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hug! 아프리카
김영희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  큰 기대 없이 떠난 아프리카 여행. 거기서 발견한 것은...
 
 
  TV나 책에서 멋진 풍경과 음식, 재미난 에피소드를 만나게 되면, 자연스레 떠나고 싶어진다. 매일 보던 일상의 풍경에서 벗어나 다른 생활방식과 낯선 사람들이 숨쉬고 있는 그곳에 가면, 가슴 설레고, 많은 감동을 받아 돌아올 것 같은 기대를 갖는 일은 자연스럽다. 유럽이나 미국은 가보고 싶은 동경의 마음이 들지만, 아프리카와 인도, 낯선 나라들은 왠지 두려운 생각들이 든다. 친숙하지 않은 정보와 함께 마음 속에 스며있는 경제적 부에 의한 편견이 남아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무작정 떠나는 여행이 가장 멋지다 생각하지만, 여행은 낯선 공간으로 떠나는 일이기에, 외지인에 의한 피해를 겪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함께 존재한다. 소심한 내게, 아프리카는 동경하지만, 가보기에는 위험한 공간으로 머리와 가슴에 인식되어 있다. 이 책, 『헉! 아프리카』를 만나기 전까지, 그러했다.
 
  빈곤에 처한 아프리카인들을 구해주고 싶은 거룩한 이유도 아니고, 일상에 지쳐 에너지와 삶의 전환점을 찾고 싶어서, 정확히 왜 아프리카에 가고 싶은지 이유도 모른 채, 떠났다는 저자가 여행을 떠난 이유의 솔직함이 마음에 닿았다. 정지선을 지키자는 캠페인을 담은 몰래카메라, 양심냉장고 편을 연출한 따스한 기획을 많이 한 저자가 이야기하는 아프리카이기에, 그가 바라보는 시선이라면, 거창하지 않은 소소한 감동을 느끼고 싶다는 기대를 안고 책을 골랐다. 화려한 문체와 스펙타클한 모험, 인생의 전환점을 안겨주는 거창한 교훈을 기대한 독자에게는 실망감을 안겨줄거라 생각한다. 뛰어난 능력을 지닌 저자가 쓴 매력적인 책이라기 보다, 우리 곁에서 늘 존재할 거 같은 친근한 마음을 가진 아저씨가 여행에 다녀와서 자신이 겪은 느낌을 전해주는 책이다.
 
  사소한 것은 절대 사소한 것이 아니다라는 글귀를 자기계발서에서 최근에 읽었다. 빠른 사회의 변화속에서, 잊고 살아가는, 작지만 소중한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들이, 신비와 두려움의 편견으로 가득한 아프리카를 친근한 친구로 느껴지게 만든다. 닮고 싶은 매력과 함께, 꼴보기 싫은 미운 구석을 함께 지닌 친근한 친구처럼, 아프리카에 사는 그들의 희망과 절망을 모두 보여주는 책이다. 저자가 아프리카에서 부대끼며, 친구가 되어 돌아오는 과정을 읽다보면, 아프리카는 떠나보고 싶은 장소로 변해있다.
 
 
#  지나버린 시간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 그 곳! 아프리카.
 
 
  한국에서 쉽게 보지 못하는 사파리, 빅토리아 폭포, 킬리만자로 산 등정, 사하라 사막에서의 노숙 등 여행상품에서 쉽게 안내받을 수 있는 코스로 여행을 떠난다. 책의 강점은 ’여행지’에 주목한 점이 아니라, 여행지에 가는 과정의 ’마음의 변화’를 기록한 점이라 생각한다. 태국에서 아프리카로 떠날 때, 버스안에 까맣게 가득찬 검은 피부를 보며 느꼈던 위화감, 차비가 없어 6시간 이상 걷는 일이 자연스러운 사람들의 모습, ’잠보’하며 인사하고 손 흔들면, 반갑게 인사해 주는 사람들, 여행지에서 만난 사기꾼과 강도, 고마운 사람들까지, 한 사람을 대면하면서 느끼는 감동과 분노, 슬픔과 연민 등이 그가 펜을 굴려 그려낸 글과 스케치를 통해, 카메라에 힘에 기대 찍은 사진에 의해 생생하게 전해진다.
 
