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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스 웨이 - 세계는 지금 새로운 리더를 요구한다
달라이 라마, 라우렌드 판 덴 마위젠베르흐 지음, 김승욱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3월
평점 :
# 불교, 경영자에게 말을 걸다.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더 이상 국가와 기업이 개인의 안정을 보장해주지 못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스스로 현명하게 무엇을 해야할지, 방향을 정하지 못한다면, 이리저리 휩쓸리다 결국 무기력해진다. 경제학은 '선택'과 '기회비용'이라는 개념으로 세상을 설명한다. 즉,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말한다. 어떤 선택을 하던지, 그 선택으로 인한 이점이 있다면, 결국 그 선택으로 인한 대가도 함께 치러야 한다. 호황의 긴 터널을 지나온만큼, 이제 불황의 고속도로를 어찌하던지, 다음 터널을 만날때까지, 견디며 달려야 한다.
현대, 삼성, 대기업의 총수가 한국인이라고 해서, 그 기업이 한국기업이 아닌 시대에 살고 있다. 기업은 국경을 너머, 다국적기업으로 되어가고, 자본은 스스로 몸을 증식시켜, 부자들은 더 큰 부자가 될 기회를, 가난한 사람들은 더 올라설 수 없는 넘을 수 없는 유리벽이 견고해지고 있다. 세상은 더욱 좁아지고, 기업들도 살아남기 위해 혁신의 노력을 거듭하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흐름을 잘 읽어야 한다.
언제 변화해야 하는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은 기업의 CEO가 아니더라도, 일상을 사는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일이라 생각한다.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 불교에서는 만물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전일론을 주장한다. 원인이 있기에, 원인으로 말미암은 과정을 통해, 지금의 결과가 나오게 되었고,'나'라는 주체보다, 서로 연결되어 있는 관계를 깊이 있게, 통찰함으로써, '무명'의 어리석음을 벗어나, 바른 눈으로 바른 일을 하려 노력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끊임없이 대중과 호흡하며,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점을 기술개발과 마케팅을 통해 꾸준히 변화하려 노력해야 하는 경영자에게, 언제 변해야 하고,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실마리를 어쩌면, 불교의 지도자가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통해 전해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불교를 모르는 문외한을 위해 불교용어대신, 사회에서 많이 사용하는 긍정적인 감정, 부정적인 감정이라는 표현 등으로 독자들의 눈높이를 맞추려는 노력이 담긴 책이다.
티베트 불교와 비즈니스의 만남이라, 어색하다. 인간의 더 나아지고 싶은, 더 이익을 내고 싶은 욕망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주체인 기업과 욕망을 다스림을 중요시하는 불교의 만남이라니, 냉면과 삼계탐을 함께 먹는 느낌이다. 실제로, 공산주의와 불교의 접점을 찾던 달라이 라마에게 자유시장경제와의 접점을 찾는 일이 더 나을것이라는 경영컨설턴트 라우렌스의 충고가 담긴 편지를 시작으로 그들은 서로 교류를 나누게 되었고, 불교와 자본주의의 접점을 찾는 7년의 노력을 통해 책은 완성되었다.
# 마음 수련을 통해, 바른 눈으로 통찰력을 발휘해서, 바른 일을 한다.
책은 자신의 주인이 되기, 조직을 이끌기, 연결된 세계의 리더라는 3부로 이루어진다. 1부에서는 자신의 주인이 되기 위해, 마음을 다스리는 법과 바른 눈을 얻기 위해 알아야 하는 모든 것은 변화하고, 서로 연결되어 있고, 원인없는 결과는 없다는 불교의 기초지식을 이야기한다. 100년 이상 지속한 기업도 한 순간의 위기로, 변화에 대처하지 못하면 도태되고 마는 빠른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의 시기에 바른 눈과 바른 일을 한다는 관점은 가장 기초적이지만, 불교의 핵심적인 내용으로 리더의 바른 결정을 돕는 방법을 제시한다.
욱하는 마음과 타인에게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으로 마음 수련하기를 추천한 저자는, 리더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감정의 원인과 그 과정을 깊이 고민하는 과정을 거쳐, 맑은 정신으로 합리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영자의 사소한 결정이 조직의 전체 구성원 뿐만 아니라, 경제와 세계경제에 서로 영향을 미친다는 '연기'의 원리를 이해하는 경영자라면, 이윤만을 추구하는 기업이 아닌, 행복을 창조하는 이윤을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 점을 이해한 각국의 경영자, 리더들이 세계가 서로 연결되었음을 인식한다면, 빈곤과 인구문제, 환경문제 등의 문제들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해결될거라고 저자들은 주장한다.
서양에서는 공동체에 관한 인식보다 자아를 중요시하고, 유교문화권에서는 자아보다 공동체를 강조한다고 한다. 서양의 독자들에게는 '자아'보다 더욱 넓은 공동체를 인식하는 계기를 제공하고, 유교문화권인 한국의 독자에게는 혈연, 지연, 가족 등의 작은 공동체에서, 더 넓은 공동체, 세계의 일부인 자신을 인식하는 변화의 계기를 마련해주는 책이라 생각한다. 인간은 혼자서 많은 걸 해낼 수 없고, 지금까지 인류가 이뤄낸 성과는 보이지 않는 연대의 힘으로 지금까지 버텨왔다고 생각한다. 작은 의사결정 하나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리더들이, 바른 판단과 바른 방향성으로 기업을 이끌고, 서로 연대하는 마음을 잃지 않는다면, 세상은 더욱 건강하고, 다양성이 존중되는 방향으로 진행될거라는 저자들의 소망과 외침이 마음에 닿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사람들과의 부딪침을 통해서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고, 기분이 상하기도 한다. '아! 그때 조금 더 깊이 생각하고 감정에 휘둘리지 않았다면, 쓸데없는 일에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았을텐데'라는 후회를 하루에도 몇 번씩 한다. 개인의 마음의 변화가, 행동을 바뀌게 하고, 개인의 행동은, 그가 속한 조직의 다른 일원에게 영향을 미친다. 미세하고 촘촘하게 얽혀진 인간그물망에 사는 느낌이다. 의사 결정 하나로,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경영자와 사회의 리더들에게도, 매 순간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살아야 하는 개인에게도, 모두 필요한 책이라 생각한다. 어렵지 않은 내용이지만, 새롭게 인식한 내용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변화하기 위한 많은 도전의 용기가 필요하다는 걸 알려주는 책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