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
박찬욱 외 지음 / 그책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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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뱀파이어하면 떠오르는, 로맨스와 다르다!
 
 
  『트와일라잇』시리즈와 『댈러스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수키 스택하우스 시리즈에는 뱀파이어가 등장하고, 지고지순한 로맨스가 등장하는 공통점이 있다. 트와일라잇은, 인간이 대상이 아닌, 동물이나 다른 대상의 피를 먹는 것으로 독자의 뱀파이어에 대한 거부감을 줄인다. 수키 스택하우스 시리즈는 일본인이 개발한 합성용액이 피를 대신한다는 방법으로 읽는데 불편함을 없앤다. 『박쥐』는 서양의 로맨스 뱀파이어 소설과 다르다.
 
  가장 인간을 아끼고 소중히 해야하는 의무를 지닌 신부가 불의의 사고로 뱀파이어가 되면서 생겨나는 고뇌와 윤리적 갈등, 사랑과 그 이후의 이야기들을 통해, 사랑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상처를 입지 않고, 괴력의 힘을 발휘하는 장점보다, 피를 구하기 위해 살인의 욕망을 괴로워해야 하는 본성과 싸워야하는 인간의 고뇌가 담겨있다. 자극적이고 상상을 넘어서는 장면에 눈살이 찌푸려지기도 하지만, 인간이 논할 수 없는 금기의 영역에 발을 디딘 채, 인간의 삶을 바라보는 모습이 좋았다. 극한의 상황에 처하면 사회속에서 감추어진 자신의 내면의 모습이 나온다. 감내할 수 있는 한계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이 좋다.
 
 
# 내가 이 지옥에서 데리고 나가줄게요.
 
 
  의남매인 태주와 강우, 신부가 된 성현은 같은 마을에서 자랐다. 고아였던 성현은 노신부의 품에서 신부의 길을 걸었고, 난치의 병인 이브 바이러스라는 수포가 발생하는 병을 일으키는 세균을 투입해서 생존하는 실험에 자원해 50명 중 유일하게 생겨난 생존자이기도 하다. 생존의 소문은 난치병을 지닌 마을 사람들에게서 기적의 성자로 추앙받게 되고, 기적같은 일들이 벌어진다. 생존의 후유증으로 흡혈귀가 된 성현은  피를 마셔야 수포가 치유되고 활력넘치고 괴력을 발휘하는 건강한 몸으로 되돌아간다.
 
  자신이 지켜온 신념과 생의 본능과 타협하는 과정으로 성현은 병원에서 위독하거나 자살을 하는 이를 도와주며 살인을 하지 않고 생존을 도모하려 노력한다. 의남매인 강우의 성적 무능력과 어머니 라여사의 핍박으로 나날이 메말라가는 어린시절 좋아했던 태주를 만나기 전까지는 그는 신념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 벗어날 수 없는 삶과 무력한 자신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태주는 매일 밤 맨발로 거리를 배회한다. 배회하는 그녀에게 구두를 신겨주면서 더욱 가까워진 두 사람, 그녀의 삶을 벗어나게 해 주겠다는 마음으로 그는 결심을 하게 되는데...
  
  더 나은 삶에 대한 욕망은 우리를 행동하게 한다. 사랑은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고 상대의 삶도 변하게 한다. 사랑과 악행은 욕망에서 나온다는 작가의 후기의 글귀처럼, 태주를 사랑해서 행복해지게 하려던 그의 행동은 태주가 다른 모습으로 변했을 때, 그가 예측한 선택을 하지 않음으로써, 둘 모두를 파멸의 길로 걷게 한다. 길거리에 지나가던 이에게는 그가 어떤 행동을 하던지 간섭하려 애쓰지도 않고, 의식하지 않으면서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가족, 연인에게는 많은 걸 기대하고, 기대에 미치지 못했을 때는 제재 또는 실망을 하게 되는 인간의 마음이 보인다. 다른 삶을 살고 싶으면서도 자신에게 돌아오는 물질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인간의 욕망에 대해 고민거리를 던지는 소설이다.
 
 
# 나락으로 내려 갈 수는 있어도 높으 곳으로 다시 올라갈 수는 없는 것처럼.
 
 
  라여사가 강우에게 보이는 애절한 사랑의 크기만큼, 태주에게는 삶을 구속하는 폭력이 되고, 죽음에 자유로워지는 젊음으로 돌아갈 수 있는 노신부의 갈망, 성현에게 기적을 기대하는 환자들, 초경을 마친 소녀에게 행하는 성현의 행위를 통해 성현은 사회에서의 명예를 버리며 삶을 버리는 선택과 실천을 한다. 영화에서 성현 역할의 배우가 순교하는 기분으로 했다는 말을, 영화를 보지 않았지만, 이해할 수 있었다.
 
  영화를 현실과 동일시 하는 건전한 사고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에게는 불편함을 가득 안겨주는 책이다. 아름다움과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무언가를 중요시 하는 이에게는 권하고 싶지 않은 책이다. 예술의 상상력에서는 금기가 없다는 점을 이해하는 이에게, 영화와 소설은 현실과 다름을 인정하는 이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사랑의 다양한 색깔에 대해, 윤리와 욕망의 경계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어떤 답을 선택하던지, 그 답을 통해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이해하게 된다.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씨앗이 숨겨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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