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도록 책만 읽는
이권우 지음 / 연암서가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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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정적인 책벌레의 책의 흔적을 좇다.
 
 
  109편의 책을 읽은 후의 흔적이 한 권의 책으로 묶여 나왔다. 저자가 책을 성실하게 읽으며, 고민하면서 지내왔는지, 책의 편수를 통해 짐작할 수 있다. 장르도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소설에서 인문, 자서전, 고전, 경제, 역사까지 다양하다. 깊은 사유가 담긴 품격있는 대화와 논쟁보다는, 척 눈에 보았을 때 느껴지는 스타일과 이미지, 생각보다는 감성을 더욱 자극하는 현대사회에서, 다양한 책들에 대한 흔적은, 책을 저자만큼 죽도록 책만 읽지 못하는 내게 신선한 자극과 함께 질투의 감정을 느끼게 한다. 40대 후반의 저자가 바라본 책을 통한, 성찰과 흔적을 읽어가며, 현대사회의 풍경과 저자의 가치관을 바라보게 된다.
 
 
# 서평을 통해, 사회의 풍경을, 저자의 가치관을 읽다.
 
 
  책을 읽으며 고민한 생각 하나는, 서평을 통해 독자는 무엇을 볼 수 있는가였다. 저자가 이야기하고 싶은 메시지가 담긴 책이 아닌, 그 책을 읽은 리뷰어가 쓴 책의 흔적들은 또다른 독자들에게 무엇을 말해 줄 수 있는지가 궁금했다. 저자가 이야기하고 싶은 메시지는 책에 담겨있지만, 메시지를 직접 읽으려면 독자가 직접 그 책을 읽어야한다. 서평을 통해 독자가 읽을 수 있는 건, 서평을 쓴 이가 바라보는 책에 대한 시선과 사회에 대한 풍경, 저자가 생각하는 삶에 대한 가치관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빼어난 영화서평을 보고, 기대에 차 영화를 보았다가 낭패를 본 일이 적지 않다. 정말 끌렸던 것은, 영화를 바라보는 서평가의 관점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그 영화까지 보고 싶은건 아니였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같은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이의 글을 읽을 때는, 동질감과 함께, 그 책도 함께 만나보고 싶어진다. 사랑에 빠졌을 때, 사랑하는 이의 시선에 닿는 부분까지 예뻐보이듯이 말이다.
 
  기분과 감성을 자극하기도 하는 다른 서평집과 달리, 『죽도록 책만 읽는』은 소개된 책의 저자가 이야기하려는 메시지에 초점을 맞추고,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에 무게를 실었다고 생각한다. 조금은 진지한 분위기를,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는 독자에게, 읽어보고 싶은 책의 목록을 적는 수첩에 끄적거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하는 매력을 지닌 책이다. 바쁜 일상과 지나치게 많이 출간되어 눈길을 다 주지 못한 책들이 품고있는 마음을, 대신 전해주는 책이다. 그림으로 표현한다면, 수묵화 같은 책이라고 할까. 먹의 농담만으로도, 짧은 분량이지만, 어떤 책인지 들여다 볼 수 있게 하는 매력이 넘치는 책이다.
 
  한 권의 책을 읽고, 그 흔적을 채우는 일이 얼마나 힘겨운 일인지 아는 이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책을 읽은 일은 좋아하지만, 글로 표현하는 일에 자신없어 하는 이에게 저자의 이전에 낸 서평집과 함께 안겨주고 싶은 책이기도 하다. 조금씩 더욱 세련되어 지는 서평집을 읽으며, 저자처럼 죽도록 열심히 책을 읽게 되면, 우리의 글솜씨도 조금은 더 나아질 수 있을거라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책을 좋아하는 지인에게, 저자가 읽은 독서목록을 참고하도록 권해주고 싶은 책이기도 하다.
 
  좋아하는 책을 읽기위해, 직업을 새로 만들어낸 저자의 삶의 선택을 지지한다. 그가 먼저 걸었던 길 덕분에, 다른 많은 이들이 도서평론가의 길을 걷고 있다 생각한다. 책읽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여러가지 공공활동을 벌이고, 대학에서 학생들과 함께 호흡하는 저자의 다음 행보가 기다려진다. 나이가 들면, 생각이 고착화되는 경향이 높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책을 읽는 저자가 10년 뒤에는, 어떤 눈길로 세상을 바라볼 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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