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똥 민들레 그림책 1
권정생 글, 정승각 그림 / 길벗어린이 / 199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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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맑은 영혼을 지닌 권정생 선생님, 그의 작품을 만나다.
  
 
  어린 시절, TV에서 방영된 『몽실언니』의 원작자로 그를 알게 되었다. 작은 마을의 종기지로 가난하지만, 자신만의 신념을 지키는 삶을 살아온 사람, 작품으로 받은 인세를 자신을 위해 사용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도 굴하지 않고, 검소하고 청빈한 삶으로 자신의 인세를 모두 모아, 가난한 어린이를 위한 재단기금으로 모두 기부하고 떠난 천사같은 마음을 지닌 이. 그의 사후 1주년을 기념해서 나온 『권정생 - 동화나라에 사는 종지기 아저씨』를 읽으며, 광복 이후 힘겨웠던 민중의 삶과 가난과 질병의 고통을 견뎌내면서도, 글쓰기와 책읽기를 놓지 않고,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동화를 삶을 마칠 때까지 꾸준하게 쓴 그의 삶을 느낄 수 있었다. 하나의 작품에 스민 고통과 고뇌의 흔적, 작가의 삶을 닮은 아이들, 그리고 밝고 아름다운 환상의 세계를 보여주기만 하지 않고, 힘들고 현실이 미워질만큼 고통과 좌절의 환경 속에서도 희망을 키워나갈 수 있는 힘을 전해주는 그의 글은, 미안함과 고마움에 눈물을 맺히게 한다.
 
  "다른 사람들은 잉크로 글을 쓰지만, 권정생은 피를 찍어서 글을 쓴다"고 이야기한 이오덕 선생님의 말도 떠오른다. 신춘문예 등단 이후, 문학상으로 인정을 받은 첫 작품이 『강아지 똥』이다. 매우 짧은 단편이라, 아주 짧은 시간에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매우 짧지만, 읽고나면 마음이 뭉클해지는 책이다. 지난 주 즐거운 만남 때, 좋은 인연이 되어 서가에 자리 잡은 책이다. 일상에 치여 몸과 마음은 지치고, 문득 내가 이뤄놓은 건 하나 없이 나이만 먹어버렸구나 하는 생각이 들자 마음이 울적해졌다. 희망을 씨앗을 얻고 싶은 마음으로, 권정생님의 책을 읽기로 결정했다.
 
 
# 짧지만, 긴 여운이 느껴지는 책.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는 말은 아무리 쓸모 없는 것이라도 정작 사용해야 할 때, 보이지 않음을 의미하는 속담이다. 동화의 주인공은 길가에 흰둥이가 눈 똥, 강아지 똥이다. 골목길 담 밑 구석에, 지나가던 참새와 흙덩이 등이 더럽다고 놀리는 강아지 똥이 책의 주인공이다.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받고, 소외받기 십상인 외면당하는 존재가 스스로 자신감을 찾아 사회에 기여하는 과정을 그린 책이다. 책의 내용은 5분만에 읽을 수 있을만큼, 짧고 메시지도 분명하다.
 
  가난한 아이들이 가장 힘겨운 부분은 부모가 생존을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겨우 삶을 지탱할 수 있기에, 자식에게 많은 시간을 할애해 사랑을 주지 못한다고 할까. 함께 놀아주고, 사랑하고 있다고, 넌 소중한 존재라는 말을 어른이 될때까지 많이 들은 아이들이 자기존중감이 생겨, 자신감있게 사회생활을 하기 마련인데, 가난은 부모에게 아이들에게 신경 쓸 여유를 주지 못한다. 아이들 역시, TV와 인터넷에서 보이는 많은 물질과 현실과의 괴리 속에서 마음에 상처를 입기 십상이다. 어렸을 때는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기 보다는 자신에 대해 집중하기 마련이라 생각한다.
 
  가장 먼저 아! 세상에 소중하지 않은 존재가 없구나, 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학교에서 배웠고,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 하였지만, 때론 한 편의 동화가 그 메시지를 마음으로 이해하게 만들기도 한다. 소곤소곤 대화하는 구어체의 말을 따라가다 보면, 어두운 골목길 밝음 보다는 어둠이 익숙한 존재들에게 시선을 돌리는 따스한 마음씨를 가진 작가의 따스한 마음이 느껴진다. '가난해도,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지 못해도, 무언가 잘 할 줄 아는 것이 없더라도 괜찮아.', 괜찮아, 걱정하지 않아도 돼, 이런 마음이 전해진다. 동화의 제목이 똥이라니! 뭔가 어울리지 않은 느낌이었는데, 책을 읽고나니 참 제목을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권정생님이 빚어낸 아름다운 글에 정승각 선생님의 그림이 덧붙여져, 눈의 즐거운 그림책으로 만들어졌다. 
 
  아이와 함께 읽으며 대화를 나눠도 좋고, 부모가 읽으면서, 아이들에게 무의식적으로 하는 기대를 점검해 보는 것도 괜찮다. '널 사랑해서 그러는 거야'라는 이름으로, 자식에게 자신의 한을 풀려하는 부모. 사회에 뒤쳐져선 안된다며, 원하지 않은 공부를 무리해서 시키는 어른들이 많다. 아이를 완벽한 사회구성원으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을 만드는 것 보다, 어떤 재능을 가진 아이던지 사회에서 제몫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게 부모의, 어른들의 몫이라는 걸 알면서도, '내 자식은 그러지 않았으면'하는 마음이 아이도 병들게 하고, 부모도 힘들게 한다.
 
  아이일때 바랬던 건, 사랑과 나의 존재를 인정해 주는 것, '내가 어떤 짓을 하더라도 난 널 사랑할 것이다'라는 정서적 지지인데, 많이들 놓쳐가는 것 같다. 사회가 각박해진만큼, 아이가 해야 할 일이 많아지고, 그게 다시 경쟁을 내면화하게 된다고 할까. 사회가 잘못된 건 부모 한 사람이 고칠 수 없는 문제지만, 모든 부모들이 함께 고민하면, 아이들이 자라나는 교육환경을 경쟁하지 않고 친구를 미워하지 않고, 다니는 학교가 되게 할 수 있다 생각한다. 나중에 좋은 배우자를 만나 결혼하고 난 후, 태어난 아이가 자라날 환경을 생각하면 마음이 먹먹해진다. 강아지똥 같은 아이라도, 놀림받지 않고, 민들레씨에게 쉽게 갈 수 있게 해 주는 환경이라고 말할수 있을까.
 
  유년시절보다, 학창시절보다 더 경쟁이 치열해진 지금의 삶의 풍경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모두가 연대해야 풀 수 있는 문제인데, 그것을 동의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기에 더욱 삶이 힘들다고 할까.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해 어른인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보게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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