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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와일라잇 - 나의 뱀파이어 연인 ㅣ 트와일라잇 1
스테프니 메이어 지음, 변용란 옮김 / 북폴리오 / 2008년 7월
평점 :
# 금지된 유혹, 피하려 하지만 피할 수 없는 강렬한 유혹 속으로..
무언가를 바로 구매할 수 있을 때는 감흥이 덜하지만, 어렵고 힘들게 그것을 얻었을 때 그것에 대한 가치는 주관적으로 높아진다. 로또 번호를 자동으로 찍어서 교환하는 것과 수동으로 찍은 다음, 며칠 있다 교환하려 할 때, 확률은 동일하지만, 인간의 심리는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것에 더 큰 가치를 주기 마련이다. 금기의 유혹은 그것을 해서는 안 되기에 더욱 매혹적이다. 사회적 제제의 틀이 매우 강렬하지만, 그 강렬한 제재만큼 그 선을 넘었을 때의 쾌락은 짜릿하다.
이성보다 본능, 현명함보다 집착을 열정으로 생각하기 쉬운 경우일수록, 무모한 사랑에 더욱 큰 기대를 하고 전부를 걸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사랑은 쉽게 이룰 수 없기에 상상속에서 더욱 달콤하게 포장된다 생각한다. 내 마음을 잘 헤아려주고, 나를 위해 목숨도 내어줄 수 있을만큼 헌신을 다하는 매력적인 상대와의 로맨스라면, 하루를 살더라도 그이와 함께 지내고 싶은 건, 남녀를 떠나 누구에게나 가지고 있는 꿈이라고 할까. 인간의 피를 먹는 뱀파이어에 관한 이야기는 많이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성으로 피를 억제하려는 노력하는 매력적인 뱀파이어가 당신을 유혹한다면 어떻게 할까? <트와일라잇>은 본능과 이성의 억제사이의 갈등이라는 키워드와 사랑의 한계라는 테마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낸다.
# 데이트의 순간, 목숨을 걸어야 하는 강렬한 유혹과 젊음을 유지하고 싶은 욕망 사이의 갈등.
온통 초록색 숲으로 물들어 있는, 한 해동안 해가 비치는 날이 드문 안개와 구름이 자욱한 포프스 마을로 이사벨라 스완은 17살의 나이로 이혼한 아버지가 사는 마을로 돌아온다. 하얀 피부에 잘 넘어지고 다치는 몸으로 전 학교에서 왕따였던 그녀는 새 학교에 적응하는 일이 쉽지 않다. 거기에서 자신을 처음 볼 때 극렬하게 증오의 빛을 띠었던 에드워드와 만나게 된다. 강렬하게 그녀를 거부했다가, 그녀에게 말을 거는, 이해하기 힘든 그와 여러가지 에피소드를 거치면서 친해지게 되고, 둘은 서로 하나씩 비밀을 나누며 더욱 깊은 사이가 되어간다. 쉽게 죽을 수 없는 몸이 된 에드워드와 육식의 본능, 에드워드가 가장 끌리는 향과 피를 가진, 벨라를 사랑의 열정과 본능의 욕망사이에서 그는 괴로워하지만 잘 이겨낸다. 그들만의 집에 찾아갔다 다른 뱀파이어의 방문으로 그녀는 위기에 처하게 되는데....
책의 전반부는 에드워드의 정체를 벨라가 알아내는 과정이 펼쳐지고, 책의 후반부에서는 늑대를 조상으로 모시는 인디언 부족과 뱀파이어사이의 갈등, 피의 욕망을 짐승으로 해결하는 에드워드 패밀리와 육식을 기꺼이 행하는 다른 뱀파이어의 갈등이 벨라와 연계되어 펼쳐진다. 인간으로 따지면 매우 굶주린 상태에서 눈 앞에 보이는 음식을 참을 수 있는 자제력과 뛰어난 능력, 스마트한 머리, 빼어난 외모를 가진 꽃남이라고 할까. 무기력하고 아무 힘 없는 벨라를 사랑에 빠졌다는 이유로 잠을 잘 때는 자장가를 불러주고, 아침에는 학교까지 데려다주는 여성이 꿈꾸는 이상적인 남성 에드워드가 단지 뱀파이어라는 이유 하나만 가지고 나타난다. 왜 많은 여성들이 이 책에 빠졌는지 알 수 있었다고 할까.
두 번째로 흥미로운 점은, 어서 뱀파이어가 되어 평생 에드워드와 함께 사랑하고 싶은 이사벨라의 욕망과 너무나 긴 생을 살아왔고, 많이 벨라를 사랑하기에, 인간의 모습으로 생을 마치기를 원하는 에드워드와의 갈등이다. 함께 있어주며,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관심을 가져주기를 원하는 여성의 마음과 그녀가 행복하게 잘 지내는 일이 그녀를 사랑하는 일이라 생각하는 남성의 시각이 잘 반영되어 있어 흥미로웠다. 에드워드는 얼굴은 17살이지만, 태어난 나이로는 110세가 가까워지니, 계속 생을 살아야하는 괴로움과 유한하기에 선택할 수 있는 삶에 대해 좀 더 깊은 생각을 할 수 있기에 그런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똑같은 나이라도 또래의 남성을 5살 아래로 생각하는 여성의 시각이 잘 반영되었다고 할까.
# 영화화 하기 쉬운 책.
캐릭터의 특성이 강렬하고, 스토리가 단순한 이야기가 영화화하기 편하다고 생각한다. 에드워드와 함께 유대를 갖는 저마다 독특한 능력을 지닌 에드워드 패밀리들은 퇴마록의 퇴마사들의 모임을 연상하게 한다. 각자의 범위 내에서 잘 유대하는 뱀파이어라고 할까. 그리고 본능의 충실한 또다른 뱀파이어와 그들과 서로 적대관계인 늑대부족까지, 인간 사회와 생각의 틀을 조금 넓혔을 뿐, 비슷한 구조가 보여, 또다른 세상보다는 한계를 몇가지 없앤 사회의 또다른 이야기를 보는 느낌이다. 인간이 글을 쓰기에, 역시 현대사회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에 <트와일라잇>이 개봉되었고, 올해는 <뉴문>이 개봉된다고 한다. 영화를 보기 전, 원작을 만나기를 권한다. 사랑 하나면 돼, 라고 외치는 로맨스 소설 같은 느낌이 강한 책이었다. 현실에서 그런 헌신적인 사랑이 흔치 않기에, 더욱 더 많이 이들이 책과 영화로 꿈꾸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읽는 동안 지루하지 않았던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