, ’건방진 것들’, ’고생을 해 봐야지’라는 어른들의 시선을 충분히 만족하는 책이기도 하다. 어쩌면 변화는 익숙해진 시선을 고치려는, 다른 곳을 바라보는 고통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책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교육이 바로서면, 그 나라의 백년 미래는 밝다고 생각한다. 입시경쟁의 문화, 좋은 대학이 더 나은 경제적 여유의 기회를 줌이 당연하게 느껴지는 시대, 우수한 성적이 1등급 쇠고기처럼 우수한 품종으로 선택되는 사회는, 행복에 이르는 방법이 적기에 아무리 경제적으로 발전해도 후진국이라 생각한다. 청소년을 ’문제’의 시선이 아닌 ’인간’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책이다. 보수적이고, 아이가 행복하게 학교를 다녔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 부모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부모에게 마음이 들지 않겠지만, 지금 아이들의 생각은 여기까지 나아갔음을 인식하는 점은 아이와의 대화에서도 많은 도움이 될거라 생각한다.
누구라도 아이와 연관되지 않는 삶을 사는 이는 없다 생각한다. ’나’만의 문제가 아닌, 내가 사랑하는 이가 겪어야 할 문제라 생각이다. 교사가 억지로 아이들을 단속하지 않아도 되는 학교, 아이들이 자신의 권리와 꿈을 이룰 수 있는 사회가 되도록 사회가 나아가는데 힘을 보태야 한다 생각한다. 단시간에, 바꿀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외면한 채로, 자기의 일에 몰두하는 이 시간에도, 아이들의 아파하고, 괴로워하고 있다는 사실, 보호해야 하는 시선이 아닌, ’인격’적으로 당연히 받아야 하는 권리라는 시선에서, 꼭 책을 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모두 건강한 꿈을 안고 사회를 살아야 하지만, 특히 청소년 시기는 자신의 처지에 대해 괴로워하고 꿈을 잃어버리는 시기가 아니였으면 하는 마음이다. 청소년 때 느꼈던 마음이, 성인이 되어서도 여전히 잠재의식에 남아있기에, 청소년 인권에 대해, 건강한 사회를 위해, 사회구성원으로서 고민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생각한다.
세상을 바꾸는 데는 큰 힘이 필요하지 않다. 작은 관심과 대화를 계속해서 논의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의 의식이 변화하면서, 조금씩 세상은 더 나은 방향으로 간다 생각한다. 아이들의 외침을 들어야, 문제가 무엇인지, 어떤 점이 잘못되어 있는지 알 수 있다. 나는 힘들었어도, 아이들은 그 과정을 밟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따뜻한 독자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