  그는 아프리카의 최대의 재래시장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살아 숨쉬는 활력과 희망을 느꼈다고 이야기한다. 노숙자와 빈민들을 취재했던 예능PD의 경험들이, 일반 관광객이라면 멀리하고 두려워했을 부분까지 경험하게 해 주었고, 두려움 너머에 숨어있는 그들이 지닌 분노와 희망을 대면하게 한다. 분노에 주목하기 보다, 가난하지만, 서로 인사나누고, 없는 것도 나누어 가지는 살뜰한 정, 저자는 우리가 정보화와 현대사회를 살며 잊어버리거나, 잃어버릴 수 밖에 없었던 인정을 보며, 한국에서 잃어버린 모습을 찾고 있었던 건 아니였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잡한 상어이빨에 노끈으로 묶은 목걸이를 만원에 부르는 맹랑한 소년도, 그의 가정형편을 생각하며, 천원에 사주었던, 묵묵히 고생해서 일하는 이에게 더욱 많은 돈을 얹어주는, 나쁜 사람들에게 손해보고 싶지 않지만, 착한 이에게 더욱 마음 써 주고 싶은 따스한 심성을 가진 저자이기에, 글에도 따듯한 마음과 그들의 힘겨운 삶을 바라보는 안타까운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생각한다.
 
  책을 구매하면, 인세와 출판사 수익금이 아프리카에 사는 아이들이 마실 물을 위한 우물파기에 사용된다고 한다. 책을 통해, 아프리카의 여러가지 모습도 느껴보고, 30-40년 전에 우리가 생활했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도 간접경험해 보고, 무엇보다 얼마를 지니고 있던간에, 사람사이에 살아숨쉬는 인정이 있다면, 그곳은 살만한 곳이라는 생각도 얻을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사실, 난 선의로만 채워진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 책은 좋은 뜻으로 독자를 매혹하기 보다, 책 속에 담긴 내용을 통해, 독자를 유혹할 수 있는 매력을 지녀야 한다는 책에관한 편견이 있다. 수익금이 좋은 일에 쓰이지 않아도, 읽어볼 가치가 있는 책이다.
 
  우린 같은 공간에 있지만, 각자 다르게 살아간다. 유럽, 미국, 아시아, 아프리카 등 모두 같은 시간, 지구라는 공간에서 살아가지만, 각자 그들이 지닌 문화에 따라 각양각색의 삶을 살아간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모두가 자신의 꿈을 도전해가며 사는 아름다운 공간을 꿈꾸지만, 현실은  부유한 이가 더 많은 선택을 한다는 원칙에 따라, 아프리카에 사는 이들은 실업과 빈곤, 생존의 공포 속에서, 때론 다른 공간의 이방인의 가이드와 그들의 관광을 도우며, 힘겨움과 불합리한 많은 부분을 안으며 살아간다는 사실도 느낄 수 있었다.
 
  세상에 믿을 건 나밖에 없다 생각하고, 경제적 안정이 중요하다고, 어두운 면을 보기보다는 가능성을 생각하며, 너도 많이 채워서 누리라는 삶에 대한 가치관을 지닌 독자보다는, 지금 가지고 있는 작은 부분을 나눌 줄 아는 인정많은 독자에게, 많은 영감을 주는 책이라 생각한다. 따듯한 마음을 지닌  나와 같은 삶의 가치관을 지닌 이가 떠난 아프리카 여행이라 생각한다면, 몸은 떠나지 않았지만, 깊이 공감하며 여행을 다녀온 만큼의 깊은 마음과 삶에 대한 생각의 전환의 기회를 갖게 될거라 믿는다. 잔잔하지만 감동 있는 이야기를 통해, 낯선 곳에서 지금 우리의 모습과 아프리카의 모습을 마주할 수 있는 용기를 지닌 이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학교에 가는 아프리카의 아이들이, 아프리카의 희망이라는 저자의 말에 동의한다. 기적을 믿지 않지만, 희망을 잃지 않는, 절망의 의미를 아는 이의 서가에 어울리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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