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블루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해용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  승자에게 많은 게 돌아가는 냉혹한 스포츠의 세계.
   
    자신도 모르게, 금지된 약물에 연루된 사실을 알게된다면..
 
 
  야구를 좋아한다. 정확히 말하면, 좋아하는 선수의 플레이를 지켜볼 수 있에 행복을 느낀다. 승패와 관계없이 열정을 지닌, 그가 그라운드에 누비는 모습과 타석에 선 안타를 치고 나가려는 타자와 아웃시켜 보내지 않으려는 투수가 진지하게 경기하는 모습을 보다보면 열심히 살아야겠구나라는 생각을 마음에 하곤 한다. 부상을 당하지 않고, 선수생활을 다했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스포츠에는 매경기마다 승패가 결정된다. 특히 야구는 개인의 작은 실수가 팀의 승리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하고, 다른 선수가 잘함으로써 개인의 실수가 가리워지기도 한다. 개인과 팀 모두의 조화가 중요하다고 할까. 기량이 떨어지면 언제라도 퇴출될 수 있기에, 그 수가 한정되어 있기에 매우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스포츠이기도 하다. 슬럼프에 빠진 유명한 선수일수록, 약물에 대한 유혹의 손길이 거세지고, 더욱 더 심리적인 갈등상황에 빠질거라 생각한다. 금지약물에 몸에 남아있기에 검사를 하면 밝힐 수 있다.
 
  어린 시절 자신도 모른 사이에 자연스럽게 금지약물을 복용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 어떻게 될까? 특히 뛰어난 기량을 발휘하는 주목받는 유망주라면, 그 충격이 더할거라 생각한다. 사람들은 개인의 진실보다 밝혀진 사실을 가지고 그를 평가하기에 사실여부에 관계없이 선수생활에 곤란에 빠지게 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다. 그가 잘못하지 않았지만, 언론에 밝혀지면 곤란해진다는 숨겨야한다는 마음, 밝히면 좋지않다는 그런 마음이 슬픈 사건의 원인이 된다.
   
   
#  화려한 스포츠 세계의 뒷그림자를 볼 수 있는 독특한 추리소설.
 
 
  하스미 탐정사무소 조사원인 가요코는 가출신고를 받아, 모로오카 신야라는 청소년을 데려오는 일을 맡게된다. 그녀의 곁에는 경찰견 생활을 은퇴한 마사가 늘 함께한다. 신야에게는 모로오카 가쓰히코라는 야구 명문고의 노히트노런을 달성해, 퍼펙트 게임이 기대되는 유망주인 형이 있다. 고시엔(한국의, 청룡기와 같은 고교야구대회) 예선전을 앞둔 가쓰히코가 있던 야구부는 몇주 전 배팅기계가 불타는 사고를 겪었다. 신야와 함께 귀가하던 가요코는 신야의 부탁으로 불탄 현장에 가게 되고, 놀랍게도 뜨거운 불길에 휩싸인 그의 형의 주검을 발견하게 된다. 오열하는 어머니와 상처받은 아버지, 살인사건의 용의자가 같은 학교에서 퇴학한 야구부원으로 밝혀지면서 가쓰히코가 다니던 학교는 고시엔 를 포기하게 된다. 상상하지 못한 형의 죽음으로 상처를 받은 신야는, 가요코와 함께 형을 죽인 용의자를 찾기 시작하고, 용의자 뒤에 숨겨진 또다른 범죄의 흔적을 발견하게 된다. 사건의 진상을 밝혀갈수록, 놀라운 사실들에 직면하게 되는데...
 
  모방범, 낙원, 화차 등으로 유명한 미야베 미유키 - 미미여사의 최초의 장편소설이다. 두개의 사건, 가쓰히코의 죽음과 죽음의 원인이 되는 협박사건을 추적하는 가요코의 시선과 경찰견 마사의 시선으로 사건은 진행된다. 추리소설은 기본적으로 작가가 던지는 미끼가 매혹적이여야 한다 생각한다. 재미가 없다면, 누구도 끝까지 읽을 시간을 내어주기 않기 때문이다. 일단 재밌어야 하고, 그 다음은 작가가 보여주는 풍경속에서 삶을 돌아보게 한다면, 더욱 멋진 소설이라는 개인적 추리소설관을 가지고 있다.
 
  재미있는 소설이다. 사건이 풀릴 듯 하면서, 다른 사건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구성에 빠져, 끝까지 읽게되면, 놀라운 사실과 마주하게 된다. 범인과 피해자 모두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고 할까. 상황에 대처하는 개인의 내면심리에 공감하며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누군가에게 가족을 잃은 아픔의 사건으로 끝내지 않고, 지금 살아가는 사회의 풍경을 살펴보게 하는 힘이 책에 실려있다.
 
  스포츠스타의 폭력사건이나 스캔들에 연루된 사건을 보면, 진실의 여부, 사건의 진상과 관계없이, 결국 이익을 보는 이는 언론매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사실여부에 관계없이, 독자의 알권리를 충족시켜준다는 이유로, 때론 자신의 비밀을 호도하기 위해 펼쳐지는 언론플레이에 익숙해진 독자들은 사건이 밝혀지는 것 만으로도 그 스타를 외면해버리기도 한다. 독자들이 외면할거라는, 진실보다는 사실만이 중요하다는 현재의 언론시스템에서 독자들이 현명하게 대처하지 않는다면, 공인이라고 착각되어지는 연예계, 스포츠 스타들이 의도하지 않은 상처를 받게 되는 일이 많아질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실의 여부에 관계없이 언론에 밝혀지는 순간 꿈과 희망을 잃어버릴 아이들을 걱정했던, 사건의 연루자의 마음에 공감한다. 누군가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는 순간부터, 마음이 더욱 넓어진다고 생각한다. 흥미진진한 이야기의 비밀을 밝혀내는 탐정의 기분으로 작가와의 두뇌게임을 벌이고 난 후, 진실보다는 사실 자체에 더 마음을 쓰는 현실세계의 모습에 마음이 씁쓸해진다. 누군가를 믿어준다는 일이, 얼마나 큰 용기와 신념이 필요한지, 왜 우리는 각자, 거리를 두고 살아갈 수 밖에 없는지에 대해서 한 번 더 고민해 보게 된다.
 
  야구부의 에이스가 피해자로 등장하는 소설이지만, 야구를 모르는 문외한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일반적인 소설은 범인을 밝혀내고, 상처와 아픔으로 끝나버린다면, 이 소설에는 다음의 미래를 위한 희망의 메시지도 느낄 수 있다. 희생된 사람들의 아픔과 함께, 스며든 악을 제거한 후의 더욱 밝아진 모습을 기대할 수 있게 하는 따스함이 담겨있는 소설이다. 미미여사의 글을 싫어하지 않는,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이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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