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러브 - 사랑하는 영혼만이 행복하다
메이브 빈치 지음, 정현종 옮김, various artists 사진 / 이레 / 2002년 12월
평점 :
절판


 


#  너무나 익숙해서,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는 사랑의 감정. 사진을 통해 다시 느끼다.
  
 
  소중한 존재의 가치가 그가 곁을 떠난 이후에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 그리고 찾아오는 아쉬움의 감정들은 그 마음을 그때도 알았다면, 더 잘했을텐데라는 후회로 남는다. 뉴스를 보면, 즐거움과 감동을 주는 소식과 분노와 짜증이 나게 하는 뉴스가 있듯, 세상에는 즐거운 일과 힘겨운 일이 동시에 공존한다. 힘겨운 일에 마음을 쏟다가, 정작 하루를 살아가게 만드는, 애정, 친밀감 등의 사랑의 마음은 잊고 살아간다.
 
  지하철 안에서 타인의 시선에 신경쓰지 않고, 상대를 바라보는 일에 열중하고 있는 연인의 사진보다, 사랑의 속삭임과 사랑의 마음을 느낄 수 있는 활자를 좋아하는 난, 사진집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름다운 언어를 사용할 줄 아는, 정현종님이 옮겼다는 이야기에, 사진과 함께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 책을 읽기로 결정했다. 책을 살펴보다보면, 포토에세이가 아닌, 사진집이라는 걸 알게된다.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에 경의를 표하기 위해 M.I.L.K(MOMENTS INTIMACY LAUGHTER KINSHIP - 친밀감과 웃음 그리고 가족애의 순간들) 프로젝트이 열리고, 세계의 많은 사진 작가들이 사진을 보내왔다. 가리고 추려, LOVE라는 책이 세상에 나오게 된다.
 
 
#  당신의 마음을 움직이는 사진, 있으신가요?
  
 
  하나의 사진에는, 사진이 말하지 못한, 독자가 놓치기 쉬운, 많은 뒷이야기들이 있다. 프롤로그에 실린, 킴 푹의 이야기를 읽으며, 그 생각이 더 강해진다. 베트남 전쟁때 네이팜탄에 화상을 입으며, 도로를 뛰던, 벌거벗은 채 울면서 뛰던 소녀가 킴 푹이다. 베트남 전쟁의 폭력성과 사진을 찍은 작가를 풀리처상 수상자로 만든 한 장의 사진에는, 숨어있는 이야기가 있었다. 사진을 찍고, 그가 그녀를 돕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생명을 구하지 못했을 것이다. 화상의 치료하는 고통의 순간에 정성들여 돌보아주었던 간호사가 없었더라면, 그녀를 사랑하는 가족들이 없었더라면, 그녀는 유네스코 친선대사로서의 지금의 삶이 아닌 다른 삶을 살고 있을거라 생각한다.
 
  그녀가 가장 감동받았던 사진은 머리가 다 빠져버린 아이의 볼에 뽀뽀려는 간호사를 찍은 사진이다. 그 사진을 보며, 그녀는 네이팜탄의 화상을 치료하기 위해, 고통의 시간을 감내해야 했던 병원에서, 그녀를 정성스럽게 돌봐주었던 간호사 홍을 떠올렸다. 100장의 사진이 독자 모두에게 큰 감동을 전해줄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100장의 사진 중에 한 장이라도, 자신의 마음을 움직이는, 기억 아래, 심장에 숨쉬던 추억의 공간으로 여행하는 여행티켓이 되어주어, 마음을 변하게 만들어주었다면, 이 프로젝트는 성공했다 생각한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생명의 태어나는 순간부터,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들의 모습, 할머니의 손을 꼭잡는 예쁜 아이의 모습, 그저 바라보기만 헤도 설레는 순간, 함께 늙어가는 모습을 찍은 사진 등 다양한 모습들이 책에 자리를 잡고 있다. 사진과 사진 사이에는, 아름다운 사랑에 대한 잠언들이 채워져 있다. 적지 않은 글 중, 눈물이 살짝 맺히게 했던 글귀는 잭 다이킹거의 글이었다. 사진작가인 그가 찍은 사진은, 누워있는 남성의 손을 꼭 잡고, 그의 이마에 키스하는 여인의 사진이었다. 맞은 편에는 병실에 누워있는 그를 간호하는 그녀의 모습이 4장의 사진으로 담겨있고, 사진 아래에는 짧은 글이 남겨져 있었다.
 
 
  내 절친한 친구 팀 캐러벨로는 뇌종양으로 투병 중이다.

  집에서 간호하던 마지막 몇 주 동안 그의 아내 린다는
 
  이 친밀한 시간을 사진에 담아달라고 내게 부탁했다.
 
  단 한 번의 접촉으로 수많은 말을 전하는 매 순간이 소중한 시간을.
 
  그리하여 이것이 불멸의 사랑의 마지막 장면이다.

 
 
  돈이 없어 가난한 사람보다, 지나온 삶을 돌아보았을 때, 추억이 없는 사람이 가장 슬프다는 글귀가 생각난다. 한 장, 한 장의 사진들을 살펴보면서, 추억이 없는 사람보다, 추억이 있음에도, 추억의 순간들을 잊고사는 사람들이 가장 가련한 존재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다양한 국가에서 찍은 사진들은, 우리가 경험했거나, 쉽게 볼 수 있는 그 순간들을 다시 떠올리게 해 주는 에너지를 전해준다.
 
  사진을 보고 상황을 짐작해 보다가, 책의 마지막 부분으로 가게 되면, 사진작가 약력과 사진 설명이 나온다. 상황을 정확하게 이해했던 사진도 있었고, 전혀 다르게 생각했던 사진도 있었다. 처음에는 사진을 보고, 자신의 추억을 떠올려보고, 두 번째는 사진 설명을 보며, 사진의 뒷 이야기를 알아가는 방법도 나쁘지 않다 생각한다. 책은 사진으로 채워져, 많은 글이 보이지 않는다. 눈을 감은 채, 귀를 기울이면, 가슴에 숨어있던 이야기들이 가슴에서 추억을 속삭이는 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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