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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선물을 주고받는가 - 선물의 문화사회학 ㅣ SERI 연구에세이 53
김정주 지음 / 삼성경제연구소 / 2006년 5월
평점 :
# 선물, 받는 것도 주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기념일과 설과 추석, 졸업, 생일 등 특별한 날이 돌아오면 어떤 선물을 해야 할지 많이 고민하게 된다. 둘 사이의 관계에 따라, 그가 좋아하는 선호에 따라 선물의 내용이 결정이 되는데, 관계라는 게 둘 사이에서 정의되는 것이라서 내 생각과 달리 상대가 받아들일 수 있는 위험이 높아 늘 고민하게 된다. 보이지 않는 감사와 축하의 의사를 보이는 물건을 통해 전하는 선물! 선물을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하던 중에,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선물의 문화 사회학이라는 부제와 영국과 한국의 사례를 비교하는 듯한 목차에 마음에 끌렸다.
선물은 관계의 친밀도를 정의하는 데 사용되었다는 말과 제 3자에 의해 선물의 성격이 결정되기도 한다는 저자의 글에 동의한다. '접대'가 필요한 비즈니스 현실과 '뇌물'과 '선물' 의 미묘한 경계는 명확하게 하나의 선으로 나누기 어렵다. 개인과의 관계에 적절한 선물을 하고 싶은 방법을 알고 싶은 기대에 책의 내용은 일치하지 않았지만, 선물과 뇌물의 미묘한 경계에 대한 논의에 호기심이 일었다.
# 3가지 연구를 통해 '선물'의 본질적 의미에 대해 고찰하다.
유교문화와 집합주의 문화가 강한 한국의 선물교환 형태의 집중 조명, 개인주의, 권력거리, 유교의 영향유무로 살펴본 각 나라별 선물 문화의 특색, 공기업과 사기업으로 나뉘는 직업의 형태와 고위직과 하위직으로 나뉘는 직급의 차이를 두고 국가 내에서 선물에 대한 입장의 차이를 연구하였다. 첫번째 한국의 선물문화에 대한 연구에서는 결혼식, 돌, 장례식 등 행사에 '현금'을 선물하는 건 당연하다 생각했는데, 문화에 따라 다른 차이를 보낸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 차이가 유교와 집합주의 문화의 영향이라는 특색을 두 번째 세계의 선물 문화의 연구를 통해 볼 수 있었다.
가장 흥미로웠던 연구는 세 번째 영국과 한국, 공기업과 사기업, 고위직과 하위직 4개의 그룹간의 토론연구 결과였다. 현직 상사, 전직 상사, 직장내 이성간 선물로 살펴보는 각 포커스 그룹간 토론은 현재 기업 내에서 '선물'과 '뇌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똑같은 선물도 고위직과 하위직이 생각하는 방향이 다른 점이 인상적이었다. 고위직은 받는 기회가 많고, 그런 고가의 선물을 했다는 것 자체가 자신에 대한 영향력과 존중의 의미로 해석한다는 의견과 하위직에서는 '동질성'을 중시하는 문화가 있다는 의견이 기억에 남았다. 선물을 주고 받는 일이 많은 영업직에서 좀더 유연한 생각을, 공기업에서는 조직전체의 입장에서 더욱 엄격하게 '선물'에 접근하는 점도 알 수 있었다. 또한 선물을 공개적으로 건네는 것과 전하는 이의 태도에 따라 선물과 뇌물의 경계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점에서는 선물과 뇌물의 미묘한 차이의 규정이 힘들다는 사실을 생각할 수 있었다.
'선물' 자체에 사회적 의미를 지닌 요소가 많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직급에 따라, 조직의 형태에 따라, 달라지지만,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에 대해서는 부담을 느끼는 행위, 바꿔말하면 자신이 부탁을 들어 줄 수 있는 범위내에서는 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뇌물과 선물의 미묘한 차이의 구분의 어려움을 더욱 느낄 수 있다고 할까.
# 더 많은 연구를 기대하게 하는 책.
저자는 서양위주로 진행되는 '선물'에 대한 연구에 '동양'의 연구를 포함한 점을 책의 특징으로 꼽았다. 개인주의와 집합주의, 권력거리, 유교의 영향으로 살핀 저자의 연구는 상식으로 생각되는 결과와 비슷한 결과를 도출하였다. 뻔해보이는 결과지만, 그 자료를 기초로 다른 후속연구들을 기대하게 하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생각한다. 저자가 이야기 하였듯이 도시와 농촌의 선물에 대한 생각의 차이, 좀 더 풍부한 표본집단, 자국과 1.5세대, 이민 2세대가 생각하는 문화적 차이들에 대한 연구가 진행된다면 '선물'에 대한 의미를 좀 더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많은 연구들이 기업의 지원을 받아 진행되어 개인의 '선물'에 대한 연구는 많지 않은 것 같다. 기업내 '선물'의 적정성 논의도 연구하고, 개인간의 부담없는 선물의 경계에 대한 연구도 많이 진행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탈리아에서는 하얀 국화가 죽음을 애도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어, 애정을 고백할 때 선물을 하기가 곤란하듯, 외국인에게 선물을 하기 위해서는, 그 나라의 문화를 고려한 후 선물을 한다. 같은 문화권 같은 지역에 살더라도, 개개인의 가정환경과 가치과 선호 대상에 따라 같은 '선물'도 사람들마다 다양한 의미로 전달된다고 할까. 그 사람에 대해 많이 알려는 노력과, 자신의 의도를 글이나 다른 방법으로 전하는 방법을 사용한다면, '선물'의 효과가 더욱 높아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선물'의 의미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좋은 시간이었다. 좋은 의도로 받고, 마음이 불편할 때는 상대가 불편하지 않게 거절하는 방법은 알아두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들 내 마음과 같은 건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