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의 재발견 - 원숙한 삶을 위한 친구의 심리학
가와이 하야오 지음, 박지현 옮김 / 동아시아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 '우정'이 있어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있는 학창시절. 정말 '우정'이었을까?
 
 
 
  굳이 친해지려 애쓰지 않아도 쉽게 농담을 건낼 수 있고, 편안한 마음을 가진 친구는 고등학교 때 가장 많이 기억에 남는다. '우정'이 있기에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는 것일까? 정말 그 마음과 기분이 '우정'이었을까? 그렇다면 '우정'은 특별한 시기, 특별한 관계 속에서만 만들어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들이 생겨났다.  나중에 배우자를 만나더라도 친구처럼 깊어지는 '우정'을 유지할 수 있는 연인을 만나고 싶은데, '우정'에 대해 도통 가늠을 잡을 수 가 없었다. 『읽기의 힘, 듣기의 힘』이라는 책으로 저자를 만난 기억이 있다. 그때의 좋았던 느낌을 믿고, 선택한 책이다.
 
   
# 새로운 생각이 아닌, '재발견'에 무게를 두고 읽으면 좋은 책.
 
   
   제목과 목차에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잘 드러내는 저자의 특색에 걸맞게, 목차만 훑어 보다라도 책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쉽게 알 수 있다. 친구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부터, 친구와 선물, 성이 들어갔을 때의 남녀간의 우정, 결혼을 한 이들의 우정, 배신, 동성애, 경쟁심, 친구의 죽음까지 우정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보았을법한 이야기들이 큰 독창적인 생각 없이 책에 소개되어 있다. 우정에 대한 일반인들과 다른 특별한 생각이나, 가슴을 경탄하게 하는 특별한 논의를 원하는 독자에게는 기대에 미치지 않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목에서 의미하는 '재발견'에 무게를 둔다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세심한 부분에 대한 저자의 독창적인 작은 생각들을 들을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을 상담하는 자신의 경험과 책에서 등장하는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저자의 설득하는 방법은 저자가 이야기하는 내용에 충분히 공감하는 좋은 지지선이 된다.  무엇보다 남녀간의 우정이 존재하기 힘든 이유를 호리병 주둥이에 올려놓은 엽전에 술을 붓는 명인의 재주가 필요하다고 비유한 점이라든가, '동일시'에 의해 상대의 연인을 사랑하는 경우, 그리고 우정은 높은 이상이 아닌, 밤하늘에 놓인 '별'처럼 함께 방향성을 바라보는 관계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소소하지만 곱씹어 볼만한 내용이 많아 좋았다.
 
 
     
# 불안전하고 어두운 면도 가지고 있는 '인간'이기에, 우정은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
 
    
  인간은 불완전하다. 고매하고 인격이 높은 사람에게도, 마음 속 깊은 곳에 깊은 어둠의 그림자는 인간이기에 가지고 있다 생각한다. 불안전하고, 배신할 가능성도 농후하지만, '그래도 역시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게 깊은 우정이 아닐까하는 말이 기억에 오래 남는다. 때론 '이성의 강한 열정'에 의해 깨어질 수 있는 유리와도 같기도 하고, '결혼'이라는 틀로 인해 '우정'을 만들기 어려운 경우도 많지만, 우정은 모든 인간관계의 기반이 되며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해주는 것이라는 저자의 말에 동감한다. 

  좋은 인연은 '우리 서로 죽을 때까지 우정을 지키기로 해'라는 맹세나 고집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마음먹고, 존중하면서 지켜가는 함께 만드는 이인 삼각게임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내 욕심에 너무 서둘지도, 그를 배려한다는 생각에 '내 생각'으로 속도를 늦춰서도 안된다. 많이 대화하고, 조금씩 발을 맞춰가다가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서로의 호흡과 걸음을 알게되는 관계, 그것이 우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글의 첫머리에 이야기했던, '우정'에 대한 해답을 책을 통해 얻지 못했다. 살아가면서, 많이 고민하고 몸으로 공감해야 하는 주제라는 생각이 들 뿐이다. 하지만, 고등학교 때 만났던 '우정'이 소중한 추억이 담긴,  좋은 '인연'에 감사하게 되었다. '우정'은 짧은 시간이 아닌, 오랜 시간 만들어지는 아름다운 보석이라는 생각을 했다. 지금은 우정의 결과를 따질때가 아니라, 내게 스쳐가는 인연들을 오래오래 길고 깊은 관계로 만들어가는 준비를 해야 하는 시기임을 알게 되었다. '내 욕심'에 '동일시'라는 착각으로 상대에게 굴레를 씌우지 말고, 내 '욕심'에 상대에게 크게 기대하고, 크게 '실망'하는 일을 줄이는 일, 상대가 설사 배신하더라도, 좋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그를 이해하려 노력하는 일 등의 과제를 책을 통해 많이 받았다. 얼마나 많이 해낼지는 모르지만, 즐겁게 힘들게 하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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