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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수생각 1
박광수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1998년 8월
평점 :
품절
# 오랜만에 다시 만나는 광수생각.
신문에서 시사만평 외에 만화가 잘 보이지 않았던 때, 광수생각을 만났다. 메시지를 강조했던 그의 글이 선풍적인 관심을 받아, 많은 인기를 누렸었다. 10년의 시간이 흐르고, 개성이 강했던 괴짜 만화가의 첫 작품을 지인의 선물로 다시 만났다. 일상의 사소한 소재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그것에 발언을 했던 그의 글이, 인터넷으로 개인의 의사표현이 자유로워진 현재에도 유호하는가라는 생각을 품고 책을 다시 읽었다. 고전은 뛰어난 작품성을 지니고 있기도 했지만, 오랜동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살아남았다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10년의 시간 동안, 책 속에 담긴 그의 글은 변하지 않았지만, 독자는 세월의 흐름속에서 많은 걸 경험하고 달라졌다.
# 메시지가 분명한 그의 만화.
일반적인 만화가는 만화의 그림과 대사로 모든 걸 처리해내지만, 그의 만화를 보고 있으면, 글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만화를 차용했다는 생각이 든다. 메시지를 독자가 친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그림을 활용한다고 할까. 멋지거나 세련된 만화보다는 글의 의미를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는 단순한 캐릭터 신뽀리와 소소해서 눈길을 주기 쉽지 않지만, 일상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작은 편린들을 잘 잡아내는 시선, 세상을 보는 눈빛에 끌렸다.
글을 읽으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말을 증명하듯, 만화를 다 읽고나면, 그가 책을 출판할 때 어떤 생각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았는지 선명하게 전해진다. 고집도 세고, 보수적이며, 자기만의 세계가 분명한, 친구들과 지인의 실명을 자연스럽게 사용하기도 하고, 작은 기부와 나눔을 편하게 실천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고 있고, 가정을 소중히 했으며, 어머니보다 아버지를 좋아했던, 자기만의 철학을 가진 한 인간과 대면하게 된다. 그의 생각에 동의하거나 반대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독자는 자신의 정체성, 독자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논쟁의 찬반의 한 편에 서듯, 그가 전하려는 메시지는 한 쪽으로 분명하다.
# 쳇바퀴 도는 일상에, 강물에 떨어지는 돌이 일으키는 파문처럼
잔잔한 변화의 기회를 주는 책.
하루하루 삶에 매몰되다 보면 피곤함에 치이거나, 소소한 대상에 마음을 줄 여유가 없어진다. 어렸을 때의 작은 습관이 쌓이고 쌓여 현재의 나의 성격이 형성되었듯이, 세상을 바라보는 작은 시선을 알게 되면, 누군가를 이해하는 일이 좀 더 쉬워진다. 손바닥을 뒤집는 것처럼 간단하지만, 관점을 바꾸는 일은 만만치 않다. <광수생각 1>은 사소한 관심이 주는 힘과 작은 일상의 관점을 바꾸는 일만으로 세상을 좀 더 폭넓게 볼 수 있다는 힘을 전해준다. 활자에 너무 익숙해진 세대에 하나의 파격이었다고 할까. 인터넷 매체와 UCC 등 다양한 표현수단이 발달된 현재의 자유로운 표현 수단이 형성되기 전, 새로운 형식을 시도했다는 점에 점수를 주고 싶은 책이다.
세월이 지나면, 저자도 생각이 변하듯이 저자가 글을 쓰던 환경과 10년 후 저자의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저자가 한 번의 이혼과 재혼을 한 후 글의 분위기가 바뀌어져 더 이상 그의 글을 읽지 않는다는 지인이 선물해 준 책이라는 점을 알고 보았기에, 때로 당황스러운 글도 보이곤 했다. 미래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듯, 책 역시, 그 때 그 순간의 저자의 관점을 알 수 있을 뿐, 그 책에서 보여준 저자가 늘 한결같으리라고 믿는다는 건 독자의 욕심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강은 늘 그 모습으로 보이지만, 매 순간 물이 들어오고, 바다로 흘러가는 끊임없이 흐르듯이, 우리가 맺는 인간관계 역시, 지금 소중하게 맺었던 관계가 언제 달라질 수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나중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는 그때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할까. 관계의 소중함에 대해서, 매 순간 변하는 인간의 마음과 인간은 늘 변화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생각했다.
작은 글씨가 빽빽하게 들어찬, 저자에 대해 이야기하는 지인들의 소개글이 읽기 불편했다는 점 빼고는 나쁘지 않았던 책이었다. 지금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는 중,고생이나 대학생보다는 그 이상의 세대가 추억을 되돌아보며, 자기만의 의미를 생각하며 읽는다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지금 유행하는 흐름과 다른 스타일을 찾는 이에게도 나쁘지 않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