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더다의 고전 읽기의 즐거움
마이클 더다 지음, 이종인 옮김 / 을유문화사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 앞으로 만날 수 없는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는 건...
 
 
  외국어에 능통하지 않기에, 그리스어나 라틴어로 된 책들은 한글로 번역되지 않는 이상 만나보기 힘들다. 『도쿄와 천황대』라는 두꺼운 책의 리뷰를 쓰다보니, 일본 특유의 천황제와 제국주의 시대의 일본의 이야기를 한국의 일반독자가 읽을 필요가 있는지 고민을 해 보게 되었다. 인터넷 서점에서 미리 리뷰를 쓴 이는, 한국적 상황과 별 관계가 없는 글이며, 다른 저작을 통해서 독서에 관한 이야기는 충분히 알 수 있으니 읽을 필요가 없다는 글을 보았다. 그의 말에 동감하면서도, 전혀 다른 상황이 되면 글을 읽을 필요는 없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마이클 더다의 『고전 읽기의 즐거움』은 미국에서 번역이 되었지만, 일반 독자에게 알려지지 않은, 하지만 읽어볼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저자를 추리고 모은 후, 그에 관한 평을 한 책이다. 그리스와 한국에서 팔릴 것 같아 보이지 않은 꽤 많은 작품들이 현재 한국의 서점에서 번역되지 않았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도쿄와 천황대』은 한국에 출간이라도 되었지만, 더다의 목록들은 만나보기 힘든 책들도 많으니, 읽을 필요가 없는 것일까? 어쩌면 더다의 글에서 이 딜레마를 넘어설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  그 어떤 광고보다 매혹적인 책을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더다의 글.
 
 
  숨겨진 보석처럼, 처음 보았던, 이름으로 들었던 작가들의 작품을 저자의 글을 읽다보면 읽어보고 싶어진다. 저자의 소소한 에피소드나, 작품의 전반에 흐르는 분위기를 짚어내어, 때론 시대와 연결시키고, 때론 작가의 개성으로, 작품이 영향을 주었던 작가들의 이름들을 통해, 소개된 작가의 책이 읽어보고 싶은 목록에 하나씩 기록된다. 첫 문단을 읽으면, 끝까지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그의 매혹적인 글 솜씨 덕분이라 생각한다. 책 속에는 다양한 삶을 살았던 작가들의 풍경과 작은 에피소드, 작품 내의 인용이 효과적으로 배치되어, 작품과 작가에 관심을 가지게 만든다. 이렇게 소개를 하기 위해서는 저자의 작품들을 쭉 읽어보았다는 전제인데, 얼마나 그가 풍부한 독서를 하고 있고, 꾸준한 글을 써왔는지 글을 통해 거꾸로 저자의 내공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의 일대기를 독서기록으로 풀어낸『오픈 북』을 보면, 저자의 풍부한 독서와 독서와 관련된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느낄 수 있고, 『고전 읽기의 즐거움』을 한층 더 깊이있게 읽을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함께 짝지어 읽어보라고 권하고픈 책이다.
 
  과거에도 그렇지만, 현대에도 많은 책들이 출간되고 베스트셀러와 스테디셀러를 제외한 많은 책들은 그 빛을 잃고 출판사의 창고나 독자의 기억속에서 사라져간다. 주류의 흐름에서 벗어난, 저자와 작품이 매력적인 책들은 관심을 기울이는 독자와 평론가들이 자주 나서서 발굴해 주어야 한다. 미국과 유럽에는 서평만을 전문으로 하는 작가들이 많은데, 우리나라는 아직 출판시장이 열악해서인지,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깊이있는 평론이 아닌, 신문 한 면을 채울 수 있는 책에 대한 소개글을 쓸 수 있는 신문사와 잡지, 출판의 환경이 많이 지원이되고 그쪽을 공략하는 눈썰미 좋은 경영자들이 나와 작품선택의 폭을 넓혀준다면 더욱 좋다고 생각한다. 비영리이면서 출판사의 지원을 받지 않는, 다양한 색깔을 많은 시도들이 나온다면, 한국에서도 빛을 보지 못하는 작품들도 재조명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가 자유롭게 글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은 많이 부러웠다.
 
 
# 아쉬운 점이 있다면..
 
 
   미국에서 생활하는 영문학을 전공한 작가이기 때문일까? 동양에 언급된 텍스트는 부록으로 실린 『도덕경』하나 뿐이고, 아프리카와 다른 제 3세계의 작품들이 전무한 점은 그리스, 로마, 유럽, 미국 문화로 이어지는 그들의 틈 속에서 당당하게 세계 최초라는 말을 자신에게 책에 언급한 점은 그 역시, 그가 보는 세계를 전부라고 믿으며 이야기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미국의 독자를 대상으로 출간한, 알려지지 않은 읽어볼만한 독서목록이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오페라의 유령을 쓴 작가 가스통 르루가 기자시절, 제물포에 와서 러일전쟁의 영웅들을 취재하며, 유럽 중심의 시선으로 글을 쓴 책이 떠올라 마음이 씁쓸했다. 저자의 문제이기보다, 우리나라의 저작이 외국어로 다양하게 번역되지 못한 소통의 부재의 현실이 엿보여 마음이 씁쓸했다.
 
  매혹적인 출간되지 않은 영어책들을 소개받고보니, 영어공부를 더 하고 싶다는 의욕이 생겨났다.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고 인식하려면 외국어를 숙지하는 건 또 다른 경쟁력이 된다는 점을 저자의 책을 통해 다시 통감하게 되었다. 그리스-로마, 유럽-영국, 미국에 숨겨진 보석같은 책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특히 시인들의 작품은 한국에 번역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작가 출신이나 출판인 출신의 문화관광부 장관이 선정되어야 출판계에 지원이 잘 될 수 있을까. 달콤한 아이스크림같은 저자의 소개글을 본 후, 한국의 출판시장의 한계를 함께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좀 더 풍부한 독서를 하고픈 이에게, 교양을 넓히고 픈 이라면, 후회하지 않을 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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