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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트포드 이야기 2 - 내 고향 미트포드 - 하
잰 캐론 지음, 김세미 옮김 / 문예출판사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 작은 마을에서 일어난 큰 사건들이, 하나씩 정리되다.
전편에서 등장한 보석에 대한 비밀과 심장병으로 인해 연인이 되지 못했던 올리비아와 하퍼 의사의 안타까운 사랑, 미스 새디가 오랜세월 간직해 둔 첫사랑의 비밀과 두 번째 연인과의 사연, 신시아 와의 관계 등의 숙제들이 하나씩 풀려간다. 하편에서 새롭게 벌어지는 사건은 티모시 신부 곁을 지키던 큰 강아지 바나바의 실종과 찾기위한 노력, 그리고 거친 환경에서 자란 둘리와 신부와의 갈등이다. 힘들고 속상한 일들이 벌어지지만, 순간적인 기분에 끌리지 않고, 하나하나 대응해 나아가는 티모시 신부의 노력이 마을을 따뜻하게 만든다고 할까. 보석 강탈, 연애, 화재, 첫사랑, 버려진 사랑 등등 인간의 의지로 선택하기 힘든 여러가지 사건들이 잔잔한 문체 속에서 펼쳐진다.
# 인간적인 매력이 넘치는 미트포드 마을.
누구나 사연 없는 사람은 없다는 말처럼, 미스 새디와 미스 로즈의 오빠, 그리고 미스 새디의 아버지, 미스 새디의 어머니와 올리비아 등 작은 마을 속에는 상상을 넘는 큰 사연들도 넘쳐 흘렀다. 하지만, 그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과 풀어가는 열쇠의 방향이 자극적이지 않고, 따뜻하다고 할까. 신앙의 큰 넓은 틀 속에서 포용하는 느낌이다. 기독교에 대해 그리 친근하지 않기에 작위적으로 보이는 느낌도 많앗지만, 신실한 사람들의 생활 속에서는 그런 고통도 신앙으로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편가르기가 왕성한 한국사회와 달리, 같은 믿음아래에 포용하는 인간적인 매력이 넘쳤기에 더욱 관대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우리 사회도 같은 믿음을 넘어, 같은 인간이라는 마음아래 서로 관용적으로 바라보면 참 좋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게 한 소설이었다.
자본주의 사회라고 할 수 있을까? 싶은 정도로, 신문의 역할이나 자본의 위력은 발휘하지 못하고 신실한 마음으로 사는 사람들이 넘치는 마을의 풍경은 중세시대로 돌아간 느낌이다. 끊임없는 갈등과 미움등이 넘치는 현대사회와는 매우 달라보이지만, 실제로 미드포트와 같은 소도시가 미국에는 존재한다고 한다. 농촌의 자치마을의 촌장이 티모시 신부로 바꾼다면 그대로 적용된다고 할까. 현대와 매우 달라보이는 이 소설을 통해, 자본주의 사회에서 잊기 쉬운 따뜻한 정과 사랑, 그리고 믿음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 9편의 시리즈로 펼쳐지는 첫 시발점의 책.
1994년에 첫 책이 출간되었는데, 시리즈는 9편으로 끝났지만, 티모시 신부를 주인공으로 해서는 2007년에 한 권, 그리고 2010년 출간 예정으로 책이 집필되고 있다고 한다. 미트포드와 흡사한 노스캐롤라이나 블루리지 블로잉록에서 생활했던 저자가 그려낸 책은 처음에는 많은 인기를 얻기 못했지만, 사람들의 입소문으로 조금씩 인기를 얻다가 2천만건이 넘는 매우 많은 책이 팔렸다. 개신교에 대한 믿음이 강한 미국적인 분위기와 섹스, 마약 등의 거친 소재를 사용하지 않고, 잔잔한 감동이 있기에 아이들에게 읽히기 좋은 책이였기 때문에 많이 팔린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성경구절과 믿음이 이끄는 삶을 당연히 하는 분위기를 불편해 하지 않는다면, 소소한 감동이 가득찬 이야기로 느낄 수 있는 잔잔한 소설이다. 신앙을 믿지 않는 이에게도 다정한 손길로 다가가 깊이있게 그의 말에 경청해주는 대머리의 60대 노신부 티모시가 있다는 건 마음에 큰 축복이라고 할까. 이런 신부님이 있다면, 하느님을 믿지 않더라도 일요일에 열리는 교회에서 연설을 듣고 싶은 마음이다. 어느 단체에서나 벌어지는 소소한 갈등과 반발, 그리고 어린나이에 격게되는 성장통들을 큰 마음으로 이해하고 다가가는 티모시 신부의 언행은 깊이 숙고해 볼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종교의 계파에 연연하지 않고 찾아가고 초대하는 열린 마음이 멋졌다고 할까.
봉사의 마음에 너무 빠져, 휴식시간을 갖지 못하고, 당뇨병인데 신도가 가져온 오렌지 케이크에 마음이 끌려 결국 먹고 큰 탈이 나게 된다. 작은 유혹에도 벗어나지 못하고 둘리의 반항에 마음 상해하는 인간적인 면이 가득했기에, 좀 더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었다. 완벽하지 않기에 화도 내고, 신시아를 얻기위해 라이벌인 앤드루에게 거짓말도 하지만, 반성하고 고치려는 인간적인 신부의 모습이 와 닿았다고 할까. 변화와 결혼에 대한 그의 깊은 고심은 다음 시리즈를 기대하게 만든다.