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출판 - 북페뎀 09
강주헌 외 21명 지음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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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나 커버린 번역시장. 양이 아니라, 질이 문제인 시대가 도래했다.
 
 
  세상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거나, 새로운 시간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시인과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하고 사회를 조명해내는 소설가, 수필, 여행가 등등 많은 작가들의 작품이 서점을 차지하지만, 개인적으로 작가보다는 번역자를 더 좋아한다. 인류의 생성이래로 두 번째로 가장 오래된 직업이라는 번역가는 하나의 문화를 다른 문화로 바꾸어내는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 밑거름이 되는 존재이다. 12세기에는 문화의 전달자라는 소명으로, 메이지시대에는 근대화를 위한 주요 수단으로, 현재는 생계를 잇는 하나의 직업으로 시대에 따라 여러가지 모습으로 자리를 바꾸고 있다. 한국어, 자체가 중국어를 우리언어로 바꾸는 번역어라는 주장의 글도 본 기억이 있다.
 
   번역은 한국인에게는 뗄레야 뗄 수 없는 존재라고 할까. 번역된 도서의 양은 너무나 많이 늘어 모두가 관심을 받지 못할 정도이다. 양이 어느정도 늘어나면, 질적 발전이 이루어진다는, 독자의 수준도 번역의 어느정도의 한계를 지적할만큼 안목이 넓어지는 지금, 번역에 대한 깊은 고찰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번역을 하기 위해 따야 할 자격증은 없다.
 
   누구나 번역가가 될 수 있지만, 자신이 번역한 책이 서점에 출간되는 일은 결코 만만치 않다. 번역에 관한 변변한 잡지도 없는 한국의 현실에서, <기획회의>에서 번역에 관한 계간지를 창간하고, 2008년에 나온 글을 모아 한 권의 책을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실제 번역업계에 종사하는 이들이 겪는 어려움과 고충을 알 수 있는 기회일 것 같아, 선택한 책이다. 번역을 생각하면 어둡고 긴 터널 속의 안개가 떠오른다. 그 안개 속의 숨어있는 한국 출판계의 번역의 현실을 조명해 줄 빛을 만난 기분이다.
 
 
# 고질적 병폐에서, 번역의 의의까지 다채롭게 조명하는 한국 출판계의 번역의 현주소.
 
 
  다양한 필자들이 다양한 관점에서 번역과 관련된 이야기를 외친다. 한국 번역이 세계 1위의 외국어번역의 비중을 차지한다는 현실과 정부의 지원 시스템의 문제점, 출판계 내의 좋은 편집자와 좋은 번역자 육성의 한계, 기획과 번역의 결합의 필요성, 실제 번역자와의 인터뷰까지, 실제 디테일한 기술에서, 저자의 번역관, 출판계의 구조적 모순과 번역료와 대리번역의 문제점까지, 다양한 문제점과 함께, 그 안에서 꿋꿋하게 자기만의 신념으로 번역의 길을 자랑스럽게 도전하고 있는 이들도 만날 수 있었다.
 
  연예계처럼, 스타 번역가는 줄이 설 정도로 번역물량이 쏟아지지만, 처음 입문하는 번역가는 고스트라이터라는 이름으로 3-5년, 연줄이 없고, 출판사와 싸울 능력이 부족하다면 더 오랜기간, 구조적 모순에 처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눈에 들어왔다. 누구나 쉽게 생각하는 번역의 모습 뒤에, 직역과 번역 사이, 흐름과 문맥 사이에서 고민하고, 시간과 싸우는 번역가의 여러가지 모습이 눈에 보였다. 체계적인 교육 강좌도 많이 부족하고, 체계적인 정부의 지원도 없는 현실은 출판사의 편집자들과 번역자에게 희생을 강요하기 어렵다고 할까. 번역가의 인생은 구조적으로 비정규직일 수 밖에 없기에, 그에 대한 배려는 이미 어느정도 여건을 확보한 전문번역가들이 숨통을 열어주어야 한다 생각한다.
 
  저작권, 번역저작권이 출판사에 있는 현실과, 출판사 역시 안정적인 수입이 없기에 로또하는 기분으로 기획해야 하는 현실의 모순을 알 수 있었다고 할까. 결국 악순환이 되풀이되다 보면, 피해를 입는 건 독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정해진 기준은 없지만, 누구나 읽어보면, 어떤 수준인지 잘 알 수 있기에, 번역서는 번역자의 역량이 매우 중요하고, 판매를 위해서는 기획자의 시장을 읽는 눈이 필요하다 생각한다. 기획자와 번역자의 최상의 결합이 이루어질 때, 좋은 번역서가 나올 수 있다고 할까.
 
 
#  책에 관심이 있는 독자가 읽으면 좋은 책.
 
 
  내가 책 값을 냈으니, 그만큼 책은 가치를 해야 해! 라고 외치는 독자라면 꼭 읽어봐야 하는 책이라 생각한다. 품질이 떨어지는 책만 탓하기 이전에, 그런 책이 나올 수 없는 구조적인 원인도 함께 알 필요가 있다고 할까. 임프린트 시장이 늘어가고, 유명출판사와 신생출판사의 책판매의 부익부빈익빈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독자가 검증된 책만 찾는 것이 아니라, 잘 기획된 신생 출판사나 중소출판사의 잘 번역된 책에 대한 관심을 가져주어야 한다 생각한다. 아무리 좋은 책을 출간하더라도 독자가 선택해주지 않으면 책은 사장되고 만다. 모든 책은 한정판이기에, 스테디셀러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독자가 책을 읽고, 구매를 해야 한다고 할까. 작가가 되려는 이는 많은 책을 읽어야 한다 생각한다. 좋은 작가의 시작은 좋은 독자에서 출발하기에, 글을 잘 쓰고 싶은 이라던가, 출판시장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 이런 책들을 많이 읽고, 지원을 해 주었을 때, 출판시장이 더 나아지는 계기가 된다고 할까.
 
  책에 나오는 오타와 번역의 품질만 탓하기만 하고, 번역서가 나오는 과정의 뒷풍경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책에 대한 태도가 부끄러워지게 만드는 책이었다. 선진국, 문명국이라는 나라를 잴 수 있는 척도는 얼마나 많은 것을 소유하고, 돈과 무력의 힘을 과시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의 다양성의 힘과 인간과 자연, 환경에 대한 성숙도의 관점의 깊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책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좋은 번역서가 나오기를, 출판계가 발전하기를 원하는 독자가 한 번 쯤 읽어보았으면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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