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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몸으로 말을 한다 - 과학과 종교를 유혹한 심신 의학의 문화사
앤 해링턴 지음, 조윤경 옮김 / 살림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 학창시절에 많이 보아온 꾀병.
신체에 바이러스나 상처 등이 생기면 몸이 아프게 된다. 보통 병에 걸렸다는 말은 몸 안에 신체의 기능을 방해하는 물질이나 몸의 장기들의 활동을 저하시키는 물질이 몸에 있었다는 가정아래 논의된다. 몸안에 병을 일으키는 물질이 있어, 나는 통증과 아픔을 느끼고, 그것을 치유하면 병은 자연히 낫게 될 것이다. 하지만, 병원에서 검사했을 때 이상은 없지만, 환자는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일어난다. 학창시절에 조퇴하고 싶던 아이가 선생님에게 헬쓱한 얼굴로 다가가서 조퇴에 성공한 후, 그 마음에 이끌려 실제 고통을 느껴 집에서 쉰 경우도 본 적이 있다. 마음이 몸에 영향을 끼친다는 생각이 한국에서는 그렇게 특별한 주장이라 느껴지지 않지만, 미국과 외국에서는 생소한 분야였나 보다. 저자는 중세시대부터 내려온 마음에 관련된 이야기로 병을 치유한 사례들을 살피면서, 심신의학의 변천사를 이야기한다. 최면술사에서 프로이트, 플라시보와 긍정적인 마인드, 동양의 기치료와 사랑, 티베트 승려의 명상까지, 6부로 이어진 이야기는 서양의학에서의 마음에 대한 시선의 변천사를 이야기한다.
# 몸과 마음! 마음은 몸을 통해 고통을 이야기한다.
신체 내의 물질의 이상을 체크해서 치유하는 현대의학의 빈틈을 마음에 대한 연구로 풀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저자의 생각이 잘 반영된 책이다. 저자는 서두에서 마음은 몸을 통해 이야기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글을 썼다고 했다. 최면과 암시, 프로이트의 이론에서 스트레스, 그리고 동양의학으로 눈을 돌리는 과정을 통해, 6가지의 이야기들이 어떤 논리로 그 당시에 힘을 얻었고, 어떤 논리로 다른 이론으로 대체되게 되었는지가 꼼꼼한 저자의 연구조사를 통해 선명하게 드러난다.
현대의학을 맹신하는 태도를 가진 사람이나, 현대의학을 철저하게 부정하는, 종교의 힘으로, 신앙의 힘으로 모든 병을 나을 수 있다고 믿는 두 가지 시각을 벗어나, 마음이 몸에 끼치는 영향성을 진지하게 고민하게 만드는 책이다. 저자는 마음에 대한 확신으로 병을 다 나을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종교와 신앙생활에서 얻을 수 있는 정신의 집중, 긍정적인 마인드의 힘을 무시하지 않으면서, 신앙으로, 감성으로 치우칠 수 있는 가능성을 경계한 객관적인 시각이 책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준다.
의학에 관한 이야기라기보다는, 서양 의학사에서 마음과 최면, 암시에 대한 생각들이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저자가 미국인이다 보니, 미국의학에서 마음에 관한 연구가 어떻게 주류의학에 인정을 받게 되었는지가 친절하게 잘 설명되어 있다. 마음과 기에 대한, 무당과 미신에 대한 관념의 뿌리가 깊은 동양적 사고와 달리, 서양에서 마음을 어떻게 바라보았는지 잘 볼 수 있다고 할까.
과학과 종교의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그 경계에서 심신의학으로 뿌리내린 의학의 서양의학 정착기를 바라본 느낌이다. 그 과정에서 문화적 맥락에서 마음이 어떻게 다루어져 왔는지, 심신의학이 문화의 다양성에 어떻게 이바지 했는지를 바라볼 수 있다. 서양에서는 중국의 기사상과 침술, 티베트 불교의 명상을 새로운 의학으로 보고 접목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동양에서는 이미 오랜시간 내려온 대체의학을 바탕으로 해서, 서양의 의학적 기술을 잘 도입한다면, 환자의 마음과 주변 환경까지 잘 고려한 시선을 유지한다면 몸과 마음에 앞서, 환자의 정서적 유대에 큰 힘이 될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학과 종교, 동양과 서양, 두개로 경계지어 어느 한쪽의 편을 드는 것이 아닌, 둘이 힘을 모아 하나의 큰 힘을 만들어낸다고 할까. 심신의학의 발달이 그 척도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기 전, 과학과 종교를 유혹한 심신 의학의 문화사라는 부제에서 역사의 다가서기 힘든 거리감을 느꼈다. 머리말에서 저자의 풍부한 생각과 각 장마다 풍부한 사례를 살피다보면, 서양에서 어떻게 마음을 바라보았는지 느낄 수 있다. 아직까지 명상을 환자의 개인적 고통을 치유하는 과정으로 인식하는 면에서, 아직은 서양과 동양의 거리차를 느낄 수 있었다. 소통하는 과정을 통해 미래의 희망을 엿볼 수 있는 책이었다. 한 글자 한 글자, 번역에 고심한 흔적이 보이는 역자의 노고도 칭찬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