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불빛의 서점 - 서점에서 인생의 모든 것을 배운 한 남자의 이야기
루이스 버즈비 지음, 정신아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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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햇살 가득한 날에도, 비가 내리는 날에도, 책이 있어 늘 가고 싶은 그 곳.
  

  시원한 바람과 흰 구름이 듬성듬성 보이는 맑은 날씨에는 기분까지 상쾌해지기에, 서점에 들려 한 권의 책을 만나고 싶어진다. 비가 내리는 날에는, 거리에 거닐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기에, 서점에 몸을 피하게 된다.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정인을 만나는 것처럼, 서점에 놓인 한 권의 책에는 저자의 정성과 출판사의 노고, 서점 직원들의 수고가 스며있다.  저자는 책을 좋아하며, 서점의 점원이기도 했고, 출판사의 외판원 일까지 수행한 20년 이상 서점과 인연을 맺어온 서점과 책의 마니아이다.

  뜨거워보이지 않는 촛불의 심지의 파란색 부분이 붉은 빛을 내는 부분보다 실제 더욱 뜨겁듯이, 꾸준한 책과 서점에 대한 애정을 가진 저자가 서점과 책에 대해 이야기한다. 대한민국 열 명 중 세 명은 한 해동안 책을 읽지 않고, 서점에 가보지 않은 사람도 많을거라 생각한다. 온라인서점의 가격경쟁력으로 인해, 중소서점은 문을 닫아가고, 큰 체인점만 명백을 유지하는 이때, 한 때 사람들의 주된 만남 장소였지만, 카페에 밀려난 다방처럼, 흔히 볼 수 없는 공간이 되어버릴 수 있는 서점에 대해 저자는 이야기한다. 책을 이야기하는 저자는 간혹 볼 수 있지만, 서점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는 많지 않다. 단순히 책을 파는 공간이 아닌, 이야기와 역사가 스며있는 서점에 관한 이야기들은,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  서점과 책에 관한 조금은 특별한 이야기.
 
 
  첫 눈에 들어온 부분은 카페와 관련된 저자가 일했던 서점과 우리나라 서점의 차이였다. 외국에서는 서점 내에 카페가 있어, 구매하지 않은 책도 마음 편하게 서점 내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책을 볼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저자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서점의 변천사를 통해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단순히 책을 파는 공간이 아니라, 점원과 읽어야 할 책을 상담하기도 하고, 문화와 추억이 잠들어 풍경을 통해, 서점에 대해 가지고 있는 추억들을 떠올려 보게 된다.  

  로마와 유럽, 미국으로 거쳐온 글을 필사하던 필경사와 책장수, 노점, 행상, 인쇄기의 발명 등 다양한 기술의 발달에 따라 변화하는 책과 서점들에 관한 이야기를 저자의 추억과 함께 알차게 엿볼 수 있다. 외국에서 책이 어떻게 변화하게 되었는지, 우리 문화에서 책이 발전하게 된 변화와 비교하며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한 권의 책, 거기서 읽은 하나의 문장으로 세상의 온갖 좋은 것, 사소한 것, 심오한 것들이 시작되었음을 나는 배웟다는 저자의 이야기처럼, 한 권의 책에 스며있는 문장이 세상을 보는 시선을 바꾸기도 하고, 이루지 못했던 꿈을 꾸게 만들기도 하며, 잊어버렸거나 잃어버린 감정의 조각들을 다시 찾도록 만들기도 한다. 서가에 보관되어 있지만, 읽을 엄두도 내지 못한, 많은 이들이 이야기하지만, 많은 이들이 읽지 않는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와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 서점의 이야기는 책과 자유를 사랑하는 이들이 책을 지켜내기 위해 행했던 독자들은 알지 못했던 수 많은 수고들을 생각해 보게 만든다. 내가 가진 돈을 지불하고 얻는 한 권의 책 뒤에는, 한 줄의 글을 쓰기 위해 무수히 많은 밤을 지새운 저자의 노고와 한 권의 책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회의와 선택의 과정을 거친 출판사의 애정, 그리고 서점과 출판사에서 책을 홍보하기 위해 드린 노력들이 스며있다고 할까. 밥상 위의 놓인 음식들이 많은 경로와 사람들의 손을 거쳐 오듯이, 책 역시 보이지 않은 많은 손길의 노고가 있다는 점을 강하게 인식하게 한 에세이이다. 

  POD와 전자책으로 시대의 변화에 따라, 어쩌면 서점도 없어지고 종이책도 없어지는 시대가 찾아올지도 모르지만, 저자의 강력한 책에 대한 애정처럼, 책은 늘 수많은 위기에 직면하였지만, 강하게 생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서점 역시, 첫 책을 사고, 손에 느껴지는 따스한 감촉과 눈과 마음을 즐겁게하는 오감을 자극하는 추억, 사랑하는 이에게 책을 선물하고 책에 담겨진 내용을 토론하는 추억들이 살아 숨쉬는 한,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과 더 나은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동무가 되어 줄거라 믿는다.
 
  책을 처음 접하는 이보다는, 서점의 책들에서 나는 책냄새와 책들이 모여있는 공간에 기꺼이 자신의 시간을 소비하는 책을 좋아하는 이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저자처럼 서점을 좋아하는, 책을 사랑하는 이가 살아있는 한, 책은 언제나 우리 곁에 함께함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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