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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불패 - 이외수의 소생법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09년 5월
평점 :
# 하고 싶은 것들은 많지만, 도전 할 기회조차 갖지 못한 우울한 청춘에게 던지는 희망의 메시지.
청춘의 시기는 현실과 타협하는 시기보다, 현실의 모순을 인식하는 시기라 생각한다. 세상이 아름다워보이기보다는 세상의 허물이 더 쉽게 보이는 때라고 할까. 순결하고, 깨끗함을 강렬히 원하기에, 때로 거칠고 타협을 모르기도 한다. 상위 5퍼센트의 안전한 길로 갈 수 있는 끈과 인맥, 학력을 지닌이가 아닌, 비정규직과 취업난, 인턴을 고민해야 하는 88만원의 세대에게, 청춘은 절망과 무력감의 시기라고 말해주고 싶다. 20대의 잘못은 아니지만, 세상은 낙오자로 떨어진 20대에게 냉정하다. 이미 생활의 안정을 얻은 기성세대들이 이야기하는 열심히 노력하면 된다는 이야기는 청춘의 귀에는 잘난척 또는 무력한 이를 배려하지 않은 가진자의 오만으로만 들린다. 존경할만한 기성세대를 손에꼽을정도로 찾을 수 없는 이때, 청춘들은 누구를 의지해야 할까?
2002년에 출간된 『날다 타조』에 새롭게 추가한 글과 정태련님의 삽화를 추가한 개정증보판인 『청춘불패』에 주목한 이유는 딱 하나, 청춘에게 외치는 이가 이외수 작가이기 때문이다. 유년시절, 군대생활과 사회생활의 차이를 적응하지 못하고 훈장만 움켜지고, 술을 좋아해서 자식과 마누라에게 폭력을 일삼던, 청년시절에는 찢어지게 가난해서, 노숙은 기본, 추운 겨울에는 개집에서 강아지를 껴안고 밤을새운적도 있던, 지독한 가난속에서도 자기만의 마인드로 버텨온, 주류가 아닌 비주류의 삶을 살아온, 다시 청춘의 시절로 돌아갈꺼냐고 묻는다면, 절대 돌아가지 않겠다고 이야기하는 그의 이야기는 청춘들이 한 번 쯤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 힘겨운 삶을 고민하는 청춘에게 보내는 이외수의 메세지.
16가지 상황에 처한 청춘에게 보내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자신을 무가치하게 생각하는 그대, 부모를 증오하는 그대, 왕따로 고민하는 그대, 백수인 그대, 사랑에 고민하는 그대, 나쁜놈들 때문에 울화통이 터지는 그대, 썩어 빠진 세상이 미운 그대,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는 그대, 못생긴 얼굴로 고민하는 그대, 열등감에 사로잡힌 그대, 시대에 뒤떨어진 그대, 돈을 못 버는 그대, 종교 때문에 다투는 그대, 장애로 고통받는 그대, 자살을 꿈꾸는 그대, 시험으로 시달리는 그대까지 취업난, 재정난, 사랑의 상처, 열등감, 이기적인 세상 등 사회의 풍경과 자신에 대해 한 번쯤 고민하게 되는 청춘들에게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기초로 해서, 희망과 격려의 메시지를 전한다. 16가지 상황이 각기 달리보이면서도, 전체적으로 보면 연결되어 있는 이야기를 읽다보면, 인간이기에 가지는 사랑에 대해, 사회에서 상식으로 통용되는 관념을 뒤집어 바라보게 하는 시선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시선을 바꾸기 위해서는 훈계조로 느껴질 수 있는 저자의 설교체의 문장에 거부감을 일으키지 않고, 이야기를 그대로 받아들임과 함께, 곰곰히 생각해보는 심안과 뇌안을 함께 이용할 여유가 필요하다.
취업을 하기 전에, 정말 내가 잘 할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있는 시기라서, 『인생의 다섯단계 - 그대는 백수다, 백수는 아름답다』편이 특히 마음에 와 닿았다. 백수는 직업을 선별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고, 20대는 선몽기이기에 충분히 10대에 꾸었던 꿈들 중 하나를 선택하기 위해 숙고할 필요가 있다는 말과, 30대에는 연마기이기에 잠을 줄여서 일하는 마음으로 자신이 도전하는 꿈에 매진하려는 10년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에 공감했다. 백옥보다 더 고운 언어들이 읽는 이의 마음을 편하게 해 주어, 저자의 메시지를 가슴으로 받아들이게 해 주었다. 글과 글 사이에 간혹 등장하는 아름다운 어구는, 잠들기 전과 깨어난 직 후 읽고 싶을만큼 매력적이다.
타인의 이야기를 귀기울일 여유가 있는, 청춘의 시기가 불안하고, 우울한 이에게 어울리는 책이라 생각한다. 『날다 타조』를 지닌 독자는 서점에서 『청춘불패』의 작가노트를 먼저 읽어본 후 구매결정을 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실, 책을 읽는다고 해서 특별한 비법을 알려주는 것은 아니다. 미처 바라보지 못한 관점을 보게 해주고, 아주 뻔한 이야기를 뻔하지 않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해 준다. 헌혈한 피가 없어, 펜에 피를 찍는 마음으로 글을 쓴다는 작가의 오랜 글쓰기의 내공이 잘 드러나있는 산문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